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변론]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판결

2010-01-29 152

전교조 시국선언 무죄판결



  인턴 송영준  1166869069.bmp


1. 그들만의 ‘섬김의 리더십’ 


지난 2008년 4월.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체결한다. 그는 미국과 쇠고기 수입업자들을 섬겼을지 몰라도 국민을 섬기지는 않았다. 애시당초 국민들의 먹거리와 건강권, 검역주권은 그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의 실정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언론사 PD는 구속되어야 했고,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자칭 ‘민중의 지팡이들’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강제로 연행되고 말았다.


해가 바뀌어도 그의 ‘독특한 국민 섬김’의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2009년 1월에는 용산대참사가 발생하여 가진 것 없는 철거민들이 목숨을 잃어야만 했다. 그는 건설업자와 땅투기꾼들만을 섬겼을 뿐, 추운 겨울 날 쫓겨나면 갈 곳이 없는 철거민들은 그의 ‘섬김’의 대상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현 정권은 교육, 사법, 언론, 정부기관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하길 원했으며 이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에게는 가차 없이 탄압을 가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개인의 인권과 기본권이 현저히 침해받게 되었다. 이러한 시국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우려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우려는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교사들이 보기에도 지금의 한국사회는 매우 불안해 보였기에, 그들은 2009. 6. 18. 11:00경 현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우려를 발표하였다. 이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은 정부를 전복하려는 의도도, 교사들만의 이익을 챙기려는 의도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의 세태를 진심으로 우려하고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을 뿐이다. 그러나 공권력은 이들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이른바 ‘전교조 시국선언’이라 불리는 교사들의 선언에 대해 정부는 공무 이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였다며 교사들을 구속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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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검찰의 무리수


 


검찰은 교사들의 시국선언을 ‘정파 간 이해대립이 첨예한 사안에 대해 전교조 자체의 편파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폄하하고, 이들의 의견표명을 교원노조법 제3조가 금지한 정치활동에 해당한다고 매도했다. 검찰은 또 이러한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은 공무원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며,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이 교사들이 전교조 조직을 이용하여 서명 등을 받아 시국선언을 하는 행위가 직무전념의무 등을 해태하는 등의 영향을 가져오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에서 금지하는 집단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의견이었다.


 


3. 과잉금지의 원칙


 


집회, 결사의 자유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는 인간이 그 존엄성을 지켜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이고 공무원에 대하여도 이는 동일한 것인바, 공무원의 경우 그 지위나 직무의 성질에 비추어 일반국민보다는 이에 대한 제약의 필요성이 예상될 수 있으나 그 경우에도 그 공공성이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일률적, 전면적으로 제한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우리 판례의 입장이다.(대판 1992. 2. 14. 선고 90도2310) 이에 의할 때 본 시국선언이 교원노조법 제3조 위반이라는 검찰 측의 주장은 옳지 않다. 이 사건 재판부 역시 교원노조법 제3조를 일체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결국 조합원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일률적․전면적으로 제한하는 셈이 되어 헌법 제37조 제2항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 되므로 적절하지 않다고 파악했다.


재판부는 ‘권력이 전체 국민의 추상적 의사를 해석하기 위하여는 헌법 제21조의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모든 국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교원에 대하여도 동일하다고 할 것이며, 헌법 제7조 제1항, 제2항의 공무원의 국민전체의 대한 봉사자로서의 지위, 헌법 제31조 제4항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등의 요청에 따라 교원의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일부 제한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경우에도 그 공공성이나 필요성을 이유로 하여 이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제한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하여 교사들이 시국선언에서 밝힌 견해가 설령 소수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이것만을 가지고 정치적 사안에 대한 편파적 의견으로서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매도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며, 검찰에 일침을 가했다.  


4. 검찰의 왜곡


  검찰은 우리나라 국가공무원법의 모태가 되는 법률인 일본 국가공무원법도 공무원의 정치적 행위를 제한하고 있어, 이에 의할 때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66조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일본 국가공무원법 인사원규칙 14-7(정치적 행위) 제5항이 정치적 행위의 정의로 ‘정치방향에 영향을 미치게 할 의도로 특정정책을 주장하거나 또는 그것에 반대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사건 피고인들의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적용범위에 있어서도 ‘임시적인 임용으로 근무하는 자, 조건부 임용기간인 자, 휴가, 휴직 또는 정직중인 자, 기타 이유를 불문하고 일시적으로 근무하지 못하는 자를 포함하는 모든 일반직에 속해있는 직원에 적용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비록 이 사건 피고인들이 휴직중이라 하더라도 본 법의 적용이 있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검찰이 이 규정 중 일부 내용만을 가지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실제로 일본 국가공무원법 인사원규칙상 정치적 행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우리나라의 국가공무원법은 일본과는 달리 그 적용범위를 열거해두지 않았기에 휴직 중인 피고인들에게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했다는 판단을 내릴 수는 없으며, 일본 국가공무원법 인사원규칙 14-7(정치적 행위)의 운용방침을 보면 ‘…특정법안 또는 예산안을 지지하거나 또는 그것에 반대하는 경우도 일본국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 정치의 근본원칙을 변경하려는 것이 아닌 이상 본 호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피고인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민주주의 근본원칙을 변경하려 한 적도 없으며, 피고인들 뿐 아니라 그 누구도 근무시간에 근무 장소를 이탈하거나 기타 직무전념의무를 해태하지 않았기에 국가공무원법 제66조의 적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변호인 측은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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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결 – 대한민국은 MB공화국이 아니다. 


강기갑 의원 무죄, 전교조 시국사건 무죄, PD수첩 무죄…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해서 무죄선고가 나는 것에 대해 검찰과 여당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소위 ‘신영철 이메일 사건’으로 신 대법관이 전 국민의 지탄을 받을 때, ‘사법부를 흔드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며 ‘사법부 지킴이’를 자처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현 정권은 기본권의 보장, 절차적 민주주의의 실현, 사법부의 독립과 같은 가치들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권력을 가진 세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가치를 독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서 모든 반대자들은 처단의 대상일 뿐, 공존하고 함께 해야 할 동반자가 아닌 것이다.


항소심에서도 재판부의 판단이 지금과 같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에는 상식적인 재판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를 잘 만나든, 못 만나든 정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부여된 책무일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이 도래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의 말씀처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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