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4.16 세월호 참사 11주기, 민주주의와 법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2025-04-16 33

어느 해보다 길었던 겨울을 지나 기어코 봄이 왔다.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재난 앞에 무능하고 무책임한 국가를 목격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의 무능함, 진실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 피해자를 지원하기는커녕 사찰하고 분열시키려 했던 경찰과 국정원, 오보를 난발하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낸 언론. 어느것 하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하지 않으려했던 총체적 국가 실패가 참사의 근본 원인이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모임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을 함께 걸어왔다.

하지만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밤,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위정자들의 국가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진실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내란세력의 모습은 세월호 참사에서 마주한 모습 그대로였다. 2014년 4월 16일 우리가 다짐했던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확인한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재난참사는 끊이지 않았고, 추모와 애도, 회복의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야했던 피해자들, 책임회피에 급급한 정부와 책임자들, 서슴지 않고 행해지는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악의적인 공격과 모욕 앞에서 세월호 참사 그날의 다짐과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고 또 되새겨왔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무능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묻고,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다시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법률가로서 모임이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들에게 한 다짐이었다.

세월호 참사 11주기, 민주주의와 법의 이름으로 약속한다. 내란세력을 척결하고 새롭게 만들어 갈 대한민국은 생명과 안전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못한 4.16 세월호 참사의 과제들을 모두 매듭짓고,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하는 것이 그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얼마전 대법원에서 공개하라고 한 대통령 7시간 기록물을 온전히 공개하고 이를 통해 그날의 진실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들 앞에서 지금이라도 국가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최소한의 척도가 될 것이다. 모임은 생명과 안전이 가장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다.

다시 돌아온 봄, 모든 참사 피해자들의 마음에 봄볕과 같은 따뜻한 위로가 가득하길 기원한다.

 

2025년 4월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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