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긴조변호단][논평]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관련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하며, 모든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한다_220831

2022-08-31 63

[논평]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관련 국가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환영하며, 모든 긴급조치 피해자 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한다.

1. 어제(2022. 8. 30.) 대법원(전원합의체)은 민주주의 유린과 인권침해의 상징이었던 박정희 유신 시대의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 발령행위와 이를 적용․집행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직무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국가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는 2015년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가 대통령의 긴급조치가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서 불법행위가 될 수 없다고 한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먼저, 이 땅의 민주주의와 시민의 인권보장을 외쳤고, 유신 시대의 폭압적인 채찍을 맞아가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 새벽을 열어간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정치 행위라는 핑계로 국가의 불법행위를 부정하며 초유의 사법 농단의 전례가 된 대법원 제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의 판결에 따라 구제되지 못한 긴급조치 피해자 선배들의 고통을 기억하고자 한다. ‘같은 것은 같게’라는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따라 구제되었어야 했음에도 심리불속행이라는 이름으로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많은 대법원판결로 구제받지 못한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구제방법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2. 이번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이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에 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밝힘으로써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한 모든 긴급조치 피해자의 구제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은 새로운 판결이 아니라 길을 한 참 되돌아 제자리를 찾아간 판결임을 말하고자 한다.

대법원은 유신 시대에 이 땅의 민주주의 새벽을 위해 온몸으로 외치다가 50년 이상 고통을 받으며 살아온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사법적 구제를 빨리도 할 수 있었다.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반성 위에서 법원이 과거를 청산하고 새 출발을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2010년 활동을 종료하면서 사법적 구제책을 권고했었다. 그 이후 2010년경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므로‘당초부터 위헌․무효’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냈다. 이로써 대법원은 흑역사로 얼룩진 사법부 과거를 청산함과 동시에 인권 최후의 보루가 사법부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방법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대법원은 재심 무죄를 받았던 긴급조치 피해자의 목소리에 화답하는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법원이 스스로 긴급조치 발령행위가 국민의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밝혀 놓고서도‘딱 6줄’로 정치행위라며 불법행위를 부정하는 판결을 하였다. 이런 판결의 배경에 판결과 상고법원을 거래하는 사법 농단이라는 헌정 초유의 부끄러운 일이 숨어있었다. 사법 농단은 불신받던 사법부를 더더욱 믿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사법부 불신은 법원의 위기를 불러왔다.
이러한 배경들이 대통령 긴급조치의 발령행위와 이를 적용․집행한 수사기관이나 법관의 직무 행위가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의 분위기가 되었다. 이 같은 하급심 판결이 더욱 늘어갔고, 2019년 12월이 되어서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에 올려 답할 준비를 진행했다. 하급심은 계속해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놓았다. 곧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올 듯하던 분위기에서 안타깝게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일들도 생겨났다. 법원을 믿지 못하고 특별법으로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지난 2021년 겨울부터 적지 않은 기간에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피켓을 들며 대법원 앞에서 판결을 촉구하는 시위도 이어졌다. 이번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에서도 소수 의견을 제외하고 사법부 인적 청산이라고 느껴질 독립된 법관의 책임을 인정하려는 노력도 없었고,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제자리 찾기를 하는 듯한 판결임에도 10년이라는 시간을 왜 보내야 했는지에 대한 대법원이 성찰하는 모습을 읽기 어렵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을 마냥 환영만을 할 수 없는 이유이다.

3. 그럼에도 이번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에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으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무에 반하여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강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일련의 국가작용, 즉,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이를 적용하여 수사하고 기소한 행위, 기소한 내용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적용한 재판행위로 기본권을 침해당한 모든 긴급조치 피해자이 동등하게 구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 이에 우리는‘같은 것은 같게’라는 헌법상의 평등 원칙에 따라 구제되어야 했음에도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부끄러운 일로 같은 상황의 긴급조치 피해자가 구제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들이 구제될 수 있도록 방법을 사회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함을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국회가 입법으로 구제할 방법을 찾기를 촉구한다. 이것은 이 땅의 민주주의 새벽을 열어간 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존경의 마음을 표하는 최소한 예의이고, 우리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자긍심을 드높이는 살아있는 교훈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2022. 8. 3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긴급조치 변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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