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눈꽃산행에의 초대
백호(白虎)의 해라는 2010년 경인년(庚寅年)이 노동법 날치기와 함께 막을 열었습니다. 이에 통곡이라도 하듯 정초에 엄청난 눈이 온 천하를 뒤덮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더욱 많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생을 자처하는 삶을 선택한 우리는 다시금 자세를 가다듬게 됩니다.
지난 해 모임 차원에서 정초 태백산 눈꽃산행과 가을 지리산 둘레길 걷기 등 두 번의 산행모임을 가졌습니다. 가족과 지인을 포함하여 많은 분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활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고, 또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었습니다.
올해도 새해맞이 눈꽃 산행을 가고자 합니다. 해발 1,000미터 이상은 되어야 눈꽃이나 상고대[樹霜]를 볼 수 있어 산행지는 평창의 계방산(桂芳山)으로 정했습니다. 계수나무 향기가 진동하는 산이라는 의미로 봄에 야생화도 좋지만, 겨울의 눈꽃으로도 이름 높습니다.
해발 1,577m로 남한에서 다섯 번째 높지만, 출발지점이 해발 1,089m인 항상 운무(雲霧)가 넘나든다는 의미의 운두령(雲頭嶺)이고 육산이어서 산행은 큰 무리가 없습니다.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할 수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두려워 볕들기 전에 꽃잎을 열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눈꽃을 구경하면서(겨울에만 피어나는/ 이 꽃은/ 따사로운 햇살이 두려워/ 볕들기 전에/ 꽃잎을 화알짝 열어/ 온 천하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백금가루 뿌리듯 반짝인다, 남기옥 <눈꽃> 중), 춤을 추며 내게로 날아오는 큰 축복을 누려보시기 바랍니다(휘어진 가지의 무게 봉우리마다 꿈꾸는 바람/ 내게로 날아오네 얼마나 큰 축복인가/ 휘어진 가지의 무게 봉우리마다 꿈꾸는 바람/ 춤을 추며 내게로 날아오네/ 거듭 나는 아름다움이여, 하옥이 시, 이충자 곡 <눈꽃> 중).
시인 남명숙은 순백의 꽃 <상고대>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푸른 날을 다 비워낸 알몸으로/ 겨울 한가운데 놓인 잿빛하늘을 이고서야/ 순백의 꽃을 피웠다
온몸을 쓰러질 듯 휘몰아치는 바람/ 우듬지로 재우고/ 잎을 떨궈 낸, 상처 난 자리에도/ 꽃을 피우고야 마는/ 나무 뿌리가 밀어 올리는 거한 숨, 뜨거운 열정/ 얼음장 같은 날로 품어야/ 선명한 나이테 하나 더 그려내고/ 둥글게 내면을 살찌운다는 거/ 싹둑 잘려진 나무의 밑동이 보여주고 있다”
순백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푸른 날을 다 비워내 알몸이 되었고, 모진 바람에 휘몰아치는 나뭇가지는 상고대의 꽃을 피워냈으며, 뜨거운 열정을 얼음장 같은 날로 품어 둥글게 내면을 살찌웠습니다. 햇볕 들면 사라져 버릴 운명이지만 모진 시련 겪어내고 피워 올린 순백의 꽃을 보고, 옷깃을 여미고 올해 삶의 자세를 가다듬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로 보입니다.
새해의 각오를 다지는 의미에서 시산제(始山祭)도 지내고자 합니다. 꽃 향연에 함께 하여 1년을 지탱할 열정을 공유하고, 올해 우리에게 요구되는 일을 수행할 원기를 회복하고, 또한 우리 사회에 희망을 제시하도록 합시다.
특히 멋진 장관은 아이들에게 더 없는 좋은 체험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시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