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알 권리 법률 대리인단, 입양특례법상 입양정보 공개 제한 조항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 친생부모 명시적 동의 없이는 친생부모 정보 알 길 차단돼 입양인의 뿌리에 대한 권리 과도하게 침해한다 주장
(2024.11.27.)입양인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입양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는 ‘입양인 알 권리 법률대리인단’(이하 ‘대리인단’)이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 및 제3항에 대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리인단은 2024. 3. 11. 서울행정법원에 아동권리보장원을 상대로 해외입양인을 대리하여 입양정보비공개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피고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동의요구조항)과 제3항(사망시 비공개조항)을 근거로 원고의 입양정보를 비공개하였다. 이에 대리인단은 취소소송 과정에서 위 조항들이 입양인의 기본권인 ‘뿌리에 대한 권리’ 및 ‘부모를 알 권리’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에 이르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 및 제3항은 입양인의 입양정보 공개 요청에 대한 공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
입양특례법(2019. 1. 15. 법률 제16248호로 개정된 것)
제36조(입양정보의 공개 등) ② 아동권리보장원 또는 입양기관의 장은 제1항에 따른 요청이 있을 때 입양아동의 친생부모의 동의를 받아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 다만, 친생부모가 정보의 공개에 동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친생부모의 인적사항을 제외하고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
③ 제2항의 단서에도 불구하고 친생부모가 사망이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양자가 된 사람의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입양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
대리인단은 입양특례법 제36조 제2항(동의요구조항)은 입양인의 친생부모의 정보에 대해서는 친생부모의 명시적인 동의 의사가 확인되어야 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조 제3항(사망시 비공개조항)은 입양인의 친생부모가 사망이나 그 밖의 사유로 입양정보 공개에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도 원칙적 비공개, 예외적으로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공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양인의 헌법상 기본권을 제약한다고 보았다.
특히 이번 위헌제청신청에서는 ‘뿌리에 대한 권리(right to origins)’ 침해를 주요 근거로 내세웠다. 입양인의 권리를 단순히 ‘부모를 알 권리’, ‘혈통을 알 권리’ 등으로 한정하지 않고, 생물학적 부모와 가족, 언어와 문화, 출생 배경 등을 포괄하는 정체성의 기초를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 이를 박탈당하였을 때 회복할 권리, 회복을 부당하게 방해받지 않고 회복을 위한 조치와 지원을 구할 권리를 모두 의미하는 총체적인 권리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뿌리에 대한 권리’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0조), 행복추구권(제10조), 사생활의 자유(제17조), 가족생활 보장(제36조 제1항) 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독자적인 기본권으로서, 뿌리를 박탈당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인격을 실현할 권리이자 박탈당했을 때 회복을 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특히 해외 입양인의 경우 영유아기에 부모와 문화적 뿌리로부터 강제로 분리되어 낯선 땅으로 보내진 극단적인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뿌리에 대한 권리’가 지니는 의미와 중요성이 더욱 크다. 대리인단은 현행 입양특례법상 친생부모 동의 요건으로 인해 이러한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보고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다.
동의요구조항의 구체적인 위헌사유로는, 친생부모의 소재지가 특정되지 않거나 통지가 송달되지 않은 경우, 통지에 대해 회신이 없는 경우처럼 친생부모의 비공개 의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까지 일률적으로 비공개가 원칙인 점, 친생부모가 비공개 의사가 있더라도 이익형량을 통해 입양인의 권리를 보장할 가능성이 배제되어 있는 점 등이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입양인에게 자신의 뿌리를 찾고 박탈된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요구는 인생 전체에 걸친 근원적 과제로서 중요성을 지니기 때문에 친생부모의 사생활 보호를 항상 일방적으로 우선시키는 것이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도 주장하였다. 이러한 입법태도는 친생부모의 동의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거나(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아일랜드 등), 적어도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이익형량에 따른 비공개사유를 규정한 여러 입법례(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에 비춰볼 때도 입양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는 점도 논거로 제시하였다.
또한 사망시 비공개조항은 입양인의 친생부모가 사망한 경우에는 그 사생활 보호의 이익이 훨씬 줄어든다고 볼 수 있음에도 여전히 원칙적 비공개, 예외적 공개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예외사유를 인정받아 정보 공개가 이뤄진 사례가 한 건도 없기 때문에 친생부모가 살아있을 때보다 기본권 침해가 더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하는 해외입양인은 한 해 2,000명이 넘지만 입양특례법 조항 때문에 실제 친생부모 정보까지 공개되는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해 입양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큰 상실감과 상처를 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권리가 현행법에 막혀있는 사이 이들의 친생부모는 80대를 훌쩍 넘기거나 이미 세상을 떠나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대리인단은 더 늦기 전에 입양특례법 조항의 위헌성이 헌법재판을 통해 제거되어 보다 많은 입양인이 자신의 친생부모를 만나고 자신의 기원에 대한 진실을 확인할 기회를 보장받기를 바라면서 이번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법원이 이번 신청을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위헌제청에 나아간다면 입양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