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0311) 거꾸로 가는 경총! 경총은 단체협약지침을 즉각 철회하라!

2004-03-11 161

<성명서> 거꾸로 가는 경총!
경총은 단체협약지침을 즉각 철회하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이라 한다)가 지난 3월 8일 비정규직 채용시 노사합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동등대우 보장 등 노조의 요구를 거부할 것과 손해배상․가압류제도를 활용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한 2004년도 단체협약 체결지침(이하 단협지침이라 한다)을 전국 4,000여개 단위 사업장에 배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단협지침에는 또한 올해 단체협약시 월차휴가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연차휴가 조정, 연장근로 상한선 및 할증율 조정 등을 권고하는 등 경총의 기존 주장과 요구가 그대로 담겨 있다.

우리는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가압류․손해배상 청구로 인한 근로자들의 분신자살을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공공부문 사업장을 비롯한 많은 사업장에서 이로 인한 노사갈등이 현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최저한의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총이 오히려 가압류․손해배상 청구 등의 활용을 권고하는 것은 노사갈등을 증폭시키고 근로자의 노동3권을 짓밟으려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경총이 지난해 11월 노사정위원회에서 관련 법률의 개정을 통해서라도 그 남용을 억제하기로 하였던 최소한의 합의라도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올해 비정규직노동자 박일수씨 분신사망 이후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55%에 달하는 784만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별을 받으면서 비인간적인 현실에 절망하고 분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고용보장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도외시한 채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요구를 전면 거부하는 것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육을 짜내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차별철폐와 고용불안을 이야기해야 이 같은 현실이 개선될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최저한을 정한 것에 불과하고, 이를 이유로 근로조건을 저하시켜서는 안된다. 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최저한의 근로조건 등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오히려 노사는 최저한의 기준보다 상회하는 근로조건을 형성하도록 노력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경총이 주5일 근무제와 관련하여 월차휴가 등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이러한 취지에 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설령 관련 법률에서 폐지 내지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기왕의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주5일제 근무제를 이유로 열악한 기존 근로조건을 더욱 저하시켜서는 안 된다.

우리는 최근 신임 경총회장이 양대 노총을 방문하는 등 서로 한 발짝 다가서려는 노력을 주시하면서, 새삼 대타협의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왔다. 그러나, 마주잡은 악수의 온기가 채 식기도 전에 경총의 단협지침은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고 근로자들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우리는 경총이 엄존하는 노사갈등 해결을 위해서는 근로자를 경영과 생산의 동반자로 인식함과 아울러 단협지침을 조속히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어떤 이유로도 기업은 사용자라는 한쪽 바퀴만으로 굴러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2004년 3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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