[회원 기고]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저자 김원영 변호사 초청 월례회 후기 / 한상원 회원

2024-09-27 119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저자 김원영 변호사 초청 월례회 후기

-한상원 회원

아직 로스쿨에 재학중이던 시절 김원영 변호사의 저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이하 ‘변론’)을 읽으며 나중에 그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가 변론에서 제기한 ‘매력 불평등’이라는 다소 엉뚱하지만, 흥미로운 주제에 대하여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신없는 로스쿨 생활을 보내고 법무관 3년까지 모두 끝마치고 사회로 나온 2022년경, 그는 이미 연극인으로 변신해 있었다. 인생에서 본 연극을 다 합쳐도 총 세편이 되지 않는 나로서, 그는 너무나 머나먼 곳에 있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마침 민변 월례회에서 김원영 변호사 초청 세미나를 진행한다기에 망설임 없이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막상 세미나 날짜가 다가오자 밀려드는 업무에 정신이 혼미해져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의 새 저서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리어 나도 몰래 밀린 업무를 뒤로 하고 한강을 건너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민변 지하 회의실에 도착하여 그를 기다리는 동안, 휠체어 리프트는 잘 작동할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민변 회의실 리프트가 작동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연중 그는 “아직도” 민변 회원이 아니라고 고백하였다. 장애인 법조인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대한민국 법조 현실 속에서, 설령 민변 회원 중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하여도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홀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던 중 그는 무탈히 회의실에 도착하였고, 막힘없이 강연을 진행하였다. 그는 강연에서 변론 이후 새로운 저서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이하 ‘온평지차’)를 내놓기까지, 본인의 사유와 실천에서의 변화에 대하여 담담히 이야기하였다. 변호사가 법률을 내려놓고 연극인의 삶을 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몸과 정신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영어라는 매개를 토대로 전세계 장애계 엘리트들과 진행한 격조 높은 세미나의 경험에서부터 언어의 틀을 내려놓고 온몸으로 구르며 다양한 몸과 정신을 가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소통해본 경험의 극적인 대조는 그가 새 저서 온평지차에서 말하고자 한 “힘”이 무엇인가를 압축적으로 전달해 주었다.

그가 말하는 지극히 차별적인 능력을 가진 개인들을 온전히 평등하게 만드는 힘, 냉혹한 세상의 기준을 전복시켜버릴 수도 있다는 그 엄청난 힘이 개인의 고유성이든, 존엄이든 아니면 세상을 향한 자기실현의 욕구나 그 무엇이든 간에 그런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굉장히 낯설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어쩌면 그 힘의 매력이 그도 어렵사리 취득했을 변호사 자격을 삶의 어느 한 켠에 내려 놓고 연극인의 삶을 살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세미나에서야 그의 새 저서 온평지차를 받아보았고, 아직 다 읽어보지도 못하였다. 또한 그가 강연에서 한 말들을 모두 이해하였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가 매력자원의 불평등이라는, 어찌보면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투정으로 보일 수도 있는 고민에서 시작하여 모두를 온전히 평등하게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게 된 힘을 발견하기까지, 그의 사유와 실천 속에서 분명 법의 언어가 놓치고 있는 무엇인가를 마주하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 또한 그 힘을 온 몸으로 마주하고,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작으로, 나는 올해가 지나기 전에 그의 책을 읽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를 붙잡아 민변의 뜰 안에서 이토록 흥미로운 힘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함께 나누어 볼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색다른 사유와 실천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월례 세미나를 준비해준 민변의 간사님들을 포함한 관계자 분들께도 지면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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