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의 ISD조항 및 공기업의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

2014-11-10 511

 

한·호주 FTA의 ISD 조항 및

공기업의 공공성에 미치는 영향

-서상범 변호사(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법무법인 다산)

 

1. 들어가는 말

 국제통상의 영역에서는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헌법질서와 이를 통해 구성되는 공익 등 핵심적인 국가영역도 통상이라는 사적 이해관계가 작동하는 대상으로 변모하고 있는데, 국가 내에서의 입법작용은 국가구성원들이 생활의 내용과 형성과정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행위이며, 그것은 국민의 생명, 자유와 재산, 그리고 행복의 내용과 질을 규율하는 법규범의 제정 작용입니다.

 

2. 한호주 FTA의 법적 쟁점 1 : 역진금지조치와 Negative List 방식

가. FTA는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그 목표로 하는데, 통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비관세‘장벽’의 해소이지만, 국내법의 영역에서 본다면 그것은 시장에 대한 공적 규제의 제한을 의미합니다.

 WTO등 지금까지의 국제통상 규범들의 진전이 이런 비관세‘장벽’에 대한 해소를 목적으로 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FTA의 경우 그 해체의 범위와 정도가 강하여 FTA의 주된 목적이 바로 이런 공적 규제의 권리를 제한하는 데에 있다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나. (1) 그 대표적인 예가 소위 “자유화후퇴방지 메커니즘”(ratchet mechanism ‘역진금지조치’)과 포괄적 서비스시장개방의 문제(소위 ‘Negative List 방식’)입니다. 한호주 FTA는 시장의 전면적인 개방·자유화조치를 취하면서도 일정한 영역에 대하여는 ‘현재유보’라는 명칭 하에 협정상의 의무에 합치하지 않는 현존 조치(비합치조치)를 상호 열거하고, 이 비합치조치는 FTA의 체결 이후에도 그 존속을 보장하는 구조에 기초하고 있습니다(예컨대 제7.6조 제1항 가호 및 제2항).

(2) 역진금지조치

 하지만, 유보조항의 개정은 언제나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시장접근, 현지주재 원칙과의 합치성을, 그 개정 직전에 존재하였던 수준 이하로 감소시켜서는 안 된다는 제한을 받게 되는바(위 제7.6조 제1항 다호), 이는 향후 현재유보의 개정에 있어 현재의 시장 개방수준을 확대하는 조치는 취할 수 있되, 축소하는 조치는 취할 수 없어, 일단 유보된 규제도 한번 양보하면 다시 원상회복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3) Negative List 방식

한편 한호주 FTA에서 채택하고 있는 서비스시장개방의 방식은 개방대상을 열거하는 포지티브(Positive List) 방식이 아니라 (한미 FTA와 같이) 개방에서 제외되는 영역을 유보하는 네가티브(Negative List)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바, 즉 서비스 시장의 개방에 있어 현재유보나 미래유보로 열거하지 않은 모든 분야에 대하여 당사국은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시장접근, 현지주재 등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다. 정부규제권의 제한

이처럼 부속서상에 유보대상으로 기재되었다고 하더라도, 한번 규제가 완화된 분야에 대한 정책은 다시 제한할 수 없으므로, 한호주 FTA의 역진금지 의무조항은 위 Negative List 방식과 결합·상호작용 되어, 단순한 시장 개방이 아닌 포괄적인 국가 규제권 제한·상실의 결과를 낳을 우려가 있습니다. 일률적으로 정책 결정의 방향을‘개방’이라는 한 방향으로만 고정하는 것은 미래의 변화하는 사정 및 공익적 필요에 따라 산업 및 서비스 분야 정책을 개정하고 변경할 국가의 규제권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유보에 대하여 역진금지조치를 취함으로써 미래의 상황변화에 따른 시장규제 가능성을 없애 버리는 것에 기인합니다.

 

3. 한호주 FTA의 법적 쟁점 2 :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가. 여러 FTA 상 또 한가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입니다.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협정의무 위반 등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별도의 중재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절차로서, 한호주 FTA 협정문에서는 제11장 2절(Section B)에서 투자유치국 정부가 제11장 1절(Section A)의 협정상 의무, 투자 계약(investment agreement) 및 투자인가(investment authorization)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투자자가 투자유치국 정부를 상대로 국내법원 제소 또는 국제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동 제11.16조 제1항 등).

나. 포괄적 동의조항과 공공정책 제한

한호주 FTA는 (한미 FTA와 같이) 정부의 공공정책을 투자자가 분쟁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중재재판소에서 해당 국가정책을 협정위반으로 판단할 경우 사실상 해당 정책은 무력화되는 상태에 처하게 됩니다. 이처럼 투자자·국가 소송제는 의회의 입법과정이나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결정된 공공정책이 외국의 투자자에 의하여 그 효력을 부인당하게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 사법결정 심사 대상 문제

(1) 더욱이 각종 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제 심사 대상에 의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 법원의 판결, 검찰의 결정조차 국제중재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이는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사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2006년 대법원의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한 검토 의견서

대법원도 위 검토의견서에서 중재기구가 정부의 각종 정책을 평가하고 심리함에 따라 공공정책이 위축되거나 국가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에, 투자자-국가 소송제 도입으로 인해 정부의 각종 정책이나 규제 조처가 간섭받을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분쟁에 대해 사법부가 관여할 여지가 없어져, 국가의 주권 또는 사법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사법부의 재판도 중재 청구의 대상이 됨으로써 법적 불안정 및 불안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하면서, 사법부의 재판이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제소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면 “극심한 법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하더라도 사법부의 재판은 중재청구 대상에서 배제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한호주 FTA를 비롯한 ISD제도는 현행 한국헌법이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사법부에 부여한 권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3) 이러한 국내 사법권 침해 우려는 국제중재재판부가 스스로 체약당사국의 국내법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의거하여 판정에 이르는 경우 단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때 주로 사용되는 근거는 ‘공정하고 형평한 취급’(FET) 조항 및 ‘간접수용’ 조항이 되게 됩니다.

 

4. 한호주 FTA의 법적 쟁점 3 : 간접수용 문제와 우회적 헌법개정

가. 이처럼 한호주 FTA는 비관세장벽 해소 및 시장개방을 명분으로 시장에 대한 국가규제 기능을 근본적으로 제한하고자 하는데, 이는 우회적인 방법에 의한 헌법개정에 이를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한호주 FTA의 투자조항 및 그에 의하여 보장되는 투자자·국가소송제는 간접수용까지도 그 대상으로 삼으면서 헌법상의 재산권조항(제23조), 경제질서(제119조 내지 제127조) 등과의 상충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나. 한호주 FTA의 간접수용 제도

(1) 한호주 FTA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보호수준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른바 ‘간접수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간접수용’이란 직접수용처럼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의 재산권을 박탈하거나 국유화하는 것은 아니나, 특정 정부 조치로 인하여 투자자가 사실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투자의 가치가 직접 수용과 동등한 정도로 박탈되는 경우를 지칭합니다.

(2) 문제가 되는 것은 간접 수용의 판정 기준으로서, 한호주 FTA 부속서 11-나 제3조 내지 제5조에 이에 대한 기준이 규정되어 있는데, 이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의 권리침해의 정도가 “직접수용과 동등한 정도”이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판정기준을 보면 정부 정책이 외국인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의 기대’를 벗어나면 족한 것으로 되어 있는바, 이러한 판정기준은 우리 헌법상의 재산권 보호 범위보다 더 광범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좀더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다. 간접수용 제도

 (1) 미국 양자간 투자협정(BIT) 모델(2004)에서는 “간접수용”을 “체약국 일방의 조치 또는 일련의 조치가 직접적으로 재산권의 공식 이전이나 압류를 하지는 않았으나 직접 수용에 상응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체약국 일방의 조치 또는 일련의 조치가 간접수용을 구성하는지 여부의 결정은 사안에 따라 (i)정부의 조치에 대한 경제적 충격정도, (ii) 정부 조치의 명백하고 합리적인 투자기대이익 침해정도, (iii) 정부 조치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조사된 사실관계에 의존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간접수용의 판단법리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Penn Central case에서 형성된 판례이론으로서, 정부의 통상적 규제권한에 속하는 ‘police power’와 정부의 과도한 조치로 인하여 발생한 손실을 수용의 예에 따라 보상하여야 하는 ‘regulatory takings’의 구별기준으로 제시된 이른바 “3요소 기준(three factor test)”에서 법리를 차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이러한 간접수용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법체계상 이러한 간접수용의 법리가 도입될 수 있는 것인지 문제됩니다.

(2) 미국의 규제적 수용 법리

(가) 규제적 수용의 의의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s)이란 ‘재산권에 대한 규제 또는 제한이 수용의 법리(takings clause)에 의한 보상을 요하는 정도로 개인의 재산적 이익을 침해한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서, 다시 말해 규제적 수용이란 ‘행정청의 일반적 규제권(police power)에 근거한 공적 규제(public regulation)의 정도를 벗어나서 수용의 법리에 따른 보상이 요구되는 재산권의 침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미국연방헌법 수정 제5조는 수용(taking, exproriation)에 대한 근거규정으로서 “적법절차 없이는 누구도 생명과 자유와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으며, 정당한 보상(just compensation)없이는 공익에 사용할 목적으로 사적 재산권을 수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처럼 연방헌법이 규제적 수용을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헌법 해석상 또는 판례를 통하여 수정 제5조가 규제적 수용의 헌법적 근거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나) 규제적 수용이론의 발전

1) 1922년 Pennsylvania Coal case이전 까지는 expropriation(eminent domain)의 개념을 “재산권의 물리적 박탈(physical invasion)”로 이해하는 이른바 “물리적 수용”만이 존재하였으나, Pennsylvania Coal case에서 연방대법원은 “정도가 지나친(goes too far) 규제로 인하여 사인의 재산적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다면 이는 수용의 법리에 의해 보상을 하여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이른바 가치감소이론(diminution in value test)을 형성하였고,

1977년 Penn Central case에서 연방 대법원은 규제권의 행사(police power)와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s)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① 정부의 조치 또는 규제의 성질 ② 재산권 소유자에 대해 규제가 미치는 경제적 영향 ③ 합리적인 투자에 기초한 기대이익의 침해 정도라는 3가지의 요소를 제시하였습니다.

2) 1992년 Lucas case에서 법원은 재산권에 대한 규제적 제한 중에는 그것이 규제권의 발동인지 아니면 규제적 수용인지에 관하여 사건별로 구체적 심사를 함이 없이 곧바로 보상을 요하는 수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 두 가지 유형이 있음을 전제하고, 첫 번째 유형은 ‘국가의 규제권이 사인에게 재산권에 대한 물리적 침해(physical invasion)의 인용을 강제하는 것’이며, 또 하나의 유형은 재산권 소유자에게만 특별하게(extraordinary) 그리고 상대적으로 희귀하게(relatively rare) 재산권의 ‘모든 경제적으로 유익한 사용(all economically beneficial use)’을 박탈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3) 간접수용과 미국의 규제적 수용과의 동일성 여부

(가) 이처럼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이란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투자자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으면서 투자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조치를 취하여 실질적으로 직접수용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하는 것을 말하고, 이에 반하여 미국의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s)이란 재산권에 대한 규제 또는 제한이 수용의 법리에 의한 보상을 요하는 정도로 개인의 재산적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의미하는바,

(나) 양자는 정부의 조치(규제 또는 제한)로 인하여 사인의 재산권이 침해(손실)되었다는 점에서는 개념적으로 동일하나, “간접수용”은 “정부 조치의 반사적 효과로서 투자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저하되는 것”임에 반하여, “규제적 수용”은 “피침해 재산권 자체에 대한 규제 또는 제한으로 경제적 가치가 감소되는 것”으로서 개념적 차이가 존재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규제적 수용은 정부의 조치(주로 zoning이나 토지 등에 대한 이용규제 등)가 처음부터 피침해 재산권 자체에 대한 규제 또는 제한을 전제로 하였음에 반하여, 간접수용은 정부의 조치(전반적인 국가작용)에 따른 반사적 효과로서 투자자산의 재산적 가치가 침해된 것입니다.

(다) 1) 규제적 수용과 관련한 대표적 사례들을 보더라도 주택건축허가 조건으로 소유지 일부를 일반대중이 해변에 접근할 수 있는 산책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공지역권(public easement)을 설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규제적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사례(Nollan case), 연안관리법에 따른 연안관리지역 지정으로 섬의 연안에 소재하는 토지에 어떠한 영구 건축물도 신축할 수 없게 되자 이는 규제적 수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사례(Lucas case) 등이 있는 반면,

2) 간접수용과 관련한 대표적 사례들로는 멕시코연방정부가 일련의 행위를 통하여 Metalclad사가 폐기물 처리사업 허가 발급을 보장한다고 하여 Coterin사를 인수하였음에도 인수 후 지방정부가 허가발급을 거부함으로서 투자가치가 전면적으로 박탈된 사건(미국 Metalclad사 vs 멕시코 정부), 미국 켈리포니아 주정부가 켈리포니아주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솔린에서 MTBE를 제거할 것을 규정하는 MTBE 생산 및 사용금지명령을 제정함으로서 MTBE의 주원료인 메탄올을 생산하는 Methanex사가 미국 내 투자 및 영업활동에 심각한 제한을 받았다고 주장한 사건(캐나다 Methanex사 vs 미국 정부) 주16 ) 등을 들 수 있는데,

3) 전자의 사례들은 토지 재산권에 대하여 지역권을 설정하거나 건축을 직접 제한하는 등 재산권 자체에 대한 공용침해가 있었음에 반하여, 후자의 사례들은 허가발급의 거부나 특정 화학물질 생산의 금지 등 정부가 일반적 공행정작용을 발동함으로써 그 간접적 효과로서 투자자산의 가치가 멸실 또는 감소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라) 1) 만약 미국 Metalclad사 vs 멕시코 정부 사건이 우리나라 법원에 제소되었다고 한다면, 이 문제는 멕시코 정부의 폐기물처리사업불허가처분에 대하여 ‘행정법상 확약‘의 법리를 근거로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법리를 택할 일이지 수용의 문제는 아니라 할 것이며,

2) 이에 반하여 미국의 규제적 수용에 해당하는 사례들을 분석해 보면 거의 대부분 zoning과 관련한 것들로서 이는 우리나라의 계획제한과 유사한 법리를 구성하고 있고, 우리나라 헌법 제23조 제3항이 공용제한에 대한 손실보상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까닭에 zoning과 관련한 규제적 수용이론은 우리나라 법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으나,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손실보상체계는 “법률에 의한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 까닭에 계획제한에 따른 보상의 근거 법률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는 미국처럼 규제적 수용이론에 의해 직접 보상을 하기는 어렵고, 이러한 때에는 독일에서 판례이론으로 형성된 이른바 수용유사침해이론 등을 통하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해 보아야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4) 간접수용 법리에 대한 미국 내에서의 비판적 견해

간접수용을 규정하고 있는 NAFTA 제11장에 대한 국제중재재판부의 초기 해석은 보상이 가능한 재산적 이익의 범위를 매우 확장하고 있고, 입법적·행정적 작용뿐만 아니라 사법적 결정에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으며, 미국법상 규제적 수용이 주로 부동산 및 토지이용으로 인한 기대수익 등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NAFTA 체제하에서 “투자”의 정의는 부동산 개념을 넘어서고 있어, Pope & Talbot 및 S.D. Myers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법원이 인정하는 개인의 재산권 개념보다 훨씬 확대됨에 따라 미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적 견해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5. 한호주 FTA의 쟁점 4 : 공익개념과 공공정책 제한

가. 역진금지조치나 네가티브 방식의 서비스시장개방 등은 국내의 입법권, 규제권을 제한함으로써 국가의 공공정책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형성되는 국내법의 공동(空洞)지대는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에 두는 이질적인 제도가 규율하는 현상을 야기할 우려가 있습니다.

나. (1) 일반적으로 국가의 행위는 개인의 사적 행위와는 달리 그에 특유한 법원리가 작용한다고 보고 있으며, 경찰이라든지 복지, 보건, 환경, 소비자보호 등 공익(public interests)개념을 통해 일반적인 사익과는 다른 법원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2) 하지만 한호주 FTA를 비롯한 FTA 체제는 이런 일반적인 법체계와 달리, 사적인 시장주체(투자자)가 자신의 사적 이익(재산권)을 위하여 공적으로 형성되는 공동체적 정책을 금지하거나(역진금지조치, 네가티브 방식의 서비스시장개방), 기 형성된 공동체적 결정을 무효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투자자·국가제소제의 경우).

다. (1) 투자자·국가소송 사례에서 수용에 관한 중재재판부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여 볼 수 있습니다. 국내법 상 수용의 적법성 및 보상필요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청구인의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처분행위를 한 국가의 공익목적을 더불어 고려하여야 하는데 반해, Metalclad 사건 등에서 중재재판부는 경제적 영향(economic impact)을 단일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국가의 조치가 보상을 필요로 하는 수용인가의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중재재판부가 고려하여야할 사항은 그 조치의 공공성이 아니라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의 재산권뿐이라고 선언하였다는 평가입니다.

이와 같은 기준을 받아들인다면 양극화현상의 극복, 부동산문제의 해결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을 실효성 있게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혹은 정책적 장치들을 상실할 우려가 있습니다.

(2) 물론 위 Metalclad 판결 이후 간접수용의 결정과 관련하여 국가조치의 성격도 고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나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태생적으로 재산권의 보호를 목적으로 삼고 있는 만큼 그 판정과정에서 공공성의 문제는 재산권에 부차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3) 각종의 FTA나 BIT에 재산권의 침해로 간주되지 않는 공공목적을 규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비차별적 규제조치는 위반조치에 해당되지 않음을 규정하고 있으나, 문제는 어떤 예외사유를 어떻게 삽입하는가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익과 재산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6. 한호주 FTA의 예상효과

FTA의 효과와 관련하여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논의로 환경 등 국가 규제권 행사에 대한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를 들 수 있습니다. 환경이나 건강, 복지 등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권 행사가 필요한데, 이와 같은 조치가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분쟁이 제기될 가능성을 염려하여 정부가 규제권 행사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래에서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가. 중소상인, 골목상권보호와 ISD

(1)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의하면, 대형마트가 전통상업보존규역이내 1km로 진입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하고 있고,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에관한법률(“상생법”)에 의하면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하여, 이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을 억제하는 규정들을 두고 있음으로써, 골목상권과 중소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입법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 1) 그러나 한호주 FTA에는 서비스산업에 있어 네거티브시스템을 채택한 관계로, 위 법령들이 호주투자자들에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배제규정이 존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유보나 미래유보에서 이러한 배제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호주투자자들에게 이와 같은 규정들을 적용할 수 없는 맹점이 발생하게 됩니다.

2) 한호주 FTA 부속서II에 의하면, 장애인, 국가유공자 및 소수 민족과 같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 취약집단에게 권리를 부여하거나 우대하는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것이 골목상권보호 및 중소영세상인보호를 위한 근거규정으로 사용되기에는 너무 미약하다고 보여집니다.

(3) 만일 위 법령들 또는 향후 새로이 제정되는 법령들에 의하여 호주투자자들이 대형마트형태로 골목상권에 진입하거나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진출하는 것을 규제할 경우, 이러한 행위는 ISD의 적용대상이 되어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해야 할 위험을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나. 금연정책과 ISD

(1) 우리나라는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금연정책을 실시하고 있고 향후 금연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점은 최근 정부가 모든 공공장소에서 금연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예측할 수 있는 정책방향인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구에 비해 덜 규제적인 환경에서 담배를 판매하고 있는 외국 담배회사들은 만일 우리나라 정부가 이와 같은 담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회사의 판매가 급격히 감소할 경우 간접수용 이론에 기초하거나 최소대우 기준원칙 위반을 근거로 ISD를 제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 1) 즉, 한호주 FTA 부속서 11-나(수용) 제5항에 의하면 공중건강, 안전, 환경 등 정당한 공공복리 목적을 위하여 비차별적으로 저경되는 규제조치는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희소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except in rare circumstances)고 규정하고 있고, 한미FTA 부속서 11-나(수용) 3.나.에 의하면 이러한 희소한 경우의 예로서 “행위 또는 일련의 행위가 그 목적 또는 효과에 비추어 극히 심하거나 불균형적인 때,”를 들고 있으므로[이른바 “예외의 예외”조항], 공중보건과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목적을 보호하기 위한 비차별적 규제행위라 하더라도 이와 같은 경우에는 간접수용을 구성하게 되는 것이고,

2) 한편 “정부 행위가 투자에 근거한 분명하고 합리적인 기대를 침해하는 정도”가 간접수용을 인정하는 요소 중 하나이며, 예컨대 필립모리스사가 우루과이 정부를 상대로 2010년에 제기한 ICSID중재사건에서 문제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 FET)에 “예측가능하고 합리적 기대”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한다면,

3) 우리 정부가 한호주 FTA발효 이후에 실시하게 되는 강화된 금연정책이 외국 담배회사들로 하여금 ISD를 제기하여 승소할 가능성을 높일 우려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 에너지정책과 ISD

(1) 일례로 원자력에너지와 관련하여서는, 한호주 FTA 미래유보에서 “대한민국은 원자력에너지 산업과 관련하여 어떠한 조치도 채택하거나 유지할 권리를 유보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어, 향후 원자력발전소가 환경폐해를 이유로 폐기될 경우에 이에 투자 및 운영하게 될 호주투자자에게 면책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2) 미래유보되는 의무는 내국민대우, 이행요건, 고위경영진 및 이사회 및 현지주재의무에 한정되는 것이어서, 간접수용이나 최소기준대우원칙은 우리가 외국투자자에게 부담하여야 할 의무이고, 따라서 향후 외국투자자가 원전폐쇄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에는 우리정부가 이를 배상해야 할 가능성이 발생하며, 만일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ISD에 따라 중재청구를 당할 위험성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7. ISD에 관한 그간 정부의 입장과 반론

가. 그간 정부는 한호주 FTA 등 각종 FTA에서 공공정책이 모두 유보되어 있어 예컨대 건강보험체계와 관련된 정부정책은 협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어 ISD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공적 건강보험과 관련된 조치를 제한 없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또한 음용수의 처리 및 공급을 포함하는 환경서비스에 대한 포괄 유보 등 공공정책 자율권은 충분히 확보되어 있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나. (1) 그러나 정부가 부속서Ⅱ에서 미래유보하였다는 사회서비스(소득 보장 또는 보험, 사회보장 또는 보험, 사회 복지, 공공훈련, 보건, 그리고 보육)와 보건의료서비스 분야에 유보된 협정상의 의무는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현지주재, 이행요건, 고위경영진 및 이사회‘에 불과하고 FTA상의 모든 의무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2) 정부는 사회서비스와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하여 모든 조치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나, 협정상의 유보는 그 유보목록상에 명시된 관련의무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볼 때 수긍하기 어렵고, 따라서 사안에 따라 호주 투자자가 우리나라의 사회서비스,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조치에 대하여 한호주 FTA 투자편의 ‘최소기준대우’, ‘간접수용보상’의무 등의 위반을 근거로 한국정부를 ISD에 회부할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실제 통상교섭본부는 유통법, 상생법 개정 과정에서 한EU FTA 위반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반대의사를 표시하여 왔고, 이는 한미 FTA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 정부는 모든 공공정책에 대하여 각종 FTA 위반과 ISD 제기 위험성을 판단해야 하는 위험을 부담하고 이는 공공정책에 대한 ‘위축효과’로 나타날 개연성이 크며, 이러한 상황은 결국 정부와 국회의 정책주권과 입법권이 상당한 정도 제한될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할 것입니다.

 

8. 공기업의 공공성과 한호주 FTA의 ISD 규정

가. 공기업의 의의

(1) 공기업이란 정부가 소유 또는 소유지분을 통하여 통제하는 기업을 의미하는데,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은 특별법에 따라 직접 설립되고 정부가 출연한 기관(동법 제4조 제1항 제1호), 정부지원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기관(제2호), 정부가 100분의 5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100분의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임원 임명권한 행사 등을 통하여 당해 기관의 정책 결정에 사실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기관(제3호) 등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공공기관은 다시 자체수입액이 총수입액의 2분의 1 이상인 ‘공기업’과 그렇지 않은 ‘준정부기관’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동법 제5조).

(2) 한편 동법에 따라 지정된 공기업은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주),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30개이고,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공무원연금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17개,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에너지관리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거래소, 한국소비자원, 도로교통공단 등 70개, 기타 공공기관으로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국제교류재단, 대한법률구조공단, 정부법무공단, 대한적십자사, 국립중앙의료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178개 도합 295개의 공공기관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나. 공기업 민영화

수도·전기·가스 등 국민의 생존배려를 위한 급부제공의 주체로서의 국가의 행정활동은 전통적 의미의 권력적 작용은 아니지만 공익을 직접적으로 실현하는 활동으로서, 공적 관리행정의 영역에 속하고 공법원리의 구속을 받게 되는데, 종래 행정객체로만 여겨지던 국민들은 국가에 대하여 현대사회에 부합하는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요구하게 되었고 이에 부응하기 위하여 현대 행정은 행정조직 자체의 계획과 자본을 통한 전통적인 행정서비스 제공 방식에서 벗어나 종전 각종 공법적 영역에 속하는 작용들을 민간에 위탁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자신의 공역무를 사인을 통하여, 사인에게 위임하여 행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 민간투자제도

(1) 민간투자제도란 사인이 공공공사에 재정적으로 참여하여 기술을 제공하고 시설물을 완성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에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실시협약의 내용에 따른 독점적·배타적 관리운영권을 향유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법제도로서, 현행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은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민간에게 사회기반시설을 개발하게 하고, 이를 담당한 민간사업시행자에게는 건설된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 사용료를 부과징수할 수 있는 ‘관리운영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민간투자법 상 사업시행자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데 즉 주무관청에 대하여는 ‘민간투자계약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가짐과 동시에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함에 있어서는 제3자에 대한 ‘공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게 됩니다.

(2) 민간투자법 상 사업시행자라 함은 공공부문 외의 자로서 동법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사업시행자의 지정을 받아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는 법인을 말하는데(동법 제2조 제7호), 사업시행자가 현재 자신의 법인명의로 그대로 계약을 하지 않고 법인을 신설하여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민간투자사업법인’, 동법 제14조), 이는 당해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paper company'(spc, 특수목적법인)로서의 기능을 하게 됩니다.

(3) 민간투자법 상의 사업시행자가 기존의 민간법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건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여 사업을 시행하건양자 모두 민간투자법 및 실시협약이라는 공법상 계약에 의거하여 당해 민간투자사업을 시행하는 것이므로, 그 시행에 있어서 국가·공공단체의 지휘·감독을 받게 되고, 특히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단체가 당해 민간투자사업에 일정한 재정지원을 하는 경우 공기업의 성격은 더욱 더 분명해집니다(윤성철, 『공공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제에 관한 연구』2004 참고).

라. 특허기업자의 지위

(1) 특허기업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직접 시민에게 재화·서비스를 제공하며 직접 시민으로부터 이용료를 지급받고 원칙적으로 고권적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허기업자와 시민 사이의 관계는 사법관계이며, 다만 특허기업자에게 토지수용권과 같은 개별적 고권적 권한이 부여됨으로써 그러한 개별적 고권을 행사하는 범위 내에서만 공무수탁사인의 법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2) 그런데 공공주체의 임무수행방식의 변경에 불과한 민영화를 통해 시민의 법적 지위가 더 불리해져서는 안 된다 할 것인데, 이는 시민의 법적 지위가 더 불리해지는 것은 ‘민영화는 임무수행의 효율성을 가져와 시민에게 이익이 된다’는 민영화의 정당화 논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방치한다면 ‘행정의 사법으로의 도피’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가의 기본권보호 의무는 입법자에 대하여 민영화를 추진함에 있어 국가의 감독·보장 책임을 구체화할 것을 명령하고, 행정부에 대하여는 감독·보장 행정을 적절히 집행할 것을 명령하게 됩니다.

따라서 행정기능의 민영화에 있어서는 공공주체가 사기업에 대하여 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이와 같은 민영화 과정에서 구축되어야 할 법제도는 ‘민영화후속법’ 또는 ‘보장행정법’이라 지칭되고 있습니다. 민영화후속법에는 공공성 확보를 위하여 보편적 서비스 제공,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 이용자(소비자) 보호, 가격규제, 규제기관의 설립에 대한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이상덕, 『영조물에 관한 연구』2010, 서울대학교 학위논문, 박정훈, 『행정조달계약의 법적 성격』2002, 민사판례연구).

(3) 공공주체가 임무수행방식을 선택할 재량은, 이용자에게 행정이 직접 급부활동을 수행하는 경우와 동등한 정도의 권리구제 기회가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만 인정되며, 공공주체가 급부활동을 직접 수행하지 않고 독립법인이나 사기업으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하였다고 하여, 또는 급부관계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의 법형식을 행정처분에서 계약으로 변경하였다고 하여 예전과 같은 권리구제가 행하여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행정의 ‘사법으로의 도피’라는 위헌적인 결과를 방치하는 결과가 됩니다.

마. ISD조항과 공기업의 공공성

(1)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호주 FTA는 ISD조항을 포함하고 있고 당사국의 투자자가 상대국에 투자를 하였다가 투자자로서 예측가능하였던 합리적인 기대가 무효화되었을 경우 간접수용의 법리에 기대어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ISD 국제중재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한호주 FTA 부속서Ⅱ(미래유보)에서 정부소유 공기업 지분의 처분에 관한 내국민대우원칙이 유보되어 있고, 원자력, 전기, 수도, 가스 등의 공기업에 대한 공공정책이 포괄적으로 유보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유보는 내국민대우, 이행요건, 국내주재의무 등에 대한 유보일 뿐 (간접수용을 포함한) 수용의무나 최소기준대우(공정하고 공평한 대우)의무는 유보되어 있지 않으므로,

 (3) 만약 정부가 장래 어떠한 계기로 공기업 지분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허용하거나 기타 공공정책을 완화하였다가 사정변경에 기한 공익적 이유로 이를 철회하는 경우 합리적 기대의 박탈로서 간접수용 내지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ET)의무 위반으로 ISD 제소를 당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할 것입니다.

 (4) 최근 사례

끝으로 이처럼 공기업에 대한 공공정책이 ISD제소를 당한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Vattenfall 사건

스웨덴 국영기업인 바텐팔(Vattenfall)이 1999년 함부르크시 소유의 발전 및 지역난방 업체인 HEW(Hamburgische Electricitats-Werke)를 인수하여 신규 복합 화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였으나, 2009년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인·허가 지연, 냉각수 방류에 따른 엘베강 수온상승과 하천생태계 훼손을 이유로 용수사용을 불허 하고 방류수의 추가 냉각,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시설(CCS) 설치, 지역난방 규모 확대를 허가 승인에 따른 추가조건으로 제시하자, 과잉규제 등을 사유로 다자간 협정인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 Treaty)에 근거하여 독일연방정부를 상대로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International Center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 이하 ICSID)에 제소한 사례로서,

바텐팔은 허가지연에 따른 공사착공 지연과 이로 인한 건설계약 미이행 지체배상금 지급, 발전용량 제약에 따른 현금흐름의 손실 및 발전소 자산가치 하락 등으로 인해 14억 유로의 피해를 보았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2011년 3월 당사자간 합의로 종료되었습니다.

 

원자력

 독일 의회가 2011년에 새 원자력법을 제정하여 원자력 발전을 2022년까지 종료하고 노후한 원자력 발전소 17기를 2011년 8월 6일까지 폐쇄하기로 하자 폐쇄 대상 원자력 발전소 2기(독일 크뤼멜과 브룬스뷔텔 두 지역)를 운영하던 바텐팔이 2012년 5월에 독일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하여 7억 유로 이상의 배상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