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랑 고시랑] ‘최근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선택’

2012-09-13 242

최근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선택

                                                         

   글_이석범 변호사

 

 지난 달 13일,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은
5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함으로서 사실상 준(準)정상외교의 길에 올랐다. 이번 방중에는 북·중외교의 실무책임자 김영일
당국제부장과 북한의 대외무역투자를 총괄하는 리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을 대동함으로써 이번 방중의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를 대외적으로 암시하였다.
장성택은 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뒷받침하고 있는 훈척세력의 실세로써 북한의 몇 안되는 “경제통”으로 불리운다. 그는 2002년 10월 북한경제시찰단의
일원으로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을 둘러보았고, 심지어 강남의 룸싸롱에서 당시 유행하던 폭탄주를 여러 잔 마셔 다음 날 회의에
지각한 사실이 있을 만큼 개방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방중을 통하여 장성택은 경제개발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중국에
1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위엔화 차관을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는 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와 왕민 랴오닝성 당서기를 만나 황금평과 위화도
개발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강조하고 현지 산업시설도 둘러 봤다. 이어 14일 북한과 중국은 베이징 다오위타이에서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주재로 황금평과 위화도, 라선지구 공동개발을 위한 제3차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회의를 열고 위 지구에 관리위원회를 설치키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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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장성택의 행보는 김정일 시대에 유지되었던 군부중심의 선군정치가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당·정·군의 역할이 분담되는 통치체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이러한 변화의 징후는 2012년 4월 1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대중연설에서 감지되었다.  김정은은 위 연설의 후반부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자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고, “우리는 새 세기 산업혁명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올려 경제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길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면서,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의 향상이 총적 목표”라고 거듭 강조하였다.

 그리하여 김정은은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데 대하여”란
이른바 ‘6·28 방침’에 불만을 표출한 리영호 북한국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함으로써 군부의 독점적 지위를 깨뜨렸다. 실제로 군부 실세라 불리는
리영호의 제거는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당 출신의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 졌다.

 장성택의 방중효과는 직접적으로는 북한경제 개혁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주변 4대국의 정권교체가 마무리되는 2013년부터는 한반도의 정세가 안정되면 중단되었던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많고, 위 회담을
통하여 북한의 비핵화 논의도 상당히 진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한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모두 주변정세가 안정되기를 바라는
새로운 정권 출범 초기에 분쟁이 돌출되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세계경제의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북핵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에서의 군사적 위기 재연은 바람직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조달하고 미국으로부터는 북핵문제와 연동하여
체제보장의 확약을 받는다면 북한으로서는 일본과 국교수립과 과거사청산 회담을 재개하면서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경제개혁·개방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세예측이 맞다면 북한은 인적 자원의 우수함과 지하자원의 풍부함에 더하여 외부로부터의 자본과 기술까지 도입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것이다.

 최근 이러한 정세변화에 즈음하여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에서 우리의 역할과
관여가 거의 없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에는 “비핵·개방·3000”이라는 신기루에, 후기에는 천안함사건과 연평도사건으로
말미암은 “5·24 조치”로 인하여 남북관계가 파탄난 나머지 우리만 고립된 형국이다. 지나친 한미동맹 강조로 인하여 한·중관계가 소원해지고, 이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 사과발언으로 한·일관계 마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우리가 이렇게까지 고립되게 된 것은 현 정부의 총체적 외교 전략과 정책의
부재 뿐만 아니라 외교·안보라인의 무능에 기인하는바 크다.

 그러므로 동북아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지금까지의 외교·안보정책을 꼼꼼히 점검하여
잘못된 점은 철저히 반성하고 시정함으로 남북관계 및 주변 4대국과의 정상화를 하루바삐 복원하는 일이 시급하게 되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무엇인지는
이번 12월 19일 대통령선거 결과에 달렸고, 그 선거결과에 따라 남북한, 아니 어쩌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한반도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의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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