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030113)노동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은 반인권적 행위이다

2003-01-13 171

[성명서]노동쟁의행위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은 반인권적 행위이다

지난 1월9일 두산중공업 배달호씨가 두산그룹의 노동조합 탄압과 가압류 조치에 항의해 분신, 사망하였다. 배달호씨는 노동조합의 파업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로 2002년 7월23일 구속되었다가 9월 17일 석방되었고, 그 후 회사로부터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받았으며, 12월 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한 상태였지만 월급과 부동산(본인의 집)이 가압류되자 경제적·정신적으로 극심한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물리적인 탄압이 한계에 부딪치자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사법제도를 이용한 새로운 대응방식을 개발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대응방식은 노조 파업의 유도, 고소고발을 통한 노조간부들의 구속, 대규모의 해고 및 징계조치, 민사상 가압류의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사업장에는 노사간 교섭을 통한 합의는 사라지고, “적의 속임수에 넘어가면 우리가 죽는다”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어떤 노동조합이 사용자로부터 강성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그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자신의 인신뿐만 아니라 재산권까지 모두 박탈당할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선 노조활동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지고 만 것이다. 배달호씨의 분신은 그 연장선에 있다 할 것이다.

우리는 검찰의 각성을 촉구한다. 검찰은 공안적인 시각에서 노동조합을 대해 왔고, 파업의 정당성을 가장 협소하게 적용함으로써 노동조합의 간부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여 왔다. 노동문제에 국한하여 본다면, 검찰은 객관적인 법집행기구로서의 지위를 포기했다고 볼 수밖에 없으며 기업의 파수꾼으로서만 역할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노사 자체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까지 개입함으로써 개별 사업장의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을 해 왔었다. 지난 조폐공사 사건이 그 단적인 예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대통령은 검찰 내 공안세력의 청산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법원은 검찰의 과도한 법집행을 제어하지 못하였다. 대규모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하는 경우 노조 간부에 대한 구속은 이미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렸고, 개별 사업장에서의 파업을 이유로 상급단체 간부들까지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법원은 파업의 조기 종결을 위하여 노조 간부의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이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법원의 행태를 활용하여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 나아가, 법원은 형식적인 심사만을 거친 채 노동조합의 간부들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남발함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탄압의 수단을 제공하였다. 이로써 사용자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노동자들의 재산권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파업에 참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구속이 되고 해고의 협박을 받아야 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삶의 기반마저 빼앗길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법원은 일하는 자들의 호소를 외면하였고, 형식적인 법논리에 빠져 국민들이 부여한 본연의 임무를 해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부에 대하여 두산중공업의 사태와 관련하여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보도에 의하면,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들은 두산중공업의 경우 노동조합을 말살시키기 위한 계획에 따라 2001년부터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하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그 진상을 확인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두산중공업 역시 회사 내 노사관계를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재판절차가 아닌 노사 대화를 통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검찰은 노동사건을 공안사건으로 다루는 것을 중지하여야 한다.

1. 법원은 노조원 개인에 대한 가압류 및 손해배상은 반인권·반헌법적이므로 이를 허용하여서는 안 된다.

1. 정부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하여 특별 근로감독이 실시하어야 한다.

2003. 1. 1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