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력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규탄한다 / 2025. 3. 11.(화)

2025-03-11 41

[성명] 

헌법재판소 결정을 무력화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규탄한다

 

1. 지난 2025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가결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2023년 3월 헌법재판소가 출입국관리법의 위헌성을 인정하며 입법 개선을 요구한 이후 2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나, 헌법재판소 결정의 핵심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2. 헌법재판소는 ① 이주 구금에 대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사법적 심사 절차의 부재, ② 무기한 구금 가능성, ③ 구금 과정에서의 절차적 권리 보장의 미비를 주요 위헌 사유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국회가 통과시킨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제사회가 금지하는 ‘자의적 구금’을 제도화하는 법안에 불과하다.

 

3. 개정법은 외국인의 구금 상한을 최대 9개월로 설정하고, 연장 시 최대 20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출국을 위한 대기 시설에 불과한 외국인 보호시설에서, 그러한 목적상 필요에 비추어 납득하기 어려운 장기 구금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더욱이 ‘난민 신청’을 구금 상한을 가중하는 사유로 삼은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난민법상 보장된 권리를 행사했을 뿐인 난민 신청자에게 장기 구금이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가하는 법은 대한민국이 비준한 난민협약, 자유권규약 등 국제인권규약에 정면으로 반하며, ‘출국을 위해 필요한 합리적 기한’을 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배치된다.

 

4. 헌법재판소는 구금 여부에 대한 판단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기관” 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개정법은 법무부 내부에 ‘외국인보호위원회’를 설치하여 구금 적법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독립적 심사와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사실상 법무부의 기존 재량적 행정을 추인하는 내부 기관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사람의 신체 자유를 구속하는 중대한 결정을 해당 기관 내부 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5. 정부안보다 앞서 제출된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안은 법원의 심사, 구금 요건 규정 신설, 구금 기간 상한 100일 설정 등 시민사회의 오랜 논의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법안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이 법안의 내용과 근거는 논의되지 않았고, ‘외국인 범죄자가 풀려난다’는 법무부의 극우적 선동에 휘둘렸다. 수십만 명의 외국인을 위헌적으로 가둬왔다는 헌법재판소의 무거운 선언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는 다시 한번 이주민을 위헌적 구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12.3 내란을 통해 현실화될 뻔했던 ‘정부가 영장 없이 시민을 마구 가두는 세상’은, 이 땅의 이주민들에게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6. 법무부는 즉시 혐오에 기반한 선동을 멈추어야 하며, 국회와 정부는 헌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이주구금제도를 마련하여 우리 사회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2025. 3. 11.(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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