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을 계기로 펼쳐진 촛불시위가 이제 2년이 지났습니다.그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던 광우병 문제와 국민보건에 대한 위협은 여전히 우리에게 큰 두려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광우병은 그 피해가 단기간 내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전문가들에 의해 지적된 바 있고, 불과 2년이 지난 현재 그 피해가 우리 눈앞에 목격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광우병의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판단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촛불시위는 광우병의 위험성 때문만으로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드러났던 시장개방과 경제 주권의 문제, 이명박 정부로의 정권 교체 이후에 일상화된 소통부재의 일방독주식 국정운영, 그리고 시민의 의사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등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한 국민 정서가, 결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 문제를 둘러싸고 폭발하여, 여러 달 동안 국민들의 광범위한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낸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촛불시위 이후 이러한 문제점들은 개선되기는 커녕 악화되어만 왔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절차는 국민들의 끝없는 불신을 초래하고 있고, 국정은 더욱 일방독주로 치닫아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의 의사를 표시하고 비판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하거나 거액의 민사소송을 당하였습니다. 이런 뜻에서 2년전의 촛불시위가 가지는 의의는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입니다. 이것은 촛불시위의 의의에 대하여 우리 사회 전체가 여전히 적극적이고 성찰적인 관점을 가져야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민변에게 있어 촛불시위는 어느 다른 활동에 비추어도 중요성이 떨어지지 않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촛불시위 과정에서 문제가 된 모든 영역의 법률분야에 민변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고, 그 활동 양태도 단순히 법정에 출석하는 고전적인 변호사 활동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민변은 거리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경찰의 폭력적인 행위를 감시하거나 방지하고, 연행된 시민이 있을 경우에는 최대한 신속하게 연행 장소로 출동하였으며, 경찰서, 검찰청, 그리고 법정에까지 이어지는 변론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시위와 직접 관련된 법률문제만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과 각종 정보공개청구 그리고 시위와 함께 불붙은 불매운동 등에 대한 변론 등 전 분야를 포괄하여 법률 지원활동을 수행했고, 민․형사와 헌법소송 등 매우 다양한 형식으로 사회적 쟁점에 대한 법적 문제제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내었습니다.
회원들은 현장에서 시민과 직접 소통하였고, 그 덕분에 민변은 시민의 수호자라는 영예로운 명칭도 얻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회원 변호사 여러 명이 다치고 심지어 연행되어 기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촛불시위과정에서 민변이 보여준 역할은 그 후 민변의 여러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민변에 대한 신뢰 및 기대도 그에 비례하여 높아가고 있습니다. 그 동력을 어떻게 살려 나가는지가 앞으로의 민변 활동의 성격과 힘을 보여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촛불 시위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비로소 활동 백서를 내고 평가를 시도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벌어진 다양한 법률문제가 이제야 어느 정도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건이 법원에 계속 중입니다. 그 결과 또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일부 퇴영적인 부분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과정들을 성찰하면서 앞으로를 준비하는 적절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그간에 민변이 수행해 온 여러 가지 일들에 대한 법률적인 평가작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촛불시위의 총체적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나아갈 바를 생각하여야 하는 선거 국면이 바로 앞에 와 있습니다. 대의제로서의 선거와 촛불집회와 같은 자발성에 기초한 직접 민주주의의 정신은 우리 민주주의를 규정하는 양대 축입니다. 백서의 발간을 계기로 2년 전 함께 걷던 그 거리를 기억하면서 촛불의 정신을 살려가는 활동이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민주주의 발전에 헌신하고 계신 시민 여러분과 선후배 변호사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