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명숙 전 총리 무죄판결의 ‘프로듀서’, 조광희 변호사

2010-04-30 236

 






  
역시 ‘영화 전문 변호사’다웠다. 한명숙 전 총리의 변호인단이 맡은 역할을 이렇게 요약했다.
“제작- 강금실 ·윤기원 / 감독- 백승헌 / 주연- 백승헌 ·박종문 / 시나리오- 김기중 ·정연순 ·김진”
무죄 선고 뒤에는, 영화가 끝났을 때처럼 멋지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을 것만 같았다.

  1시간 30분여 동안 영화 속의 세계에 빠져든 뒤,
엔딩 크레딧을 보며
그 세계를 창조해낸 과정의 지난함을 짐작해본다.
영화의 주역들을 소개하고 나서, 자신은 “작은 부분인 프로듀서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사람.
영화 <한명숙 전 총리 무죄 판결>의 프로듀서, 조광희 변호사를 만나서
재판 과정과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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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9일,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재판을 진행하시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습니다.
 한 달 사이 재판을 17번 했습니다. 공판준비기일 3번, 재판 13번, 선고 1번을 했으니까요. 재판을 오전, 오후에 이어서하고 심지어 밤에도 했으니, 한 달 내내 계속 야근을 했지요.
 
변호를 맡기 전에는 한명숙 전 총리를 만나 뵌 적이 없었는데, 짧은 기간에 너무 자주 봤죠.(웃음) 옆에서 지켜본 한 전 총리는 굉장히 침착하고,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피고인이 믿을만하고 신뢰가 갈수록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한 전 총리의  역할이 컸습니다.





– 어떻게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셨나요.


 한명숙 전 총리께서 저희 사무실(법무법인 원) 강금실 변호사를 찾아오셔서 변호를 요청하셨습니다. 일단 사무실 내에서 변호인단을 정했는데,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비교적 덜 바쁘다는 이유로 제가 사건을 맡게 됐고요. 변호인단이 여럿인데, 제가 주로 언론을 상대해서 신문 기사에 제 이름이 많이 나왔습니다. 꼭 제가 다 한 것처럼…(웃음). 누가 뭐래도 이번 재판에는 백승헌 변호사가 가장 큰 기여를 하셨지요. 






– 4월28일(인터뷰 진행 당일)에 검찰이 부패전담부에 한 전 총리의 항소심을 배당했습니다.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합니다. 


2심 재판이 1심처럼 빨리 진행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1심에서 워낙 상세하게 재판이 이뤄졌기 때문에 2심에서는 할 일이 아주 많을 것 같지는 않아요.






– 기존의 재판이 조서중심주의로 진행됐던 데 비해, 이번 재판은 공판중심주의를 이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판중심주의 실현은 이번 판결의 큰 의미 중 하나죠. 검찰도 나름의 입장과 목표가 있겠지만, 검찰의 수사방향이 얼마나 공정하고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는지는 법원에서 다시 따져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진실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한 전 총리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엄격하게 이야기하면, 이번 사건에는 (돈을) 줬다는 사람의 증언만 있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돈을 받았다, 아니다를 입증할 수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돈을) 준 사람의 말이 얼마나 믿을만한지, 또 정황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를 놓고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결국 곽영욱 씨 증언에 일관성이 없다는 사실과, 곽영욱 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주장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그러한 말을 해야 할 궁박한 상황의 여부 등을 통해 무죄를 입증했는데요, 이 과정이 만만하지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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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동안 전업으로 영화사 대표 일을 하시다가 작년에 변호사로 복귀하셨습니다.
  지금은 겸업을 하고 계신데요.  
  처음에 영화사 대표직을 수락했을 때, 3년만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근래 한국 영화계의 사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멋진 하루>와 <밤과 낮> 두 편을 만들었지만 그 외에 무수히 많은 기획이 무산됐어요.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생기더군요. 잘 되고 있었으면 굳이 돌아올 일은 없었겠지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씩 출근해서 영화사의 행정을 돌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올해 영화를 한 편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게 하나 있어요. 


– 영화 전문 변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영화 검열 조항의 위헌제청 소송 등
  영화 관련 송사들을 맡으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영화 관련 법률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90년대 중반에는 국가보안법 사건이 많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들을 담당하면서 ‘표현의 자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당시에는 영화에도 검열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영화에 있어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해 영화계 사람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 영화법을 전문분야로 하게 되었어요. 






– 10년 넘게 우리 사회의 ‘표현의 자유’ 확립을 위해 노력해 오셨습니다.
  시작할 당시와 비교했을 때 많은 변화가 있는지요.


 영화와 관련해서는 표현의 자유가 상당히 진전됐습니다. 1996년에 사전심의가 위헌이 됐고, 2001년에는 등급보류제도가 위헌이 됐습니다. 이로 인해서 ‘제한상영관’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제한상영관도 몇 년 전 해당조항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위헌이 되었어요. 하지만 최근에 정부가 바뀌면서, 인터넷과 관련한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있습니다. 선거법에서의 트위터 규제는 선거의 역동성을 해치는 것 같아요. 이를 제한하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 중앙대학교에서 문화예술법 강의를 하고 계신데요,
  문화관련 법 영역의 전망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문화법 영역은 넓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예상합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의 영화 시장 자체가 작았기 때문에 영화와 관련된 전문적 자문의 수요가 거의 없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 영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법적인 도움이 필요해졌고, 우연찮게 제가 그 일을 하게 됐던 겁니다. 그런데 문화 산업은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에 비해 사이즈가 크지 않습니다. 법적인 수요가 반드시 늘어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가 1-2조원입니다. 다른 산업 규모에 비해 작은 사이즈라서 농담 삼아 “자일리톨 껌 시장만하다”고 합니다. 합법 다운로드로 암시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한국 영화의 돌파구라고 생각합니다. 






– 영화 일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직업상 하는 일을 그 자체로 즐기기는 쉽지 않죠. 하지만 영화나 예술 방면의 직업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사 대표를 맡고 나니까 걱정이 돼서 잠이 안 오더라고요. 영화 일이 잘 되었으면 즐거웠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저는 기획자나 프로듀서가 아닌 관리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도 있었고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해볼 만한데 저한테 큰 재능은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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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최근에 본 영화가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으로 바빠서 영화를 못 봤어요. 보통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가서 보는데, 몇 달 동안이나 영화관에 안 갔네요. 


–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호러 영화는 안 좋아하고,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영화를 즐겨 봅니다. 시드니 루멧 감독을 좋아하는데, <허공에의 질주>를 추천하고 싶어요. 







 


 인터뷰 / 홍보출판팀 박초롱, 김란아 인턴
 –  글  / 박초롱 인턴

– 편집 / 김란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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