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아동위][성명] 인천광역시교육청은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 제정을 중단하라

2021-03-22 54

[성 명]

인천광역시교육청은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 제정을 중단하라

 

인천광역시교육청은 2021. 1. 25.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안」(이하 이 조례안이라 한다)에 대한 입법예고를 했고현재 일부 표현이 수정된 위 조례의 수정안이 2021. 3. 23.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심사될 예정이다인천광역시교육청은 학교구성원을 학생교직원보호자로 설정하고 이들의 인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했지만조례안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 입법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부실한 수준이다이에 우리 모임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이 위 조례 제정을 중단하고학생 인권과 교직원의 노동권학부모의 참여권 등을 각각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조례안을 다시 고민할 것을 촉구한다.

이 조례안은 기존에 제정된 다른 지역의 학생인권조례에서 일부 규정을 차용하고 그 주체를 학생’ 대신 학교구성원으로 바꿔버린 구성을 취하고 있다그러나 학생들과 교직원보호자들의 권리는 동일한 차원에서 이해될 수 없다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들이 겪게 되는 다양한 차별과 폭력의 상당수는 학교의 설립자나 경영자학교의 장교직원보호자들의 인권 침해 행위로 인한 것이고이는 교직원의 노동자로서 겪는 인권침해 문제나 보호자들의 학교운영 참여권 보장문제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다여러 광역지방자체단체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이유는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가장 약자였던 학생들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직시하고 교육 현장에서 학생 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었다이러한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모든 학교구성원들에게 기계적으로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은 결국 누구의 인권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각자의 권리 주장만 공허하게 부딪히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다른 학생인권조례에서 핵심 조항이라 할 수 있는 차별금지 조항만 놓고 보더라도 이 조례안의 문제점은 분명하게 드러난다이 조례안 제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 금지 사유는 일반법에 규정된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인종신념경제적 지위장애질병 정도이다기존의 학생인권조례에서 언급되는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성적징계와 같은 다양한 차별 금지 사유를 이 조례안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과연 인천광역시교육청이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학생 차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의 권리로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 충실히 보장되어야 할 내용들이 모두 학교구성원의 권리로 통칭되면서 내용이 부실해진 부분들이 많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일례로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는 이 조례안 제6조는 신체 및 정신적 폭력을 금지한다는 내용만 나와 있을 뿐이고다른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에 대한 체벌 또는 강제적인 자율학습 등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학생의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행위 유형들을 열거하는 것과는 달리 제7조에서 추상적으로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마치 학교 구성원들을 대등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서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만 조례에 담겨 있는 셈이다나아가 학교장에게 용모복장 등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나학생의 집회를 사실상 학교장의 허가제로 운영하도록 규정한 부분 등 헌법과 상위 법률에 위반되는 내용도 담겨있다 .

무엇보다 학생인권조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치권과 참여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례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생들의 자치권과 참여권은 다소 제한적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이 조례안에서는 학생 자치조직과 학생회의 권리에 대한 규정이 전무하며이 조례안 제18조에서 교육감이나 학교의 장이 학교구성원 인권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할 경우 학교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기존의 다른 학생인권조례의 내용과 비교해보면 크게 후퇴한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 말고도 이 조례안이 적잖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을 청소년인권단체에서 지적했지만현재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수정안 또한 핵심 내용에서 원안과 큰 차이가 없다이 조례안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그것은 학생인권 보장의 시작이 아니라 명백한 후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우리 모임은 여러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시도 자체가 무산되거나 주요 조항삭제 등 개악되는 사태를 지켜보았다우리 모임은 위와 같은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도록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의회가 아동 이익 최우선의 관점에서 이 조례안을 철회하고학생인권조례 의 제정을 추진하기를 청소년들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

 

 

2021년 3월 2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첨부파일

210322_민변아동위_성명_인천광역시교육청은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 제정을 중단하라.pdf

IMG_1515.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