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반교통방해죄 대법원 무죄판결을 이끌어낸 민병덕 변호사

2010-06-28 235




 신대방 철거촌, 대학 2학년 때 처음 그곳을 방문했다.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일사랑’ 학회의 회원으로서였다.
여름방학 내내 학회원들과 함께 막노동을 해 자금을 마련한 후의 방문이었다. 민중의 삶을 체험해야한다는 미명아래 갔지만 그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방법은 지속적인 ‘일상연대’였다. 아이들 공부방을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그를 지역주민으로 착각할 정도로 신대방 철거촌은 민병덕 변호사의 일부가 되었다.




 그 후로 20년, 민병덕 변호사는 여전히 철거촌의 체험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철거촌에서 만난 동료 대학생과 연애하고, 결혼했다. 재개발·재건축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대방에서 배운 ‘연대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촛불시위에 참여했다가 기소된 시민들을 변호하는데 힘쓰는 것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 촛불시위 관련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낸 민병덕 변호사를 만나 재판과 민변 활동, 대학 시절부터 이어진 재개발·재건축이라는 그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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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와 관련해 대법원 일반교통방해죄 무죄 판결을 받으셨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 내기까지 긴 여정이었을 것 같은데요, 사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소회를 부탁드립니다.




 촛불집회와 관련해 일반 집회 참가자들에게 가장 많이 적용된 죄목이 일반교통방해죄입니다. 도로상에서 개최되는 집회에 참가하여 ‘육로 등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피고인은 촛불집회 때, 경찰이 불법주차 중인 방송차량과 무대차량을 견인하려고 시도하자 이를 막던 대책회의 회원 등 50여명에 합세해 견인업무를 방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문 인근차로에서의 차량 소통을 방해하고, 교통질서 유지를 위해 차량을 견인하는 경찰관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내용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일반교통방해 부분은 무죄를 받으면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그간 집시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들이 꽤 있는데, 대체로 법리보다는 철저히 사실 관계를 파고들었기에 무죄를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피고인은 대한문 쪽 차로를 불통하게 했다는 이유로 기소됐는데, 체포된 곳은 건너편인 서울시청 쪽 차로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서울시청 쪽 차로는 차량이 소통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증인을 통해 밝히면서, 서울광장에서 시위를 한 피고인에게 반대편인 대한문 앞의 교통 불통의 책임을 지울 수 없다는 점, 단지 무대차량의 견인에 항의한 것만으로 교통방해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주장해 무죄 판결을 얻었습니다. 유사 사건들에 있어서도 포기하지 말고 사실관계와 현장을 면밀히 검토하면 억울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통방해죄의 ‘기타방법으로 인한 교통방해’ 부분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법 조항의 적용과잉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는 노력이 다소 결실을 봤다는 점이 이번 판결의 가장 큰 의미인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 촛불시위와 관련해 시민 35명을 변호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꾸준히 시위 관련 사건을 맡으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에는 아이들을 목말 태우고 가족 전부가 갔었는데, 광우병 촛불 집회 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몸이 아파서 민변 활동도 잠시 소강상태였고요.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기에, 대신 촛불 사건 변호 활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건 변호를 통해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사건 이후 절친한 친구가 된 학원 강사가 있는데, 그 분은 체포 후 3일간 학원에 출근을 못하셔서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하셨습니다. 목사님을 변호하기도 했는데, 신앙인이셔서 그런지 법정에서도 무척 당당하시고 말씀을 잘 하시던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현재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사건입니다. 경북 구미에 살고계신 분이 피고인인데, 이 분은 허리 통증 때문에 일을 못하셔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고계십니다. 피고인은 집회를 구경만하고 있었던 자신이 어떻게 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를 저질렀냐며 기소된 범행 내용을 계속해서 부인하셨습니다. 법정에서는 당시 체포의경 등을 모두 증인으로 불렀지만, 명확한 입증이 되지 않자 수차례에 걸쳐서 다른 체포자를 찾았습니다. 그 기간 동안 기초생활 수급자이신 분이 매번 부담스러운 교통비를 감당하며 구미에서 서울로 상경하셔야 했지요.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허탕을 친 경우도 있었어요. 그렇게 사건 시간 16개월, 횟수기일 8회가 지났습니다. 형사절차에서 피고인이 무죄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요구되는 상황인 것이죠. 그야말로 모든 것을 놓고, 소송에 집중해야만 겨우 무죄 주장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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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변을 통해 촛불시위 사건 변호를 시작하게 되셨는데요,
  민변에 활동은 언제부터 하셨고, 가입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무법인 ‘한결’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공익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법인이었기에
‘한결’에서 일하게 되었는데요,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은 한결 소속의 여러 변호사들과 함께 2005년부터 민변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 민변 민생경제위원회에서 간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민생경제위원회 초창기부터
  활발히  참여하신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의 활동 목표나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주거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민생경제위 부동산팀에서 재개발․재건축 분야에 집중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6.2 지방선거기간에는 10대 공약과제를 정해, 이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을 묻고 실천 서약서를 받아내는 일을 했습니다. 선거 후에는 당선자 인수위원회에 공약 이행 약속을 받고, 이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책 출간 계획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민생경제위원회 주최로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한 재개발․재건축 연수를 진행했는데요, 강의 내용을 일반인들도 알기 쉽게 100문 100답 형식으로 만들어 출판할 예정입니다. 






– 대학 다닐 때부터 철거를 비롯한 재개발·재건축 분야의 문제에 관심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관심을 가지게 되신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대학 때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일사랑’이라는 학회의 회원이었습니다. 대학 2학년 여름에, 민중의 삶을 직접 체험해보고자 학회원들 모두가 막노동을 해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학교 근처의 신대방 철거촌을 방문 장소로 골랐습니다. 방문 후, 철거민들의 실질적 고통을 덜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했는데, 그것은 지속적인 일상연대였습니다. 이를 위해 아이들 공부방을 시작하게 되었고, 농활과 비슷한 민활을 매년 갔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철거촌에서 만난 분들과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당시 우리가 공부방에서 가르쳤던 아이들이 모임 회장을 맡고 있지요.






– 재개발·재건축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오신 분으로서,
  제2의 용산참사를 막기 위해 시급히 개혁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재개발 사업은 본래 도시계획의 하나로, 공공성이 확보되어야합니다. 그러나 조합의 운영은 무척 불투명하고 불건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사로부터 지원받은 막대한 자금을 가진 세력이 개발 초기단계부터 조합의 집행부를 장악하고, 조합원 총회의 의결절차마저 무력화시키는 것이 관례화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관청은 이를 조합 내부 사정 정도로만 치부할 뿐, 법에 명시된 어떠한 관리․감독권도 행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요구하는 조합원들과 집행부 사이에 형사고소와 관련 민사소송이 빈번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죠. 이러한 과정에서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 ‘도심의 기능회복’을 목적으로 시행됐던 도심 재개발 사업은 오히려 기존의 공동체를 훼손하고, 그 구성원들을 쫓아내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왔습니다. 저는 공동체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업이 오히려 공동체를 심하게 훼손하는 현상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공동체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서, 도심 재개발에 따른 보상은 원주민의 재정착과 상가 세입자들의 계속적 영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세입자들에 대한 충분한 이주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광역, 순환 재개발 방식의 개발이 이뤄져야 합니다. 개발 현장에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철저한 대응 역시 필요합니다. 이는 사회 성숙의 정도와도 연관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부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는데요, 정치학 개론서 정치의 개념을 ‘한 사회에서 희소한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정의합니다. 누구나 원하는 가치가 희소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정치인데, 우리 사회는 갈등해소를 위한 다양한 매커니즘을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 사이버죄, 용역 문제 등 관심 분야가 다양하신 것 같습니다.
  최근 변호사님의 화두와 관심분야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저의 관심사는 ‘아파트 공동체 복원’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파트 주거 비율이 엄청난데요, 아파트 건축부터 입주, 관리 단계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마을 공동체 문화가 이제는 아파트에서 발휘되어야하는데, 아파트가 공동체 붕괴의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입주민간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법률이 명확하지 않아 입대위에서의 비리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입니다. 업체에서 아파트 관련 사업을 수주하려면 관리소장과 입대위 소장에서 뒷돈을 주는 것이 관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업체가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리는 꼭 나중에 들통이 나고, 동네에서 주민들 사이에 소송이 일어납니다. 집합 건물의 탄생부터 지속, 그리고 소멸의 전 단계에 이르는 과정에서, 분쟁이 적절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법제를 개편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견제와 감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원칙적으로 부정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공동육아가 될 만한,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를 만드는 지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재개발․재건축, 입대위 구성, 하자소송, 아파트 내부 분쟁 사건 등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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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절차의 이해’를 주제로 은광여고에 법교육 출장강연을 나가시고, 민법 관련 책을 출간하시는 등 일반인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계신데요, 이러한 일에 노력하시게 된 이유 등이 궁금합니다.




 저는 법교육 출장 강연 1호 교사인데요, 아이들에게 법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너무나 상식적이고 쉬운 것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소통을 잘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아이들에게 하는 강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변호사는 법을 매개로 일반인과 소통하고, 또 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들만의 용어로는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올봄에는 공인중개사 민법 수험서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출판사를 하는 선배가 제안을 해서 집필을 시작하게 됐는데요, 수험생들이 민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반 용어로 친절히 설명하고 싶었어요.


 




– 요즘 월드컵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분들이 참 많죠,
  민 변호사님도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축구, 정말로 많이 좋아합니다. 집사람과 연애를 시작할 때, 마라도나 출전 경기를 함께 보면서 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축구하다가 다리 세 번, 팔 한 번이 부러지고 인대파열에 연골판 파열까지 겪었어요. 수술을 해서 지금은 재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웃음)




 몇 년 전에는 붉은악마 고문 변호사를 맡았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일하던 법무법인에 의뢰가 들어왔는데, 축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제가 맡게 된 것이죠. 오늘도 아이들과 월드컵 경기를 봤어요. 









– 인터뷰 / 출판홍보팀 박초롱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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