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人의 공간⑦] 조건 없는 환대의 공간,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방문기
[민변人의 공간]은 민변 회원의 시선에서 민변 회원이 소속된 사무실이나 공간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터뷰 응답자의 의견은 해당 사무실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 : 나대현
나대현(이하 ‘나’) :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송지은(이하 ‘송’) : 저희는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이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어요. ‘청소년’이자 ‘성소수자’인 이들의 위기를 지원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2013년부터 준비를 시작해서 2015년 첫 상담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각종 상담과 지원을 해오고 있어요. 한국 사회에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어디에도 마음 붙일 수가 없고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고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 너무 없다 보니까, 성소수자 인권단체, 종교계, 각종 시민단체와 기업 등 그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아서 도움을 주셨는데, 그게 태동이 돼서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나 : ‘띵동’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있을까요.
송 : 일단 짐작하시는대로 띵~동~ 초인종 소리를 의미해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벨을 누르고 쉽게 찾아올 수 있고 또 환대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그렇게 지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좀 예전이긴 하지만, 레즈비언 청소년들이 과거에 서로의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서 사용했던 은어이기도 해요. 한쪽에서 “혹시 띵?”하면, 저쪽에서 “동? 띵동이니?”하면서 서로를 알아보곤 했던 거지요. 요즘 청소년들은 거의 모르시는 것 같긴 하더라구요.
나 :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띵동에 합류하게 되셨나요.
송 : 저는 원래 이제 송무 변호사로 일을 하다가 공익변호사 자립지원 사업을 통해 2017년부터 띵동에서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많은 위기를 경험하게 되고, 각종 법률적 조력이 긴급하게 필요한 경우들이 있어요. 그런데 당시 띵동에 상근변호사가 없다 보니 다른 기관과 연계해서 법률지원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띵동에서 변호사가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해주셔서, 제가 2017년부터 상근변호사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나 : 띵동은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송 :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이제 가정폭력 피해를 굉장히 많이 경험하고, 이러한 폭력이나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가정을 탈출하곤 해요. 저희는 이것을 ‘탈가정’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탈가정 청소년들이 나와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같은 고민을 가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 받을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띵동 식당’과 ‘띵동 포차’ 같은 프로그램을 열어요. 편안한 공간에서 나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면서 이야기하고, 먹고, 놀고 하는 것이지요. 특히나 지역에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사람을 만나거나 모일 공간이 더욱 없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프로그램이 계기가 돼서 목포나 제주도에서 오기도 합니다.
나 :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주소를 찾으려고 했는데, 센터 위치를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더라구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안전을 위함일까요.
송 : 네, 맞아요.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고, 게이나 레즈비언 같은 용어들은 혐오 발언 내지 욕설처럼 사용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 성소수자들 역시 학교와 가정 등 일상적인 혐오에 계속 노출되어 있다 보니까, 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공개적인 장소보다는 비공개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이제는 저희의 활동을 지지하고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에, 점차 열린 공간으로서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띵동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어떨지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나 : 이 곳을 둘러보니 주방, 낮잠방, 샤워실, 오픈룸 등 굉장히 다채롭네요.
송 : 청소년들이 같이 따뜻한 밥을 나눠 먹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어서 주방도 많이 신경 써서 마련을 했습니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별도의 공간에서 방해받지 않고 상담받을 수 있도록 상담실이 있구요, 전국 각지에서 상담 요청이 오는데 그때 사용하는 전화 상담실도 있습니다.
송 :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보드게임 하거나 책 읽거나 간식 먹거나 할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 있구요. 저희가 아직 24시간 운영하지는 못하고 있는데, 탈가정한 청소년들이 어디선가 밤을 보내고 와서 샤워를 할 수 있는 샤워실, 잠깐 눈 붙일 수 있는 낮잠방이 있어요. 낮잠방은 최근에 이곳으로 잠시 사라졌는데, 다시 그런 공간을 구성하려고 합니다.
나 : 최근에 띵동이 비영리 사단법인 허가를 받은 것 같던데,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송 : 저희가 작년부터 준비해서 올해 2월에 창립총회를 하고 여성가족부에 사단법인 설립 허가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어요. 여가부에서 표면적으로 내세운 사유는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2개 이상 시·도에 걸친 활동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띵동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고 전국에서 상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입증이 되거든요. 그런데도 여가부에서는 소관이 아니라거나 하는 이유 등으로 계속 받아주지 않아서, 결국 저희도 포기를 하고 서울시에 비영리법인 설립허가를 받았어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는 공식적인 울타리가 된 것 같아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나 : 앞으로 띵동이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으신가요.
송 : 이곳을 찾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심각한 고민을 안고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하지만, 사실 띵동이라는 곳은 그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충분히 공감해 주면서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르기까지 같이 버텨주는 곳이거든요. 이곳을 거쳐간 사람들에게 띵동이란 곳이 조건 없이 자신을 인정하고 지지하고 환대해주었던 공간으로, 저는 그 공간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나 : 끝으로 민변 또는 민변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송 : 제가 이곳에 있는 유일한 변호사이다 보니 외로울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때 민변을 가면 같이 고민해주는 동지들이 있고, 또 응원하고 힘을 보태주세요. 띵동으로 처음 이끌어주신 장서연 변호사님, 항상 든든한 힘이 되어주시는 ‘완전소중’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모든 회원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앞으로 이 공간을 더 많은 분들께 개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고, 청소년 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법률지원단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앞으로 띵동의 활동에 관심 가져주시고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