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만장의 대북전단살포, 누구의 무엇을 위한 행동인가
-작성: 오민애 회원(민변 통일위원장)
지난해 말 국회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남북관계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이른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통과되었다. 그동안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둘러싸고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제재를 한다면 제재의 법적 근거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많은 논란이 있었다. 법이 통과된 후 시행을 앞두고 일부 단체에서는 올해 초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지난 4월 미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미 의회 산하기구로 전세계의 인권문제를 다룸)에서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다루는 청문회까지 개최하였다. 전단을 살포하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 주된 취지였다. 통일부가 파악한 것만으로 2008년부터 2020년 5월경까지 약 1924만장이 살포된 대북전단, 이를 어떻게 봐야할까.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문제될 때마다 하게 되었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11월 17일, 통일위원회는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윤건영 의원실과 함께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법적 쟁점과 주권 침해 문제”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지난 18대~21대 국회에서 14개의 관련 법률안이 발의됐었고, 대북전단살포행위가 상호비방금지에 관한 남북합의에 위배되고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문제제기는 계속되어왔다. 그러나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가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여왔고,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수단’에 대한 제재의 문제이기는 하나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았다. 김남주 변호사님의 발제를 통해서, 오랜시간동안 국내외에서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둘러싸고 있었던 논란에 대해 정리해볼 수 있었다.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누군가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하고, 필요한 경우 제재가 가능할 것이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과거 대북전단살포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하고, 대북전단살포금지를 내용으로 하는 입법청원을 하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문제되어왔던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국회에서 논의된 법률에 대한 논쟁도 우리 사회에서 풀어나가고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그런데 이 법을 둘러싸고 미 의회 산하 인권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진행한다는 것은, 토론회에서 확인된 것처럼 설령 국제법상 국내불간섭의 원칙을 위배한 행위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히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남북관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적절한 행위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북한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그리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적개심을 가져올 수 있다는 토론회에서의 전수미 변호사님의 지적은, 실제 대북전단행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게 하였다. 토론회에서 접경지역 주민이나 지자체 관계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이기도 했다.
토론회를 마치고, 정보전달을 통한 알권리의 실현이, 인터넷이나 방송 등을 통해 남북 상호간에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알 수 있는 통로가 막혀있는 상태에서 온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남았다. 정보를 전달하고 북한주민의 알권리를 실현하겠다는 이유로 대북전단 살포가 가능한 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정보전달과 교류가 불가능한 현재 상황이 전제되어있기 때문이 아닐지. 온전한 정보교류가 어려운 상태에서 왜곡되거나 상대방에게 적개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자유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보호될 수 있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법의 개정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논란 속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조금은 더 분명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
[통일위 토론회]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의 법적 쟁점과 주권침해 문제 (자료집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