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민주당 합의는 민심의 배반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소위 MB악법 처리에 대하여 합의하였다. 미디어법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여 100일 후인 6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표결처리하고, 출자총액제한 폐지법안과 은행법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며 산업은행 민영화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주공 토공 통합법은 4월 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이 그 골자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항복하였다.
민주당은 민심을 배반하고 한나라당에 스스로 투항하였다. 무능할 뿐만 아니라 지조도 없음을 만천하에 밝힌 것이다.
민주당이 방송법과 신문법 등 언론관계법에 대해 그 처리시한을 정하고 표결방식까지 합의한 것은 자기 정책의 근본원칙을 포기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언론노조와 시민들의 지원 속에 언론관계법의 처리 자체를 반대하여 왔고, 처리시한을 정하는 것 자체가 곧 법안통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라 하여 처리시한의 합의도 반대하여 왔다. 느닷없이 처리시한과 ‘표결처리’ 방법까지 받아들인 것은 이제까지 언론노조와 시민들이 악법통과를 막기 위해 싸워온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논의기구’는 결국은 다수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의 바람대로 ‘표결’처리하는 도구가 될 위험이 높다. 그리되면 ‘합의’라는 명분과 법안통과의 실익은 모조리 정부여당에게 넘어갈 것이다. 민주당은 그 때 무슨 복안이 있는가. 지금 직권상정을 면했다는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깊이 반성할 일이다. 합의의 기본적인 수단을 모두 내준 지금 민주당은 여론 독과점을 방지해야 한다는 요구를 걸고 집요하게 싸울 명분조차 잃었다.
언론관계법, 이른바 미디어법을 한나라당에 던져주고 민주당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출자총액제 폐지와 금산분리 해제 등은 우리 사회의 구조를 바꿀 법안으로써 미디어법 못지 않게 중요하고 반대가 큰 법안임에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합의처리될 운명에 처했다. 또한 마스크착용금지법과 통신도청법을 폐기시킨 것도 아니다.
다수의 국민들은 MB악법의 처리시도에 대해 끝까지 싸우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 밖에서, 거리에서, 노숙과 파업, 철야농성을 불사하며 싸워왔던 사람들의 기대를 한순간에 야합으로 저버렸다.
이번 합의는 국민과 야당은 물론 국회의장까지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협박한 한나라당의 뜻대로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조직폭력배와 하등 다를 바 없는 한나라당의 실체를 다시 확인하였다. MB악법은 대기업과 보수언론의 전횡, 폭거를 합법화하는 것이다. 악법은 무슨 외피를 둘러도 악법일 뿐이다.
우리는 설령 위와 같은 법률이 형식적으로 국회에서 처리된다 하더라도 법률의 개정 등을 위한 노력을 이전보다 더욱 강하게 할 것임을 밝힌다.
※[첨부] 민변은 2. 24. 한나라당 중점처리법안에 대한 반박의견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법안의 문제점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보아야 합니다. 향후 재개정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하여 2. 24. 발표한 의견서를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