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인권위][공동 논평]
법무부는 안양교도소 보호실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1. 11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안양교도소 보호실 사망 사건 직권조사에 따른 결정에서 △보호장비 사용 시 바디캠을 사용하여 영상을 채증하고 90일 이상 보존할 것, △세 종류 이상의 보호장비 동시 사용을 최소화할 것, △보호실 내 통신장비(호출벨, 비상벨, 인터폰 등)를 설치하여 근무자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할 것 등을 안양교도소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법무부장관에게는 전국 교정시설의 진정실·보호실 내 통신장비 설치 유무 및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진정실·보호실 수용심사부를 작성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2.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피해자는 2024. 3. 29. 16:44경 금속보호대, 발목보호대, 머리보호장비 등 세 종류의 보호장비를 착용당했고 16:51경 보호실에 수용되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피해자는 보호실 입실 직후부터 바닥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하고 침을 흘리며 괴로워했고, △16:51경 보호실 문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응답이 없자 발을 구르며 괴로워하거나 일어났다 쓰러지기를 반복했으며, △16:56경 최종적으로 쓰러진 후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직원 3명은 17:09경 약 22초간 보호실 밖에서 배식구를 통해 육안으로 피해자를 확인했는데, 당시 피해자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움직임이 없었으나, 직원들은 아무 조치 없이 복귀했다. 17:32에야 CCTV 영상 계호 직원이 피해자의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현장 근무자에게 확인을 요청했고, 피해자는 직원들에 의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어 외부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으나 18:09 사망 선고를 받았다. 부검 결과 사인은 ‘사인불명’으로 나왔다.
3.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에 고인의 죽음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배상, 책임자 징계·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교정시설에서 보호장비를 착용당한 수용자가 사망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 5. 벌금 미납으로 부산구치소에 수용된 정신질환 수용자가 보호장비 착용 14시간 만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망했다. 법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직접 감찰 결과 “당직 근무자 간 인계 및 계호 소홀, 야간·휴일 의료 처우 부재, 보호장비 사용의 부적정 등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확인”했고 “현장 근무자 및 감독책임자 등 관련자 18명에 대하여 인사조치, 중징계”했으며 보호장비 사용을 제한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또 다른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이다. 법무부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사과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4. 피해자에게 유족이 있다면 적절한 배상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동안 국가는 유사 사건에서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은 고인의 죽음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받기 위해 별도로 국가배상청구 소송 등 권리구제 절차를 밟아야 했다. 유족이 하급심에서 승소하더라도 국가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하여 정의의 실현을 지체시키기 일쑤였다. 국가는 유족이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를 밟기 전에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배상해야 할 것이다.
5. 이번 사건의 책임자에게는 그 책임에 걸맞은 징계와 처벌을 가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보호장비 사용과 보호실 수용을 지시한 수용관리팀장에게 국가인권위원회 특별인권교육을 수강하도록 할 것을 소장에게 권고했으나, 수용자 사망의 책임을 제대로 묻고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수용관리팀장은 피해자가 보호장비를 착용당할 당시 고성으로 “우려의! 우려의! 우려의! 우려의! 우려가 현저해서! 보호장비 사용하겠습니다!!”, “직원한테 왜 욕해 인마!”, “싸운 건 너잖아!”라며 머리보호장비와 금속보호대 착용을 갓 마친 피해자에게 발목보호장비도 착용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한 피해자가 울면서 억울하다고 항변하자 “왜 갑자기 울고 그래, 어쭈? 자살 우려도 있네? 어? 자살의 우려도 있어, 왜 울어?, 왜 울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형집행법의 “보호장비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제99조 제2항)는 남용 금지 규정과 “자살 또는 자해의 우려가 있는 때”(제95조 제1항)라는 보호실 수용 요건을 위반하여 오로지 피해자에게 고통을 가하겠다는 목적으로 보호장비와 보호실을 악용했다는 의심을 할 만한 대목이다.
6. 피해자는 입소 전부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어 외부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호실 입실 전 피해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의무관은 “당시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상태여서 혈압 등 바이탈 체크가 정확하지 않아 실시하지 않았으나, 시진 상 건강 상태가 불량해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보호장비를 사용한 경우 의무관은 그 수용자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하여야 한다”라는 형집행법 제97조 제3항의 취지와 배치된다. 피해자가 바닥에 쓰러져 움직임이 없는데도 약 22초간 보호실 밖에서 배식구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 후 아무 조치 없이 복귀한 직원들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 수용자의 자살·자해 징후 등이 기록되는 ‘보호장비 사용 심사부’도 사망 후 3일이 지나 작성되었고 작성 다음날 결재되었다. 법무부는 가해자들의 징계 사유 및 형사책임의 존부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7. 법무부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하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
(1) 신체를 직접 구속하는 보호장비 사용과 보호실·진정실 수용의 병행을 금지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는 세 종류의 보호장비 착용에 더해 비상벨도 없는 보호실에 감금됨으로써 자신의 악화된 건강 상태를 교도관에게 알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일선 교정시설의 보호실·진정실은 자살·자해 방지 등의 설비를 이미 갖추고 있으므로, 보호장비까지 병행 사용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미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10개 교정시설에 대한 방문조사 후 2019년 법무부에 원칙적으로 보호실·진정실을 활용함으로써 보호장비 사용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보호실·진정실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를 ‘권고 불수용’으로 공표하기까지 했다. 법무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 이번 사망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2) 보호장비의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안전성 평가를 시행하여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보호장비는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비록 피해자의 사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보호장비의 중복 사용이 사망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임은 분명하다. 피해자에게 사용된 금속보호대는 허리와 손목을, 머리보호장비는 머리를 압박하고 발목보호대는 양발목을 고정하여 쉽게 걷지 못하도록 한다. 2021. 1. 법무부 교정개혁위원회는 “보호장비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도구 또는 지표가 없어 보호장비 안전검사가 주기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보호장비 사용 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장비별 사용(해제)대상, 요건, 절차, 안전검사 기준 등을 포함하는 보호장비 사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과 “보호장비의 구조와 형태로 인해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보호장비를 점검하여 구조와 형태를 개선·보완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2021. 12. 천주교인권위원회의 정보공개 청구 결과, 가이드라인은 마련되지 않았고 보호장비의 개선·보완도 이루어지지 않았음이 확인되었다.
(3) 보호장비와 보호실·진정실 남용 실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통계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는 보호장비의 사유별 사용 건수와 사용 시간, 둘 이상의 보호장비 사용 건수, 보호실·진정실 사유별 수용 건수와 수용 시간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보호장비는 신체를 직접 결박하여 고통을 주는 것으로 ‘현대판 신체형’이라 불러도 무방하다. 징벌은 구체적인 규율 위반 행위가 있을 때 집행되지만, 보호장비는 “도주·자살·자해 또는 다른 사람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큰 때”, 보호실은 “자살 또는 자해의 우려가 있는 때”와 같이 추상적인 사유로 사용될 수 있다. 징벌은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징벌위원회에서 결정되지만, 보호장비 사용과 보호실·진정실 수용은 사실상 일선 교도관이 결정한다. 주요 보호장비는 최장 사용 가능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무기한 사용이 가능하다. 관련 통계의 공개는 보호장비 등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다.
(4) 수용자 사망 시 그 경위를 사망 후 일정 시점에는 공개해야 한다. <2024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23년 병사 49명, 자살 9명으로 2014년(병사 24명, 자살 4명)에 비해 사망자가 2배 넘게 늘어났으나, 사망의 경위에 관해서는 공개된 자료가 없는 실정이다. 특히 가족관계가 단절된 수용자의 경우에는 사망 경위의 공개가 필수적이다. 형집행법은 수용자의 시신을 인수할 사람이 없을 경우 임시로 매장하거나 화장(火葬) 후 봉안하도록 하고 있다. 사망 경위에 위법·부당한 점이 있더라도 가족 등 연고자가 없는 수용자의 경우에는 억울함을 해소할 길이 없다. 이번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모니터링을 하던 중 발견하여 직권조사를 개시했기에 드러날 수 있었다. 수용자 사망 시 그 경위와 채증 영상 등 기초자료를 국가인권위원회로 통보·전달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편, 소측이 형(구속)집행정지를 관리 책임 회피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형(구속)집행정지 직후에 사망한 수용자도 교정시설에서의 사망 사건으로 간주하고 통계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8. 국제사회도 보호장비의 남용과 수용자의 사망에 관해 지적한 바 있다. 2015. 11.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한 심의 후 발표한 최종견해에서 “구금시설 내에서의 보호장비 사용이 주로 징벌의 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보고 및 그 사용의 종료시점이 교도관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형집행법 제99조 제2항(보호장비는 징벌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아니 된다)의 이행 여부가 반드시 모니터링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장비의 사용이 법적으로 정해진 한도를 따를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7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는 대한민국 제6차 국가보고서 심의 후 발표한 최종견해에서 “구금 중 사망과 고문 및 학대 혐의를 효과적으로 조사할 독립 기구의 부재”를 우려하고, 구금 중의 모든 폭력, 과도한 유형력 사용과 사망 사건은 가해가 의심되는 사람과 기관상·위계상 관련이 없는 독립 기구를 통해 철저히 조사되도록 보장하고, 책임 있는 사람들을 처벌하며,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 등을 권고했다.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한국정부에 권고 사항 이행 계획 통보를 요청한 만큼, 법무부는 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신속하게 나서야 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4년 11월 18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