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특위]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구속영장발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노동자에 대한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2014-01-17 1,061

[성 명]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구속영장발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노동자에 대한 공안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어제(2014. 1. 16.) 서울서부지방법원(영장전담 판사 이동욱)은 영장실질심사 후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도주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철도노조 지도부 4명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그러나 법원의 이와 같은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자의적 판단으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우선 법원이 업무방해죄와 관련된 혐의가 소명되었다고 판단한 것은 대법원 판결과 배치된다.

 

대법원은 2011년 3월 17일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판결 (전합)).

 

뿐만 아니라 위 대법원 판결 중 5명의 소수의견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의 해석 범위와 관련하여 “다수의견의 견해와 같이 ‘단순 파업’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작위로서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는 입장에 서더라도, 위력의 해당 여부에 관하여 다수의견이 제시하는 판단 기준에는 찬성할 수 없다. 단순 파업이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더라도 개별적 근로관계의 측면이나 집단적 근로관계의 측면에서 모두 근본적으로 근로자 측의 채무불이행과 다를 바 없으므로, 이를 위력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죄형법정주의의 관점에서 부당하다. 또한 파업 등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결여한 경우 쟁의행위를 위법하게 하는 각각의 행위에 대하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어 같은 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으므로, 위법한 단순 파업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위법의 원인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의 공백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근로자들이 단결하여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하는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였으나 폭행·협박·강요 등의 수단이 수반되지 않는 한, 같은 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당해 쟁의행위를 이유로 근로자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는 없고, 근로자에게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시킴과 함께 근로자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며,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함으로써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소수의견과 같이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다수의견에 따르더라도 이번 철도노조파업을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 없다. 철도노조는 지난해 12월9일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에 돌입하기에 앞서, 그해 6월25일부터 사흘간 철도민영화 반대와 관련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여 과반수를 얻었고, 11월12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임금 및 철도민영화 등 사안에 대해 조정을 신청하였다. 그 후 수차례에 걸친 기자회견, 투쟁지침 공고, 철도공사와 필수유지업무 근무 지정 협의와 통보를 통해 파업을 끊임없이 예고하였다. 2013년 12월 3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주식회사 출자를 위한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면 12월 9일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밝혔다. 이처럼 철도노조에서 사용자(철도공사)가 파업의 시기를 예측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였고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필수유지업무 인원을 지정하여 근무하도록 조처한 사실에 비추어, 철도노조의 파업은 전격성 요건을 결여하고 있으므로 대법원 판결에서 제시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제 서울지방법원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인 ‘위력’에 관하여 대법원 판결과 달리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하였으니 이는 그릇된 판단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법원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 및 제70조 제1항 제3호에서 규정한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란 공판절차의 진행이나 형의 집행을 피할 목적으로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영구히 또는 장기간 숨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이미 파업이 종료된 상황에서 경찰서에 자진출석하여 조사에 임한 피의자를 두고 공판절차의 진행이나 형집행의 회피를 꾀할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영구히 또는 장기간 숨을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서부지방법원은 형사소송법의 불구속 수사 원칙을 저버리고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말았으니, 이는 현행법을 도외시한 위법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이 힘 없는 노동자와 서민들에게는 가혹하고, 힘 있는 권력자들에게는 너그럽다는 비판을 받아온 지 오래되었다. 사법부는 같은 날 회사에 100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배임 및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는 이석채 전KT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한 반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지도 않고 구속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지도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인용하였다. 사법부는 스스로 권위를 버리고 불신을 초래하는 것이다.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구속영장발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야 할 사법부가 철도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유린하고 노동탄압을 일삼는 정권에 부응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 모임은 법원의 구속영장발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정권에 대하여 공안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4. 1. 17.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수호 비상특별위원회

위원장 최 병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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