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퀴어퍼레이드 참가 후기] ‘성평등도서’ 읽는 2025 서울광장 퀴퍼를 기다리며 / 김민아
‘성평등도서’ 읽는 2025 서울광장 퀴퍼를 기다리며
김민아(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공동법률사무소 이채)
2024. 6. 1. 서울퀴어퍼레이드(서울퀴퍼) 당일은 주말 오전이지만 피곤 가득해도 눈이 잘 떠집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서울광장을 되찾지는 못했지만, 다시 모일 수 있음에, 서로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겠죠.
당일 오전에는 ‘책 읽는 서울광장’에서 ‘성평등도서를 한구절씩 읽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고 하니,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와이파이 응원을 전달하고 무지개 착장을 준비해봅니다.
민변은 매년 서울퀴퍼 기획단을 꾸려 부스 참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작년에는 ‘굿즈’ 기획 단계부터, 올해는 당일 부스 도우미로 참여하였습니다. 민변 퀴퍼 굿즈는 능력자들의 손에서, 귀여운 민변 고양이 키링, 혐오쉿!타투스티커, 고양이를 담은 무지개스티커, 성소수자 권리를 명시한 문구를 담은 마스킹테이프 등 매년 진화하고 있습니다. 다소 무거운 민변의 이슈를 귀엽고 다채로운 굿즈에 담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고 소중합니다.
그래서인지 민변 부스는 생각보다 인기가 많습니다. 이렇게나 귀여운 민변 깃발을 든 고양이라니, 심각한 뉴스나 재판에서나 봤을 법한 ‘민변’ 이라는 조직은 당일 무수한 해방감을 마주치며 다시금 함께 하는 조직으로 사람들의 곁에 있게 됩니다.
부스 행사 중 올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성소수자 축복식 참가 이유로 이동환 목사 감리교 출교 판결’이 선정되었습니다. 2019년 인천퀴퍼에서 축복기도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2년 징계에 이어 올해 초 출교처분을 받으셨고, 이에 불복하는 법정싸움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감리교를 상대로 한 소송은 거대한 차별과 혐오의 벽 그 자체를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교회에서, 법정에서 성소수자의 존재와 권리를 선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물러서지 않는 연대의 마음이 이어지며 올해 퀴퍼에서 개신교 목회자 30명이 합동축복식을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퀴퍼의 마무리는 역시 퍼레이드~!사실 무겁고 복잡한 이슈들이 그득한 퀴퍼이지만 함께 걷는 퍼레이드는 행복합니다. 손에 든 맥주 때문은 아니고, 모두들 자신이 온전히 원하는 모습으로 웃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나저나 팔뚝 근육이 부족하여 민변 무지개 깃발을 힘차고 곧게 장시간 들고 있지 못하니, 내년 퍼레이드를 위해 참참히 운동을 해야겠습니다.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