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관련 공판 담당 변호사 서면 인터뷰 – 1심 판결을 중심으로(박희영외 건, 김광호외 건)]
– 최종연 회원, 백민 회원 –
Q. 최근 1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 결과를 간략하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최종연 회원
박희영 외 용산구청장 관계자들 재판에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지로 판결하였습니다.
1) 재난 사전 대비 단계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여부 : 다중운집인파사고는 개정 전 재난안전법의 사회재난으로 불포함되었고, <2022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에 인파사고를 반영할 의무를 인정할 수 없으며,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예방ㆍ대응조치를 마련할 의무가 인정되기 어렵다. 일부 미숙한 근무가 있었더라도 상시 재난안전상황실 운영의무 위반도 없다.
2) 재난 임박 단계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여부 : 관련 언론 보도나 카카오톡 단체방 게재 사진, 유관기관 정보에 의하더라도 다중운집 압사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현장에 방문할 구체적 의무도 없고, CCTV 관제센터로부터 보고받을 법적 근거도 없다. 시위 전단지 수거를 하지 않았다면 사고 발생 방지가 가능했는지 충분한 입증도 없다.
3) 재난 직후 단계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여부 : 당직실이 재난 상황 파악하고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피고인들 책임이 아니며, 피고인들의 참사 인식 시점에는 이미 인명피해가 발생해 있었으므로, 이후 응급조치 등 대응방안들은 사고 이후 조치사항이므로 사고의 발생 및 피해자들 사상에 관한 상당인과관계가 불인정된다.
A. 백민 회원
10.29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한 서울경찰청의 주요 책임자 3인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하여 전부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피고인 김광호(전 서울청장)의 경우에는 1차적으로 관할 용산경찰서와 서울청 각 부서가 제공한 정보만으로는 ‘대규모 압사사고’를 예측할 수 없어서 업무상 과실이 없다, 피고인 유미진(전 상황관리관)의 경우에는 참사 당일 112상황실에 정착 근무를 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지만 그로 인해 인파 사고가 발생·확대되었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는다, 피고인 정대경(전 112상황실 상황3팀장)의 경우에는 112상황실에 접수된 신고들의 위험성 및 반복성을 파악하지 못한 데에 업무상 과실도 없고 사상 피해와의 인과관계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Q. 법원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최종연 회원
1) 업무상 과실 판단의 전제로서 “다중운집으로 인한 대규모 압사 사고”가 예견 가능하였는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압사 사고는 결과일 뿐,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 대응 의무가 있는 지자체장으로서는 규모와 무관하게 다중운집으로 인한 인명의 사망 또는 부상을 예방할 의무가 있다고 보이고, 최소한의 사고 예견 가능성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였어야 한다고 봅니다. (당시 재난안전법에도 몇 명의 사망/부상부터 ‘재난’으로 본다는 기준은 없습니다.)
2) 법원은 용산구청 당직실이 재난안전법상 운영 의무있는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에 해당한다고 인정해주었는데, 막상 당직실은 참사 당일 재난 발생 우려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지도 못했고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인식도 하지 않았으며, 22:29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압사 발생 사실을 전화로 전달받고도 구청장 등에게 이를 보고하지 않아, 박희영 구청장은 22:50경 상인에게서 문자를 받고 참사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직실은 상시 재난안전상황실로서 실질적으로 기능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어야 합니다.
3) 나아가 재난안전법상 재난이 실제 발생하였을 때 뿐만 아니라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피난의 권고나 지시’와 같은 ‘응급조치’(제37조 제1항)를 할 의무가 있고 대피명령(제40조)를 할 권한이 부여되어 있는데, 법원은 용산구가 발생 우려를 알 수 있었는지에 관해서는 뚜렷하게 판단하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참사 발생 이후 용산구청은 재난안전법상 피해 발생을 최소화할 대응의무가 있는데, 많은 수의 피해자들이 참사 직후가 아닌 상당시간 이후 사망판정되었으므로 용산구의 미흡한 대응은 피해자들의 사상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A. 백민 회원
지난 판결 선고를 지켜보면서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위 피고인 3명에 대한 무죄 판결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1심 판결은 업무상 과실의 의미와 예견가능성을 일반적인 경우보다 좁게 보았습니다. 즉, 기본적으로 피고인들에게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이례적 사태의 발생까지 예견하고 대비할 것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입니다. 이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 대한 1심 판결과는 기준이 다른 것입니다(해당 1심 판결은 피해 규모를 떠나서 ‘군중의 밀집으로 인하여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라는 결과 발생을 피고인들이 예견·회피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형법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업무자에게 높은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업무자에게 특별한 지식이 있을 때는 업무상 주의의무도 높아진다는 것이 판례입니다(구은수 전 서울청장 사건). 1심 재판 과정에서 김광호 전 서울청장이 개인 업무 경험 등을 통해 핼러윈 데이 인파 위험을 예측하고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던 점이 드러났는데, 그럼에도 적절한 지휘·감독을 소홀히 하였다면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1심 판결의 인과관계에 대한 판단에도 의문이 남습니다. 이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 판례가 형성되면, 부정의한 사회,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Q. 유가족들과 공판 모니터링을 하시며 변호사님께서 개인적으로 느껴졌던 부분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최종연 회원
이태원은 용산구에서도 손꼽히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고 그 이국적인 다양성은 분명한 시민들의 자산인데, 핼러윈 데이 기간 인파 운집에 관해서는 구청 차원에서 거의 경각심을 갖지 않고 단지 소음이나 주차ㆍ쓰레기 대응만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본 것 같습니다. 대규모 압사가 발생할 줄 몰랐다고 변명하는 것이 무지와 무능을 무죄전략으로 삼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었는데, 실제로 무죄가 선고되어서 놀랐습니다. 앞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실정에 맞는 재난을 파악하고 관리하지 않고, 오히려 소극적으로 모른척 하는 것이 이후 책임을 줄이는 방법이라는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A. 백민 회원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듣고 오열하시는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해야할 일이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우선 1심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항소심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하겠습니다. 비록 형사재판에 한계가 있고 피해자 대리인이 모든 증거에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유가족들은 민변 변호사들에게 정서적으로 법적으로 많은 의존을 하고 계십니다. 저희 이웃들이 외롭지 않도록 변호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함께 하고자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태원 참사 대응을 하시며, 우리 민변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도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최종연 회원
재판 모니터링을 함으로써 대응이 충분하거나 특별히 뛰어난 지식이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1심 판결문도 정리되어 나왔으니 민변 회원 어느분이라도 더욱 사건을 빨리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참사 대응을 할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관심있는 회원들의 더욱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A. 백민 회원
이태원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슬픔과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그곳에 내가, 내 아이가, 내 이웃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무겁습니다. 재난을 막아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국가의 역할은 부재했습니다.
이대로 또 하나의 참사를 묻고 지나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가 겪어온 수많은 참사 속에서 무감각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다행히 민변 이태원참사 TF에서는 형사재판 모니터링만이 아니라 유가족들을 위한 법률 지원과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출범한 특조위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우리 변호사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참사 피해자들이 공정한 법적 절차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도록, 회원 분들의 힘을 모아주십시오. 저희가 함께 노력한다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이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고, 사회가 보다 안전해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