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윤석열 구속취소 사태, 법원·검찰의 왜곡된 법기술 / 김규현 회원
윤석열 구속취소 사태, 법원·검찰의 왜곡된 법기술
– 김규현 회원
바빴던 한주를 마무리 하려던 3월 7일 금요일 오후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윤석열 구속취소”. 급히 결정문을 구해 읽어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법원 결정에서 제시된 구속기간 산정 방식은 기존의 법리와 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사건 구속기간 계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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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속기간 산정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기간을 불산입할 때는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여야 한다?
법원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불구속수사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전피의자심문 기간(2025. 1. 17. 17:46 ~ 2025. 1. 19. 02:53)의 경우 구속기간에 불산입(=그만큼 구속기간이 연장됨)하여야 하지만, ‘일(日)’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계산하여 불산입하여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산입 기간이 일 단위로 계산한 3일이 아니라, 시간 단위로 계산한 33시간 7분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나 현행 형사소송법은 구속전피의자심문 기간의 경우는 ‘일’ 단위로 계산한 기간을, 체포·구속의 적부심사 기간의 경우는 ‘시간(때)’ 단위로 계산한 기간을 구속기간에 불산입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검찰 모두 지금까지 그렇게 구속기간을 산정해오고 있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 ⑦피의자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ㆍ수사 관계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제202조 및 제203조의 적용에 있어서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⑬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제200조의2제5항(제213조의2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및 제200조의4제1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제한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제202조ㆍ제203조 및 제205조를 적용할 때에는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
물론 ‘일’ 단위로 계산하는 것보다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이 인권보호에 부합한다는 의견에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인권보호 취지나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을 고려하더라도 명백히 법률 문언이 존재하는 이상, 법원은 그 문언을 준수하여야 하며, 이를 벗어난 법률해석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는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 구속기간 산정시, 체포적부심 기간은 불산입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법원은 ‘체포적부심 심사 기간’(10시간 32분)을 구속기간에 불산입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으므로, 이 기간을 구속기간에 불산입해서는 안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여기서 관련규정인 현행 형소법 제214조의2 제13항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❶ 수사관계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은,
ㄴ ❷ 체포기간 규정을 적용할 때는 그 기간에 불산입하고,
ㄴ ❸ 구속기간 규정을 적용할 때는 그 기간에 불산입한다.
위 규정을 보면 ‘적부심 심사기간(수사관계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기간)’은 체포기간과 구속기간 모두에서 각각 불산입하라고 해석하는 것이 문언적으로 타당해보이고, 국회의 입법취지에도 부합해 보입니다.
그런데 법원은 위 규정을 체포적부심사기간은 체포기간(48시간)에만 산입하지 않는 것이고, 구속적부심사기간은 구속기간에만 산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그에 따라 체포적부심사기간은 구속기간에는 불산입하면 안된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법원의 이러한 해석은 문언적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 법을 창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해석은 두 가지 문제점을 낳습니다. 첫째, 이런 식의 해석이 허용된다면 앞으로 국회는 법률을 만들 때 법원의 위와 같은 해석 여지를 봉쇄하기 위해 온갖 단서조항을 덕지덕지 붙여야 할 것이고, 법률은 누더기처럼 될 것입니다. 둘째, 법원의 위와 같은 해석이 허용될 경우, 앞으로 체포당한 피의자는 체포적부심사를 무한히 청구해서 적부심사기간이 구속기간보다 길어지도록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석방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이론상 가능해집니다.
3. 거짓말같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
검찰은 즉각 법원의 위와 같은 계산법이 잘못되었다고 반발했습니다. 그래서 즉시항고를 통해 법원의 잘못을 시정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만, 놀랍게도 심우정 검찰총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피고인 윤석열을 석방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검찰총장은 구속기간 산정은 피고인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계산된 방식이 아니라, 종래의 방식을 유지하도록 일선청에 지휘하는 촌극을 벌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구속집행정지와 보석허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위헌으로 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보석은 그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는 중병, 가족상 등 주로 긴급한 경우에 일시적으로 석방하는 것이어서 신속한 석방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지만, 구속취소는 영구히 피고인을 석방하는 것이므로 법리판단의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한다고 무조건 단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없는한 즉시항고권을 규정한 법률은 계속 유효한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검찰이 항고하지 않으면 상급법원이 이를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실무에 혼란이 계속될 여지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이런 때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즉시항고를 통해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여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통일된 결정이 나오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러한 의무를 포기한 것입니다.
여러 사회적 약자 사건에서는 기계적으로 상소하고, 재심 사건에서 무죄 구형조차 꺼리는 검찰이 왜 권력자 앞에서는 갑자기 인권옹호의 최선봉기관으로 변모하는지 놀라운 일입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앞으로도 검찰이 모든 국민을 위한 인권옹호기관이 되어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요.
놀랍게도 이 원고를 작성한 3월 24일 현재도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일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사법제도는 아직도 요원한 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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