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 내 종교의 자유

2010-05-27 173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 내 종교의 자유



 


1. 들어가며



  헌법 제20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하여 종교의 자유[footnote]종교의 자유에는 신앙에 대한 침묵을 뜻하는 소극적인 신앙고백의 자유와 자신의 종교적인 확신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아니하는 소극적인 종교행위의 자유 및 종교교육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footnote]를 보장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양심의 자유 등과 더불어 우리 헌법이 최고의 가치로 상정하고 있는 도덕적·정신적·지적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다. 하지만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 시행 이후,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학교군별 추첨을 통해 학교에 강제로 배정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학생 자신의 의사에 반한 종교교육을 거부할 자유는, 사립학교에서 종교행사 및 종교과목 수업을 할 자유와 충돌되는 문제가 발생되게 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전국 종립학교[footnote]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footnote] 현황(2009년 4월 1일 기준)을 살펴보면, 1910개 고등학교 중 종교사학은 개신교 7.2%, 천주교 2.0%, 불교 0.8%, 기타 6.5%로 총 16.5% (315개교)나 된다. 이 자료로 판단한다면, 위에 언급한 상충되는 기본권 충돌이 일부 소수에게만 발생하는 것이라 치부해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종립학교 내 학생의 종교의 자유에 관해 법원의 입장은 명확히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

 2005년 10월경 강의석군이 대광학원과 서울시 교육감 상대로 종교활동 강요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당시부터 뜨거운 사회적 논란이 된 이 사건 변론에 민변에서도 김기현 변호사 등이 대리인으로 참여하였다. 소 제기 후 4년을 넘겨 지난 4월 22일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배상책임을 부인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였다.

 이 판결은 학생의 의사에 반한 종교교육을 거부할 자유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법원은 우선 ‘고교평준화 제도 자체는 합헌’이라고 선을 그었다. 결국 합헌이라는 토대 위에 종교교육을 실시할 학교의 권리와, 학생이 누리는 종교의 자유 간에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하며, 비록 종립학교에 종교교육의 자유·사학의 자유가 있지만 학생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한 기준으로 대법원은 ‘종교교육 분량과 비중’, ‘학생들에 대한 사전설명과 동의절차 여부’, ‘종교교육 거부나 대체과목 선택이 가능한지 여부’, ‘종교교육 거부에 따른 불이익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들었다. 이 모든 기준들을 고려해보았을 때, 지나치게 강요된 종교교육은 위법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이 사건에 대해 살펴본다.





2. 사건의 전개


· 2004년 6월 16일 : 강의석군(당시 고등학교 3학년), 대광고 교내 방송을 통해 ‘학내 종교 자유’, ‘예배 불참’ 선언.

· 2004년 6월 : 대광고, 강의석군 제적 조치.

· 2004년 6월 : 강의석군, 학교법인 대광학원 상대로 퇴학 무효소송과 가처분 신청, 국가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 2004년 8월 : 법원, 가처분 신청 수용.

· 2005년 10월 : 강의석군, 대광학원과 서울시 교육감 상대로 종교활동 강요에 따른
                                   5000만원 손해배상 소송 서울중앙지법에 제기.

· 2007년 10월 5일 : 서울중앙지법 민사90부 단독(배기열 판사),
                          ‘학생의 신앙자유·학습권 침해, 학교측 1500만원 배상해야 함’ 원고 일부승소 판결.

· 2008년 5월 8일 :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 17부(곽종훈 재판장), 항소심에서 원심 뒤집고
                         학교 측 손해배상책임 불인정, ‘사회적 허용한도 넘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 배상 책임 없다’

· 2008년 7월 7일 : 강의석군, 대법원에 상고.

· 2010년 4월 22일 :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 강의석군 승소.
                          ‘선택의 기회 주지 않은 강제 교육과 퇴학 처분은 위법’, 원심 파기환송.



 
3. 대법원 판단


 
사립학교의 설립자 및 학교법인은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1항 그리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등을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31조 제4항 등에 의하여 인정되는 기본권으로서 자신의 의사와 재산으로 독자적인 교육목적을 구현하기 위하여 학교를 설립하고 이를 운영할 자유를 가진다. 이러한 설립자나 학교법인이 가지는 사학 운영의 자유에는 설립자나 학교 법인의 종교적·세계관적 교육이념에 따라 교과과정을 자유롭게 형성할 자유가 당연히 포함되므로 종립학교에서 종교행사 및 종교과목 수업을 할 자유는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사학의 자유라는 관점에서도 일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고교평준화 정책 시행으로 학생들이 신앙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을 하지 못한 채 강제배정된 학교로 입학하게 되고, 종립학교가 그 학생들을 상대로 자유로운 참가를 보장하지 아니하고, 종교적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의 범위를 넘어서서 학교의 설립이념이 된 특정의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이른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한다면, 그 특정 종교와 다른 종교를 가지거나 종교를 가지지 아니한 학생들은 자신들이 이를 원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종교교육에 강제로 참여할 수밖에 없게 되고 전학을 가는 등의 특별한 조치 없이는 이를 면할 길이 없으며, 참여한 후에도 그 특정 종교를 신앙으로 가진 학생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없게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이와 같이 하나의 법률관계를 둘러싸고 두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과 함께 양 기본권 사이의 실제적인 조화를 꾀하는 해석 등을 통하여 이를 해결하여야 한다.[footnote]대법원 2006. 11. 23. 선고 2004다50747 판결, 대법원 2009. 1. 15. 선고 2008그202 결정 등 참조[/footnote]

 
종립학교와 학생의 기본권 모두 일정 한도에서 제한이 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을 할 자유는 독립한 기본권의 주체인 학생들에 대하여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인 반면 학생의 종교교육을 거부할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인 점,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이 비판의식이 성숙되지 않은 학생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방식으로 행하여진다면 그 자체로 교육 본연의 목적을 벗어났다고 볼 소지가 높은 점, 그로 인하여 학생이 입게 되는 피해는 지속적이고 치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들을 고려한다면 종립학교와 학생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학생의 법익이 보다 두텁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학생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입학하게 된 학생들을 상대로 종교적 중립성이 유지된 보편적인 교양으로서의 종교교육의 범위를 넘어서서 학교의 설립이념이 된 특정의 종교교리를 전파하는 종파교육 형태의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그 종교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도, 종교교육이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학생들에게 그러한 종교교육에 관하여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였는지 여부, 종교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나 학생들이 불이익이 있을 것을 염려하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볼 때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한 종교교육이라고 보이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인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이 기준을 근거로 대광고의 종교 교육에 대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종교 행사에 불참한 학생에게 청소를 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고, 강의석군이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학교 정책에 변화가 없었으며,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았고, 학생들에게 사전 동의를 얻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평준화 정책에 따라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종립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종교 교육 참여의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4. 안대희ㆍ양창수ㆍ신영철 대법관의 반대의견



1133442019.bmp (사진출처 : 세계일보 2010. 04. 22)



 안대희ㆍ양창수ㆍ신영철 대법관은 대광고의 의무적인 종교교육에 대해 ‘학생에게 전학의 기회를 주는 등 보완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강제한 종교교육이 위법한 것인데, 대광고의 종교교육은 그렇지 않아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또한 종교교육을 거부한 강의석군 퇴학 처분에 대해 양승태ㆍ안대희ㆍ차한성ㆍ양창수ㆍ신영철 대법관은 ‘징계가 과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대한 법령 해석을 잘못한 것이라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을 과실은 없다’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5. 강의석 판결의 의미


 
종교는 선택의 문제이지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종립학교에서 종교교육 허용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신의 신앙과 무관하게 종립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종교자유를 어떻게 보장할 지에 대한 첫 판례가 나온 것이다. 기준의 핵심은 ‘충분한 사전 설명과 학생의 동의 여부’, ‘불이익 없이 자유롭게 대체 과목을 선택하거나 종교교육 참여를 거부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다. 학생들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학교 환경을 갖추는 데 일조하는 일응 합리적인 기준이란 생각이다. 






6. 나가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크게 3가지 쟁점을 놓고 다퉜다.
첫째, 기독교 정신을 건학이념으로 설립한 서울 대광고 종교교육이 적법한지,
둘째, 종교교육을 거부하며 1인 시위를 벌인 강의석군 퇴학 처분이 정당했는지,
셋째, 대광고 종교교육 운영과 퇴학 조치 등에 대한 서울시교육감 관리책임이 있는지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은 주로 첫째 부분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나머지 쟁점에 대한 대법원의 견해는 밑에 첨부된 2008다38288 대법원 판결문을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보며, 한편 서울시교육청의 감독 소홀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아쉽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줘야 할 국가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국가기관에는 관대하다는 법원의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지난 수 십년간 적지 않은 수의 학생들이 당한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서울시교육감이 강의석군 퇴학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종교를 이유로 한 학생 전학조차 막은 사실은 고의 혹은 과실이든 명백히 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1997년 교육부 ‘학교교육과정편성 운영지침’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학교가 종교과목을 부과할 때에는 종교 이외의 과목을 편성하여 학생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법원 판례로 정립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생각이다.



* 판결문 원문 보기
1365570259.pdf






– 글 / 상담·변론리서치팀  안세준 인턴






첨부파일

2008다38288_손해배상(기).pdf.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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