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쿵 저러쿵]아주 개인적인, 먹고 사는 이야기

2009-10-28 229

저는 먹는 집착해 왔습니다. 어릴 때는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싶어 욕심을 부렸습니다. 어른이 되고, 이십 대의 어느 무렵부터는 반대로,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게 될까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2002 월드컵의 열기가 점차 잊혀갈 때쯤 남자친구가 책을 빌려 왔습니다. “음식혁명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묵직한 하드커버였는데, 거두절미하고 읽어 보랍니다. 인연이었는지, 저도 재미있냐, 어떤 내용이냐, 평이 좋으냐 묻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읽은 그날부터 저와 남자친구(지금의 남편) 육류 낙농제품 이상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신기하게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 일부러 결심할 필요도 없이 7년이 지난 오늘까지 모두들 신나게 고기를 굽는 회식자리에서도 유유히 된장찌개와 벗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음식혁명 당시의 저에게 너무나 새롭고 강렬한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고기를 먹는 이유를 굳이 대라면, 책에서 제시하는 가지, 먹는 주체인 인간, 인간의 먹이가 되는 동물, 마지막으로 인간과 동물이 함께 속한 우리 지구의 관점에서 이유를 찾을 있습니다.


 


돼지나 , 모두 상당한 지능을 가진 생명체인데 현대에 이르러 끔찍한 공장식 시설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갇혀 지냅니다. 푸아그라나 송아지 고기 같은 값비싼 음식일수록,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들은 고통받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의 동물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병에 걸립니다. 축산업자들은 항생제를 많이 수밖에 없고, 고기 속의 항생제나, 호르몬제는 그것을 먹는 인간의 건강도 위협합니다.


 


또한 부자나라에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중남미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축산업에 많은 물이 소비되며, 동물의 배설물, 축산폐기물은 대기와 물을 오염시킵니다. 곡류를 가축의 먹이로 하면서 곡물값이 오르고, 부유한 사람들이 고기를 많이 소비할수록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집니다.


 


놓고 보니 제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싶지만, 스스로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지 않기로 하였을 , 저는 무슨 거창한 주의자 됩니다. 고기를 먹는 것이 맘이 편하다 정도입니다. 건강해졌느냐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점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의 웰빙 트렌드에 역행하여 여전히 과자를 좋아하고, ‘외식주의자이다 보니, 고기를 먹는다 야채를 절대적으로 많이 먹기도 힘듭니다. 거의 밥을 사먹는 같은 사람이라면 채식은 부수적으로 다이어트 효과는 있을 듯합니다.


 


제가 스스로를 채식주의자라고 부르기를 꺼리는 이유는 하나, 음식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고시생이었을 때부터이다 보니 시작부터도 그랬고, 생선은 여전히 먹기 때문입니다(생선요리뿐 아니라 어묵도 있고, 각종 국물의 다시도 멸치 등이 들어가니까요). 엄격한 채식을 하자면, 직접 요리를 해야 하고 도시락을 다닐 필요도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렇게 외식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외국을 많이 다녀 것은 아니지만, 제가 나라는 웬만한 식당에도 vegetarian 메뉴가 따로 있어 편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라서 안심했다가 고기를 만나거나, 고기가 들었는지 유무를 확인하고 주문한 음식에도 고기가 들어 있어 난감했던 적이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고기에서 제외하고 답해 주십니다. 얼마 백화점 식품매장의 요리사조차 그러했습니다. 결론은, 채식주의자는 우리나라 식당에서 먹기 힘들다는 건데, 실제로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채식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아서 그런 건지 궁금합니다. 최근엔 육류의 경우 식당 메뉴에 원산지표시가 되어 있어, 표시가 없는 것을 골라 먹으면 되니 한결 형편이 나아졌습니다.


 


회식 같은 때는 어쩌느냐고요? 굽고 집어 먹는 것도 재미인데 심심하기는 하지만, 된장찌개와 야채들이 있어 괜찮습니다. 번은 연수원에서, 교수님과 같이 설렁탕 전문점인가를 갔습니다. 된장찌개도 없어 식당 주인의 양해를 얻어 짬뽕을 배달시켜 먹었습니다. MT가서 바비큐 파티를 하면 좀더 곤란하긴 합니다. 버섯이 구워지는 대로 먹고, 고구마가 있으면 군고구마로 배를 채웁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땅히 먹을 없을 경우가 예외적이라, 아직까지 어려움이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만두나 순대는 아쉽습니다( 김치만두에도 돼지고기가 빠짐없이 들어가는지요! 야채고로케도!). 번도 먹어 보았고, 앞으로도 맛을 기회가 없을지 모를 음식도 남들보다는 많을 같네요. 일본라멘을 먹어 봤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와규나 꽃등심도 먹어봤습니다( 부분은 그냥 맛이 궁금하다는 겁니다). 남편과, 외국에 가서 번도 먹어본 신기한 음식이 있으면 먹어 보자는 말은 종종 하지만, 막상 나가면 채식 메뉴를 고르고 있습니다.


 


채식을 주변사람에게 적극 권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습관이 때문에 별로 의식을 하지 않다 보니 그렇습니다. 그래도 7년간 제가 밥상을 마주 사람 중에 남편을 빼고는 고기를 전혀 먹는다는 사람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 지리산 둘레길 걷기 여행에서 채식하시는 여러 뵈니 반가웠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육류와 생선을 먹지만 낙농제품은 먹는 사람, 계란이나 우유까지 먹는 사람 다양한데, 가장 철저한 쪽은 일부러 따서 파는 과일이나 채소까지 거부하고 저절로 떨어진 과일이나 꿀만 먹는 사람들도 있다니 대단한 신념인 같습니다. 책의 저자인 로빈스 본인도, 배스킨 로빈스의 유일한 상속자이나 부를 뿌리치고, 각종 유제품과 축산물에 대한 감춰진 진실을 알리는 환경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하면 저는 한참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고, 아직 꼼장어를 포기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어중간한 사람의 이야기보다, 요즘은 관심만 가지면 채식이 아니더라도 바른 먹거리 대한 책이나 다큐멘터리 자료가 많습니다. 유기농, 지역농산물, 공정무역 주제도 다양합니다. 앞으로 채식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 작은 식당까지도 모두 채식 메뉴를 따로 두는 날이 오면 저도 먹고 살기가 편해지지 않을까요. 메뉴도 다양해져, 채식 식도락도 즐길 있으면 좋겠지요. 전에 외식을 그만 두고 요리부터 시작해야겠지만요.


글_장효정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