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단체][성명] 중대재해기업 처벌하지 않고 보호하겠다는 시행령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관하여

2021-07-15 52

 

[노동법률단체][성명]

중대재해기업 처벌하지 않고 보호하겠다는 시행령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관하여

 

국회는 지난 1월 26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을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한 바 있다. 물론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위 법률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 법적용 제외, 질병재해에 대한 적용범위의 대통령령 위임, 발주사와 발주공사의 법 적용 제외, 경영책임자에 대한 책임회피 출구, 처벌수위의 축소, 공무원에 대한 책임과 처벌 삭제 등을 이유로 들며 입법 취지를 살리지 못한 누더기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렇다면 법률이 대통령령에 위임한 시행령은 이러한 비판을 고려하여 법률의 입법 취지를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마련되었어야 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2021. 7. 9.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건 명백히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을 봐주려고 제정한 법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첫째, 시행령 제2조의 경우 직업성 질병을 24가지 질병에 한정하여, 삼성 반도체 공장 피해자들과 같이 ‘희귀질환’ 또는 첨단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유형의 질환에 해당하고 그에 관한 연구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발병원인으로 의심되는 요소들과 근로자의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현재의 의학과 자연과학 수준에서 곤란한 질병(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등)을 중대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둘째, 시행령 제4조는 중대산업재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로 안전보건 목표설정(제1호), 이행상황점검(제2호),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제3호), 안전보건인력, 시설 적정 예산 편성(제4호), 500명 이상 사업장 전담조직 구성(제5호), 안전보건의견청취(제6호), 중대재해대응조치(제7호), 제3자 업무도급, 용역, 위탁시 적정 비용 점검(제8호)을 규정하였다. 그런데,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 김용균, 평택항 이선호 노동자 사망 사례처럼 위험 작업의 2인 1조나 과로사 근절을 위한 내용 등 중대재해 근절의 구체적인 핵심 내용은 빠져있다. 또, 위 조항 중 제1호 사업 및 각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와 경영방침을 설정할 것이라는 규정은 지금도 기업들이 하고 있는 것으로 매우 형식적이며, 제4호나 제8호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이나 관리비용은 도대체 “적정한” 인력과 예산 또는 관리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기업들이 정하기 나름이어서 기업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열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하청,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하여는 제8호만 적용하도록 하여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제1호 내지 제7호에 관한 규정 적용도 배제되었다.

 

셋째, 시행령 제5조 중대산업재해 관련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관한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중 제2항 “반기별 1회 이상”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였는지를 점검하도록 한 규정은 우리나라가 산업재해사망율 OECD 1위 국가이고, 드러난 통계상 2020년 산재 사고 사망자가 882명이며, 드러나지 않은 산재사망자의 경우 일 평균 7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에 비추어볼 때 턱없이 완화된 것이다. 매일 의무이행 점검을 하고 결과를 보고받아도 모자를 판이다.

 

넷째, 시행령 제6조 안전보건교육 내용에 노동의 기본법이자 중대재해의 근본원인인 과로에 관한 ‘근로기준법’이 빠진 것도 문제지만, 안전보건교육을 20시간의 범위에서 이수하도록 한 것 역시 문제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오늘도 시흥의 공장 리프트에서 40대 노동자가 끼여 사망하는 등 매일 7명 이상이 일터인 산업현장에서 과로, 질병, 사고 등으로 사망하는 우리나라에서 안전보건교육 20시간과 근로기준법 배제는 교육을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섯째, 시행령 제3조는 법이 적용되는 공중이용시설에 공연, 강연시설을 제외하였고, 최근 광주 건물 붕괴 참사처럼 건물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도 적용이 제외되었다. 시민들의 안전까지 보호하려는 법의 입법 취지는 완전히 몰각된 것이다.

 

결국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반하는 시행령이고 중대재해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 노동법률단체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그 시행령 제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21. 7. 15.()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

첨부파일

20210715_노동법률단체_성명_중대재해기업 처벌하지 않고 보호하겠다는 시행령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관하여.pdf

20210715_법률단체.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