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년 이주노동자 故 강태완 님을 추모하며
[성명]
청년 이주노동자 故 강태완 님을 추모하며
한국에서 26년 동안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청년 이주노동자로 살며 국내 정착을 위해 발버둥 쳤던 청년 강태완이 지난 11월 8일, 전북 김제의 특장차 제조업체 HR E&I에서 일하던 중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자진출국과 재입국 등 힘든 여정을 거친 끝에 체류자격을 얻고 취업한 지 8개월 만이었다.
여섯 살 때 어머니와 한국에 와서 천신만고 끝에 겨우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서른 두 살 청년의 비보와 그의 국내 정착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썼던 활동가 김사강(이주와 인권연구소)의 절규에 우리는 함께 분노한다. 청년 강태완은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13년, 청년 이주노동자로 2년을 이 땅에서 살아왔다. 그의 삶은 차별 받고 배제 받는 미등록 이주아동의 현실과 위험한 노동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안타까운 비보와 활동가의 절규를 들어야 할 것인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989년 유엔(UN)에서 만든 아동권리협약은 우리나라에서도 1991년 비준하여 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다. 유엔(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 또는 그 부모의 신분과 관계없이,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자국 내 모든 아동에게 적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아동의 체류권 제도화 권고에 따라 정부는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구제대책’을 마련하였지만, 이는 아동에게 거주 비자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 대학 진학이나 전문직 취업을 전제로 한 미흡한 조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2025년 3월까지만 유효하다. 이주아동이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하며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해 국내에 취업한 외국인 노동자는 92만 3천 명으로, 사상 처음 90만 명을 넘었다.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하지만, 산업재해 사망자는 전체 사망자 812명 중 외국인은 85명으로 10.5%를 차지하고 있다. 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사고재해율 역시 전체 노동자가 0.49%인 데 비해 외국인은 0.87%이다. 지난 6월 24일 발생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로 사망한 노동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노동환경의 개선 없이 위험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로 채우려는 ‘위험의 이주화’는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두 손 모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유가족분들께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 그의 발자취를 따라 미등록 이주아동이 한국에 체류하며 꿈을 키우기 어려운 현실, 위험한 사업장에 이주노동자들이 내몰리는 현실의 개선을 위해 더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아울러 이번 산재사망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유족들과 함께 할 것이다.
2024. 11. 1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윤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