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장, 매운맛을 보여주마!

2014-11-26 317

진짜사장, 매운맛을 보여주마!

 

-12기 자원활동가 안재학

전태일 열사 서거 44주년이던 11월 13일, 사법부는 절벽 끝에 간신히 매달려있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을 짓밟았습니다. 4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한걸음도 채 걷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난간도 없는 전광판에 올라섰습니다.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109명의 비정규직 동료들, 8년째 오르지 않는 200만 원 정도의 임금, 휴일 없는 노동 등 수많은 문제가 그들로 하여금 그런 위험천만한 곳으로 향하게 한 것입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면 지진이 일어난 듯 밑판이 흔들리고, 밑에서 올라오는 강력한 전자파는 수면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승리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고 다짐한 두 분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파이낸스 빌딩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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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착했을 때 파이낸스 빌딩 앞은 빨간 빛(!?)으로 물들어있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숨어있는 진짜사장에게 매운맛을 보여주기 위해 김장 담그기가 한창이었기 때문입니다. 행사는 생각했던 것만큼 비장하거나 엄숙하지는 않았습니다. 한쪽에는 막 담가진 김치들이 수북했고, 그 옆에서는 풍물패가 놀이를 한 판 벌이고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축제였습니다.

 

노동2

 

노동3

 

길을 지나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거나 옆에 앉아 노조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눴습니다. 사물놀이가 한창일 때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권영국 변호사님이 벌떡 일어나셔서 다소 뻣뻣한 몸짓으로 춤을 추시는 흔치않은 장면을 볼 수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무겁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물론 모두가 웃는 얼굴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행복하거나, 즐거워서 웃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따뜻한 주말,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할 사람들을 차가운 도로위에, 전광판위에 서있게 한 현실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축제와 같은 행사가 늘어난다면 그만큼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홀로 하는 싸움이야말로 가장 힘들고 외로운 싸움입니다. 정말 매운맛을 보기 전에 진짜 사장이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다수의 관심과 함께하고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아닐까싶습니다. 딸이 가장 보고 싶다는 한 가정의 가장이 전광판 위가 아닌,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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