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인권의 바다를 항해하는 민변 /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박태훈 학회장

2025-03-30 91

 

인권의 바다를 항해하는 민변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

– 박태훈 학회장

 

혹시 일본의 유명 만화 ‘원피스’를 아시나요? ‘원피스’는 세계 제일 대비보 ‘원피스’를 찾고자 여행에 나선 해적 몽키 D. 루피(이하 ’루피‘)와 그가 이끄는 해적단 밀짚모자 일당이 동료들을 영입하며, 바다를 항해하고 여러 섬을 모험하는 여정을 그리는 만화입니다. 일본 만화를 대표하는 작품인 만큼 많은 명대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루피의 “너, 내 동료가 돼라!”는 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로스쿨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학업에 열중하고 있으나 저는 중학교 때부터 약 10년간 교사를 꿈꿨고, 학부 역시 사범대학에서 사회교육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교생 실습을 통해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교원 자격증만으로는 ‘학교폭력 문제 척결’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에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어 로스쿨에 진학했습니다. 저는 ‘교육 바라기’였기에 ‘인권’에는 큰 관심이 없어 선배의 권유가 아니었다면 인권법학회에도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한 학기 동안 인권법학회라는 공동체를 통해 우리 사회에는 내가 몰랐던 다양한 인권이 존재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 순간에도 함께 숨 쉬고 있는 모든 존재에게 인권이 있음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인권의 소중함을 가슴으로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인권법학회 학회장직을 제안받았을 때 기꺼이 수락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회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고 맡은 첫 행사가 바로 ‘민변 작은 설명회’였습니다. 인권법학회 학회장이 하기에는 부끄러운 말일 수도 있지만, 민변 회원소통팀장이신 황호준 변호사님과 작은 설명회 개최를 위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 증진을 위하여 설립된 민변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설명회를 통해 민변의 역사와 활동, 소속 변호사님들의 공익활동을 접하며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민변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뒤풀이에서 변호사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설명하기 어려운 어떤 감정을 느꼈지만, 설명회 이후 일상에서 정신없는 하루들을 보내며 그 감정은 희미해졌습니다.

그러던 1월, 민변 전북지부 김진 변호사님께서 민변 전북지부 인권 세미나를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원광대 학생들과 진행하고 싶다는 연락을 주셨고, 지난 3월 19일 수요일에 성황리에 개최했습니다. 이번 인권 세미나는 지난 작은 설명회와 성격이 다른 행사로서 보다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고차원 기자님의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세션과 전경령 변호사님의 ‘형제복지원 손해배상 공익소송 사례 발표’ 세션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특히 전경령 변호사님의 세션을 통해 접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경우 그 끔찍한 실체가 1987년에 드러나고도 25년이나 지난 2012년에서야 피해 생존자 한종선님의 1인 시위로 주목받았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피해 생존자들이 긴 세월 얼마나 힘드셨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고, 한 사람만이라도 더 일찍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상처가 더 빨리, 덜 아프게 아물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권법학회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인권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고, 민변 작은 설명회를 통해 민변이 다양한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음을 깨달았지만, 전경령 변호사님의 세션으로 단순히 깨닫기만 해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역설적이지만) 깨달았습니다. 나아가 로스쿨에서의 남은 시간을 잘 끝마치고, 우리 사회의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변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압도적인 무력함을 느꼈습니다. 제게 주어진 몸과 마음은 하나뿐이라 가장 큰 관심사인 학교폭력 문제와 학생 인권에 최선을 다하기에도 벅차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뒤풀이에서도 변호사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한 변호사님께서는 제 생각을 들으시더니 “그래서 민변이 있다.”는 알쏭달쏭한 답을 해주셨습니다. 황호준 변호사님께서 개인적으로 해주신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무언가에 부딪힌 듯한 막막함을 받지만,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변에서 동료 변호사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며 노력하고 있다.”는 말씀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 말들을 곱씹어 보니 지난번 작은 설명회에서 느꼈으나 설명하기 어려웠던 그 감정이 바로 ‘동료애’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만화 ‘원피스’ 이야기를 잠시 해볼까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와 그가 이끄는 밀짚모자 해적단은 각자 역할을 하나씩 수행합니다. 누군가는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망설임 없이 전투에 앞장서고, 누군가는 항해사로서 운항 계획을 수립하며, 누군가는 조타수로서 항해사의 지시대로 키를 조작합니다. 굶을 수 없으니 누군가는 요리를 담당하고,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와 배를 수리하는 수리공도 여정을 함께 하지요. 심지어 망망대해에서 지루한 단원들을 즐겁게 해주는 음악가도 있습니다. 제게는 민변이 루피와 그의 밀짚모자 해적단 같습니다.

민변이라는 이름 아래, 내가 내 관심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동안, 동료는 동료 자신의 관심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결국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인권 문제 전부에 관심을 돌리고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혼자라면 나의 외침은 작은 외침에 불과하겠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함께라면 큰 외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진 선배 변호사님들께서 민변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각자의 관심 분야를 나누고, 또 연대해온 덕분에 지금의 우리 사회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매일 새로운 인권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저는 로스쿨에서 학업에 정진하여 학생 인권과 학교폭력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변호사가 되겠습니다. 민변은 늘 그래왔듯이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고 계십시오. 언젠가는 함께 인권의 바다를 항해하는 동료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첨부파일

vol.269뉴스레터_기고문사진-16.png

vol.269뉴스레터_기고문사진-15.png

3. 인권세미나 홍보 포스터.jpg

vol.269뉴스레터_기고문사진-17.png

vol.269뉴스레터_기고문메인-05.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