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그럼 또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윤석열퇴진특위 집회시위감시변호단 활동 참여기) / 강솔지 회원

2025-01-28 123

 

그럼 또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윤석열퇴진특위 집회시위감시변호단 활동 참여기]

– 강솔지회원

 

2025년 새해 첫 시작은 집회로 시작했습니다.1월 4일 토요일, 이제는 익숙하게 집회에 나갈 준비를 합니다. 핫팩과 한입에 먹을 수 있는 초콜렛, 보조배터리 등 집회 준비물들을 챙기고, 장갑과 모자, 옷을 겹겹이 껴입은 뒤 집을 나섭니다. 한겨울에 대체 이게 무슨 고생이냐, 고생이 많다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지만, 집회 현장에 나가는 것이 그나마 비상한 시국을 견딜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광화문에서 집회를 마치고 한남동 관저 앞에서 집시변호인단 활동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관저 앞의 탄핵 반대 집회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서둘러 저녁을 먹고 한강진 역으로 이동합니다.

 

한강진역에 도착하고 나니, 오후에 관저 앞에 모였던 탄핵반대집회 참여자들이 귀가를 위해 지하철 역사 안으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지하철 출구를 향해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들과,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마주칩니다. 서로를 경계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그 손에 들린 팻말의 내용을 빠르게 훑습니다. 경계는 경멸로 바뀌고, 공기가 터질것 같이 팽팽해집니다. “미친 것들 쯧쯧” ,“나라가 망해간다” 사람들은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지만,  서로를 향한 분명한 적의를 내뱉으며 지나갑니다. 12월 3일 밤 이후 저를 괴롭게 한 순간들 중 하나입니다. 관저 앞 집회에서는 광화문에서 잘 느끼지 못했던 갈등이 피부에 따끔하게 맞닿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남초등학교를 경계로 맞닿아 있는 두 집회 사이에서, 감정이 격해진 참가자들 사이에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민변 집회감시단 동료들이 그러한 순간을 여러번 목격하고  또 막기도 했습니다.

 

법을 통해 권력을 쥔 정권이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하여 법을 부정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무력감과 분노를 느낄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동료 이웃의 얼굴에서 서로의 존재에 대한 철저한 부정과 경멸을 발견했을때에는 어딘가 섬짓한 두려움과 슬픔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극우 세력의 선동이 광장 안의 새로운 위기로 드러난 지금, 이 갈등을 봉합하기 까지는 길고 긴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겠지요.

한편, 이번 겨울 광장에 나온 많은 사람들은 내 주변의 낯선 존재들을 마주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경험을 했습니다. 윤석열의 위헌적 불법 계엄에 맞서 광장에 모인 사람들 중에는 여성, 퀴어, 농민, 장애인, 소수자들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왜 이 광장에 나왔는지 말하고 또 들으면서,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함께 간식을 나누어 먹고, 옆 사람의 차가운 손에 핫팩을 쥐어주면서, 민주주의를 뒤흔든 내란 수괴의 체포와 처벌 이후 회복하게 될 우리 사회의 모습은 다른 의미로 이전과 같지 않은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기대와 희망을 품었습니다. 

[행진 후미에서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

 

집회를 마치고 행진을 시작할때 어쩌다보니 매번 행렬의 마지막 끝에서 함께 했습니다. 끝에서 걷다보면 자진하여 행진을 뒤따라가며 쓰레기를 줍는 시민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누가 주목하여 보지 않아도 선뜻 자신의 마음을 내어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다른 분들께 그러한 위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했습니다.

[행진 후미에서 쓰레기를 줍는 시민들]

 

노란조끼를 입고 집회 현장에 있다보면 여러 응원을 마주하게 됩니다. “민변 화이팅”이라는 응원 한마디를 외치시거나 말 없이 손에 간식을 쥐어주고 가시는 분들, 추운데 고생한다며 핫팩을 주머니에 넣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묵묵히 행렬 뒤에서 쓰레기를 줍는 뒷모습을 보며 제가 위로를 받은 것과 같이, 추운 현장에서 인권침해 감시 활동을 하며 그곳에 함께하신 민변 회원분들의 존재가 많은 시민분들께 위로가 되었지 않았나 감히 짐작해봅니다. 갈 길이 멀지만 절망 곁에 붙은 희망, 그리고 혼돈 속의 작은 올곧음을 믿으며 힘을 내보겠습니다. 그럼 또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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