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소진되지 말고 나아갑시다, 말벌 변호사들! / 허자인 회원

2025-03-30 151

 

소진되지 말고 나아갑시다, 말벌 변호사들!

– 허자인 회원

 

2024년 12월 3일 22시 27분, 윤석열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민변의 몇몇 변호사님들은 즉시 국회로 달려가시기도 했고, 사무처는 긴급집담회를 준비하여 회원들을 비상 소집하였고,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까지 하루에 준비하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의도 집회와 남태령 집회, 한강진 집회와 광화문 집회까지. 사무처의 무한한 동력과 회원들의 끝없는 참여로 윤석열 탄핵소추안의 1회 기각과 헌법재판소의 기약 없이 미뤄지는 파면 선고에도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위원회들은 가열차게 기획했던 송년회 대신 광장에서 오랜만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으로 2024년을 떠나보내야 했고, 많은 회원들은 민변 인권침해감시단 조끼를 공동구매했으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전국에서 주최한 집회와 행진이 몇 개인지는 세는 것도 어려워졌다. 회원들은 매 집회 참석과 농성장 당직 스프레드시트를 빼곡히 채워 안전한 집회를 위해 노력했고, 무슨 일이 있을 때면 시민들이 민변을 믿고 찾는 것도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그렇게 4개월 가까이 지났고,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광장에서 보냈다. 경찰이 사전신고한 행진경로를 좁히려 들면 원래대로 넓혔고, 전혀 위험하지 않은 장식용 단두대를 총포화약법 위반이라느니 하는 말을 하며 해체하게 하면 SNS를 통해 상담하며 대응방안을 안내했다. 극우 집회 참가자가 마찰을 일으키려 하면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달려가고, 일하지 않는 경찰 대신 무엇이든 하는 ‘만능 조끼’가 되어야 했다.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거야🎵] (광장에서) 다시 만난 우리의🎵 탄핵 시위 이야기  00:05

https://www.youtube.com/watch?v=X2_OerXacSQ&t=11s

 

조끼를 입는 시간 동안 업무가 멈춰주는 것은 아니었다. 개인적으로는 개업을 했기에 스스로 경유증표 떼는 법부터 현금영수증 발행하는 법, 개악된 전자소송 다루는 법까지 하나하나 익혀야 했다. 동지들은 투쟁을 이어가야 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돌연 경찰을 동원해 해직교사 지혜복과 함께 A학교 성폭력 사건 해결 촉구를 위해 투쟁하던 시민들을 연행하여 민변 공익인권변호사단에서 접견을 갔고,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해야 했으며, 동덕여대 학우들은 학교의 가처분 신청 및 고소·고발에 맞서 새학기를 싸움으로 맞이해야 했다. 모두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야 하는 와중에도, 광장에서 계속 소리를 치는 와중에도, 헌법재판소는 아무런 답도 하질 않았다.

[25. 3. 20. 변호사대회]

 

정세는 시시각각 변했고, 윤석열 구속취소라는 상상도 못한 사태가 발생하자 비상행동은 텐트를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인권침해감시단은 시간을 쪼개어 몇 시간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 농성장 주변을 돌아보았고, 기회가 되면 추운 날씨에도 밤 당직을 서며 현장을 지켰다. 그 와중에 민변 회장님을 포함한 의장단이 단식농성에 들어가 열흘 가까이 지나자, 내가 단식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만 미쳐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민의 일상이 무너져 가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것만 같은 헌법재판소를, 자꾸만 다가와 시비 걸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극우 세력을, 점점 폭력 수위가 높아져 가는 대치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어떤 글을 접했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고. 일제강점기는 35년이었고, 박정희는 16년 동안 집권했으며, 전두환은 해로는 8년 동안 집권했다고. 우리는 멀리 보아야 한다고. 비록 헌법재판소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점을 눈앞에 보여주고 있더라도, 내란범이 감옥 밖을 나다니고 있더라도, 내란 공범들이 당장 구속되지 않더라도 결국 싸우다 보면 우리가 이기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일단 지금의 일상을 튼튼히 지키고, 내일도 광장에 나갈 힘을 얻어야겠지.

[언제 누가 줬는지 모르는 초콜릿과 샤이니 응원봉…]

 

어느 날인지 기억나지 않는 행진 중, 어느 분이 “변호사님!” 하고 부르시며 간식을 주셨다. 본인은 박근혜 퇴진 당시 민변 간사로 일하셨었다고 하며 힘내라고 하고 떠나가셨다. 그때의 투쟁을 반복해야 하는 것은 서럽지만, 결국 우리는 이번에도 끌어내릴 사람을 끌어내릴 수 있겠지. 그리고 사회대개혁까지도 나아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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