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역삼동 지킬석사’, 정상혁 회원의 공익변호사 활동기

2022-08-01 131

[회원인터뷰] ‘역삼동 지킬석사’, 정상혁 회원의 공익변호사 활동기

-인터뷰어: 김성주 (편집: 김성주, 허진선)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변호사 일을 시작한 지 만 1년이 조금 넘은, 새내기 변호사 정상혁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사단법인 선과 사단법인 올이라는 단체에서 공익전담 상임변호사로 일하고 있어요. 이렇게 민변 회원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이고 감사드립니다.

Q) 사단법인 선과 사단법인 올, 두 곳의 일을 동시에 하고 계시는군요. 투잡을 뛰시는 건가요?

하하 투잡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두 단체 모두 법무법인 원의 파트너변호사님들이 주도해서 설립한 공익활동 목적의 사단법인입니다. 두 단체 모두 공익소송을 발굴, 기획하고, 공익 목적의 토론회나 학술 세미나, 심포지엄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도 소송대리를 할 때에는 법무법인 원 소속 변호사로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어찌 보면 소속이 세 곳이라고 볼 수 있네요(웃음).

 

Q) 그렇군요. 그럼 사단법인 두 단체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우선 사단법인 선은 법무법인 원이 로펌 공익활동을 위해 자체적으로 출자해서 설립한 단체예요. 2013년도에 설립되어서 이제 만 10년을 향해 가고 있구요. 법무법인 원의 파트너 변호사님들 뿐 아니라, 어쏘 변호사님들도 모두 이 단체의 구성원으로 등록되어 있어요.

반면 사단법인 올은 2018년도에 설립되었는데, 젠더와 성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활동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여기에는 법무법인 원의 파트너 변호사님 일부 뿐 아니라, 법무법인 원 소속이 아닌 외부 변호사님들, 교수님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고 운영 중인 단체예요. 이사장님은 전 헌법재판관 전효숙 변호사님이고, 강금실 변호사님, 전수안 전 대법관님, 이유정 변호사님, 법무법인 지향의 김진 변호사님, 법무법인 덕수 박수진 변호사님, 서울대 윤진수 교수님, 이화여대 박귀천 교수님 등이 회원 또는 이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Q) 변호사님은 사단법인 선, 그리고 사단법인 올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세요?

사단법인 선에서는 공익소송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어요. 성폭력피해자 사건, 난민, 이주민 사건, 환경분쟁 사건, 보호종류아동 사건, 사회적경제기업들에 대한 법률자문 등을 직접 수행하기도 하구요, 사건의 성격에 따라 로펌 내의 다른 변호사님들과 네트워킹 해드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단법인 올에서는 주로 연구활동과 강의기획을 맡고 있어요. 특히 1년에 2회 젠더법 아카데미를 개최하는데 사단법인 올의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리고 올해 9월 초에 ‘젠더와 법’이라는 교재가 발간될 예정인데, 이 교재의 편집과 발간 실무를 맡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올 소속의 기라성같은 변호사님들과 교수님들이 함께 집필해주신 정말 좋은 책이니까, 발매되면 많이들 봐 주세요(웃음).

 

Q) 공익전담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을까요?

특별한 계기가 된 시점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법조인이 되겠다고 목표를 세웠던 이유가 공익인권 전담 변호사로서 공익활동을 하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지향하는 사회를 위해 일조하는 데에 공익전담 변호사로서 일해 보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Q) 공익전담변호사로 1년 정도 활동해보니 소회가 어떠신가요?

음, 저희가 활동하는 분야는 일반 로펌에서의 송무보다는 동기부여와 사명감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회의 법과 제도, 통념, 편견들에 맞서서 소수자와 약자를 대변하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가 조만간에 드러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아요. 가끔 계란으로 바위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서 공익 전담 변호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처우 개선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마침 올해 9월달에 공익변호사들 모임에서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세미나를 열어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공익변호사들 모두 가지고 있는 고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Q) 변호사님은 공익인권 분야 중 주로 어디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계신가요?

저는 주로 젠더법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어요. 사단법인 올의 공익전담 변호사로 일하게 된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민변에서도 여성인권위원회와 소수자인권위원회에 가입되어 있기도 하구요.

 

Q) 젠더법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6년 전후로 우리 사회에서 젠더 이슈가 많이 생겼던 것으로 기억해요. 일간베스트를 중심으로 한 여성혐오표현이 범람하고, 메갈리아 커뮤니티에서의 미러링 관련 논쟁이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서 강남역에서 여성을 표적으로 한 살인사건이 발생했죠. 저는 당시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주변 여성 동료 학우들과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젠더 이슈에 대해 본격적으로 학습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사실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위 사건들을 접하기 전에는 성평등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물론 머리로는 ‘남녀평등’의 개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사회에서 여성들이 실제 어떤 구조에서 불평등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강남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생존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를 계기로 젠더 이슈에 관심을 기울였고, 과거 스스로의 무관심에 대한 반성과 성찰도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변호사님이 보기에 현재 우리사회에서 젠더 이슈들이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나요?

해결되려면 아직 멀었죠. 여전히 직장 내에서 남성 상사와 여성 부하직원 간 권력관계에 따른 성폭력과 성희롱이 만연해있음을 목격하고 있고요. 남녀 간 임금격차, 직급 별 성비, 사회지도층 직위 구성비율 등의 지표를 보면 여전히 남녀차별이 만연해있다는 것을 금방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계속 바뀌어보려는 시도들도 분명 계속되고 있어요. 법원도 최근 성폭력피해 사건에서 이른바 피해자의 정형성을 벗어나서 피해자의 진술과 경험에 주목하여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구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업무들이 많아지는 과정에서 남성 중심적이던 사회 조직문화도 조금씩 바뀌어나가고는 있는 것 같아요.

 

Q) 최근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의 법인 신청 불허에 대하여 행정심판대리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어떻게 맡게 되었나요?

서울퀴어문화축제라고 회원분들은 한 번 쯤은 들어보시거나 참여해보셨을거예요. 이 축제는 2000년 이후 서울에서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 여름에 열리는 퀴어축제인데요. 아무래도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행사고, 또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성소수자문화축제다보니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한 법인 설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그래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가 2020년 11월에 서울시에 법인설립 허가를 신청했는데, 서울시는 2021년 9월 3일 조직위의 법인설립신청에 대해 거부처분을 했어요.

저는 거부처분 소식을 접하고 먼저 조직위에 연락을 드려서, 혹시 법률조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문의했어요. 조직위에서 그렇지 않아도 공감, 희망법과 대응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이후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님이 연락 주셔서 변호단 합류를 제안 해주신 덕에 이 사건을 경험해볼 수 있었네요.

Q) 행정심판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다행히도, 그리고 당연하게도(웃음) 저희가 이겼어요. 행정심판위원회는 서울시의 법인설립 허가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저희들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주된 인용 이유는 서울시가 거부처분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것이었구요, 특히 서울시의 처분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점을 행정심판위원회도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행정심판위원회 재결 이후에도 법인설립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서, 저희도 간접강제를 포함한 후속 대응책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Q) 퀴어문화축제조직위 사건 외에 또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사단법인 선에 처음 합류하자마자 진행했던 사건이 있는데요, 홍익대학교 교수의 성폭력 징계절차에서 피해자들을 대리했던 사건이예요. 이 사건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가해자를 형사처벌 할 수 있는 적용 법조가 없었어요. 교수와 학생 간 사이에서의 성희롱이여서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되지 않았구요. 위계·위력에 의한 성폭력 관련 조항을 적용해보려 했는데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었어요. 결국 성폭력이라고 해도 직접 육체적인 성적 접촉이 없으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보니, 형사고소를 하지 않고 징계절차만 진행했던 사건입니다.

결국에는 징계 절차를 통해 가해자의 해임처분이 확정되었어요. 저로서는 변호사가 된 이후 첫 사건이기도 했고, 20명 가까이 되는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서 피해사실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사건인 것 같아요.

Q) 민변에는 어떤 경위로 가입하셨나요?

로스쿨에 입학하면서부터 민변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마침 로스쿨 인권법학회 연합(인연)에서 뵈었던 선배들이 민변 가입을 적극 권장해주시기도 했어요. 학생 때 가입하려다보니 회비 납부를 해야 한 대서(웃음), ‘변호사 되면 꼭 바로 가입해야지’ 다짐하고 합격 후 바로 가입했죠. 2021년 5월에 가입했습니다.

 

Q) 민변 어떤 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나요?

노동위원회, 여성인권위원회,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생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어요. 열심히 나가야하는데.. 야근 핑계로 출석률이 낮아서 죄송해요(웃음).

 

Q) 민변 활동 중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으시다면요?

제가 공익변호사단에도 소속되어 있어서 사건을 몇 개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그 중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반대하는 환경활동가들이 민주당 당사를 침입했다는 이유로 건조물침입죄 등으로 기소된 사건이 있는데, 이 사건의 주심을 맡아서 현재 변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변의 서채완, 조은호, 조윤희. 황호준 변호사님 등과 함께 하고 있어요. 올해 5월부터 공판이 열려서 이제 막 시작된 사건이구요.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내보려구요!

 

Q) 2021년도 민변가왕에 출전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역삼동 지킬석사라는 참가자명으로 무려 2등에 오르더군요!

하하 운이 좋게도 2등으로 입상했네요(웃음). 제가 민변에 가입한 이후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정기모임이나 월례회 등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잖아요. 교류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마침 <민변가왕> 프로그램 소식을 알게 되었고, 평상시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참가 신청을 했어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투표해주셔서 좋은 결과를 얻었네요(웃음).

 

Q) 노래방 애창곡이…?

야다의 ‘이미 슬픈 사랑’ 이요..(웃음) 중학교 축제 때부터 나가서 불렀던 애창곡입니다. 저는 락발라드 체질이라서 가왕의 필수조건인 노래 + 안무까지는 섭렵하지 못하고 있네요(웃음).

 

Q) 2022년도 민변 가왕에 또 출전하실 생각이 있으신지요?

하하… 또 나가면 민폐지 않을까요. 혹시 패널로 불러주신다면 적극 참여하겠습니다(웃음).

 

Q) 평소 스트레스 해소를 노래로 하시나요?

네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쉬는 날에는 마블 영화 감상이랑 게임도 종종 즐기구요. 예전에 지금보다 어릴 때는 나가서 친구들과 술마시면서 스트레스 푸는걸 좋아했는데, 서른 넘은 후부터는 집에서 가만히 누워있는게 가장 좋더라구요(웃음).

 

Q) 민변에 관심 있는 동료&후배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일단 변호사단체 또는 조직 중 민변만큼 의미 있는 활동들을 주도적으로 하는 곳은 없다고 생각해요.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참여하고, 문제제기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동기 모임도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다양한 연차의 선후배들이 모여 있다 보니, 처음부터 바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요. 비슷한 기수들끼리 모여서 유대를 쌓고 연대감이 생기다보면 저희 후배 기수들의 참여도 더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Q) 변호사님에게 민변은 어떤 의미인가요?

존경하는 선배들이 모여있는 존경하는 조직이예요. 로스쿨에 있을 때부터 ‘노동자들의 변호사들’과 같은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런 활동을 하는 법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한테는 ‘왜 법조인이 되려고 했는지’라는 질문에 답변을 줄 수 있는 곳, 그리고 앞으로도 변호사로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곳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선후배님들과 함께 열심히 활동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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