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기고] 새로움과 뜨거움이 가득했던 2023 서울퀴어문화축제 / 서한솔 회원

2023-07-07 131

새로움과 뜨거움이 가득했던 2023 서울퀴어문화축제

-서한솔 간사

우리 모임의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모임의 소수자인권위원회, 여성인권위원회, 정치개혁 TF와 디지털콘텐츠팀을 맡고 있는 본부 서한솔 간사입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회원 여러분들께 두 번째로 인사를 드립니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7월, 무탈하게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언제나 반인권적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하는 활동을 해 온 우리 모임의 구성원들에게 무탈하냐는 인사를 건네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의 개최를 위해 서울광장 사용신청을 했지만 보수 기독교계의 방해 행위와 서울시의 차별적인 행정으로 장소를 빼앗겼을 때, 감리교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 축복식을 진행하고 옹호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의 교회재판이 정당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안타깝고 슬픈 말은 함께 삶을 열심히 살아 보자고, 혐오에 맞서보자고 약속했던 변희수 하사, 임보라 목사와 같은 소중한 사람들이 무지개별로 여행을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슬픕니다.

어쨌든 24회째를 맞은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지난 7월 1일 을지로2가 일대에서 아주 성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서울광장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축제를 즐겼습니다. 새로운 장소에서는 혐오세력들이 부채춤을 추고, 확성기로 소음테러를 하는 등의 방해공작(?)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무지개별로 잠시 여행갔던 사람들도 이번에는 서울광장이 아닌 을지로2가, 국가인권위원회 근처로 잘 찾아와 더위 속에 함께 축제를 잘 즐긴 것 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통상적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부스와 축하공연, 환영무대, 연대발언, 도심에서의 행진을 포함하는 서울퀴어퍼레이드를 비롯하여 한국퀴어영화제, 레인보우굿즈전, 온라인퀴어퍼레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약 한 달간의 시간동안 다양성과 존중을 위한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축제가 진행되는 셈입니다. 여담으로, 무슨 페스티벌, 무슨 축제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축제보다 제일 재미있고 핫한 축제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도심 행진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사실 저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습니다. 제가 언젠가 애인이 생긴다면 축제와 도심 행진을 하는 현장에서 함께 손을 잡고 걷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일상에서도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성애 중심의 사회에서 다른 유형의 사랑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기에는 아직 부족하고, 대한민국 사회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더딘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만사형통인지 물어보기도 하시겠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최소한의 존중과 평등, 반차별에 대한 사회적인 약속이 법률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애인과 함께 길을 걸었습니다. 행진하는 내내 애인과 함께 손을 잡고, 얼굴을 맞댄 사진을 찍고, 동성애는 ‘죄’이기에 ‘회개’하라는 사람들을 향해 우리와 함께 반차별에 맞서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애인도 저도 코로나19 이후 마스크를 벗은 상황에서 더욱 자유롭게 자긍심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몇 해와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장소 근처에서 애인과 2박 3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퍼레이드가 끝난 7월 2일, 도심 행진을 했던 장소는 다시 사람들과 차로 붐볐습니다. 어제 우리가 함께 했던 장소의 모습이 다시 복구(?)된 셈이었습니다. 곰곰이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하다가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들은 저런 해괴망측한 논리로 함께하는 사람들을 소리로, 목소리로, 현수막 등으로 괴롭히는지 말입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퍼레이드 당일에 언론은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있었다며 또 다른 차별을 낳는 보도를 보아야 하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지리멸렬한 싸움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우리 모임의 본부와 지부는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퀴어퍼레이드 행사에 부스를 내고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행진 대오에 합류하고, 인권침해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회원 여러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가능하시다면, 각 지역퀴어문화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별과 불평등으로 가득한 사회를 반차별과 평등, 존엄이 가득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이자 입법대응팀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에 함께 힘을 싣고 싶으신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함께 더 힘을 모아봅시다. 그리고, 결국 제정해 봅시다.

글을 길게 쓰긴 했지만, 어쨌든, 정말, 진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요? 이렇게 인사드리려고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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