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변호사 시험, 순수 자격제로 운영하라

2010-12-07 180

[논평] 변호사 시험, 순수 자격제로 운영하라


 


 


오늘 법무부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를 열어 2012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입학정원의 75% 이상으로 정하는 ‘정원제 시험’ 방식의 제도 운영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2013년 이후 합격자 결정방법은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로스쿨 도입 당시 변호사시험을 ‘순수 자격시험’로 운영하기로 한 정부의 입장은 물론 로스쿨의 도입 취지에도 반하는 정책이다.


 


당시 로스쿨을 도입한 취지는 “현행 법조인 양성제도는 법학교육과 사법제도의 연계가 부족하여 대학에서 충실한 법학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효율적으로 예방하고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자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로스쿨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로스쿨 교육이 도입 취지와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정원제 방식의 변호사 시험은 로스쿨을 또 다른 고시학원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현행 변호사시험법은 공법, 민사법, 형사법과 더불어 전문적 법률분야 중 1개의 선택과목을 시험과목으로 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원제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전문법률 분야의 교육을 부실하게 만들 것이고 당초 기대했던 특성화 교육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로스쿨 교육은 변호사의 높은 자질과 전문성을 배양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집단과 계층에 대한 깊은 이해와 함께 인권의식을 높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법조계가 단순히 시험 위주로 교육받은 법률기술자로 채워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로스쿨이 우리 삶을 규정하는 ‘법’을 성찰적으로 고민하고 변호사법 제1조가 규정한 것처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를 배출하는 터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을 ‘순수 자격시험’으로 운영하여 로스쿨 교육을 정상적으로 밟은 사람이면 변호사 자격을 큰 어려움 없이 취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합격자수를 정한다는 원칙은 졸업생이 계속 배출됨에 따라 응시자수가 누적적으로 증가할 것을 대비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응시자수 대비 합격자수를 급격히 떨어뜨려 시험위주로 로스쿨 교육이 운영되는 것을 부채질할 것이다. 2013년 이후 합격자 결정방법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는 것은 법무부가 원칙에 입각하지 못하고 당장 미봉책을 만드는 데 급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다.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는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양성’에 기초해야 한다. 법무부는 ‘로스쿨 교육’의 본질에도 위배되고, ‘다양한 법률 서비스 요청’이라는 요구에도 위배되는 정원제 시험방식 도입을 철회하고, 지금이라도 이를 순수 자격시험으로 운영하여야 할 것이다.


 


 


2010년 12월 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김 선 수

첨부파일

[공문-논평] 변호사시험, 순수 자격제로 운영하라(2010. 12. 7. ).pdf.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