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랑 고시랑] 내 사진 이야기

2011-06-07 216


[고시랑 고시랑]


내 사진 이야기


글_이소아 변호사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사진 찍는 이유는 특별한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그 순간을 붙잡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리고 순간을 붙잡고 싶은 집착은 죽음에 대한 어떤 두려움이랄까 아쉬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쉬움은 내가 셔터를 쓸데없이 여러 번 누르는 원인이 되곤 한다.


  나는 까닭 모르게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심장이 발바닥에 붙는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었다. 어쩌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이 결국 ‘사진이라도 찍어서’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집에 있는 자동카메라로 친구들과 가족들을 찍어주는 취미… 비슷한 것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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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전을 몇 번 보지 않았으나 몇 해 전 예술의 전당에서 그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을 관람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여 사진의 역사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그는 노년에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이었음”을 고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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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그의 말을 읽고서는 삶에 ‘더 아름다운 순간과 덜 아름다운 순간이 있지 않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 몇 개월 병원 신세를 지고 나니 우리 삶의 매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까닭 없이 눈물이 날 때가 많아졌다. (내가 써놓고도 늙은이 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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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모든 순간이 아름다워졌으니 이제 전보다 사진에 대한 집착은 줄어든 것 같다. 다만, 그래도 그 아름다운 순간과 아름다운 장면 안에 있는 이들(그들이 누구이던)에게 그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셔터를 누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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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아 변호사 (민변 여성위원회, 소수자인권위원회, 민생경제위원회)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치기어린 마음으로 연수원 수료 직후부터 NGO 단체에 들어갔다가 혼쭐이 난 다음 선배님들의 품이 그리워 민변 상근변호사로 왔다. 현재 쌓인 경력은… 병력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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