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청소년의 참정권은 생존권이다.
4월 임시국회는 즉시 선거권 연령 개정 법안을 통과시켜라
우리 모임은 수많은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함께 2017. 2. 15. 국회에 18세 청소년들의 선거권을 즉시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1) 그러나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18세 청소년들은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2018년 지방선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난 지금 청소년들의 선거권 행사 연령을 18세(공직 선거) 또는 16세(교육감 선거)로 인하하는 법안이 무수히 발의되었지만 그 어떤 것도 통과되지 않았다. 이제 6월 지방선거에서 18세, 16세 이상의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는 4월 임시국회에 달려 있는 상황이 됐다.
오늘 2018년 3월 22일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요구하는 3명의 청소년들(김윤송, 김정민, 권리모)이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국회 앞 농성장에서 농성투쟁에 들어갔다. 우리 모임은 청소년들이 이렇게 삭발과 농성이라는 수단을 선택하게 만든 정치권의 악의적인 무능함에 깊이 분노하며, 이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리 모임 스스로 충분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을 아프게 반성한다. 우리 모임은 오늘부터 시작된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 투쟁에 무한한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청소년의 참정권은 이제 더 이상 천천히, 나중에 생각할 문제가 될 수 없다. 참정권은 인권을 보장받기 위한 인권으로서 곧 온전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무척 사소해 보이는 참정권을 인정받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의 여성들은 약 100년간의 투쟁을 지속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투옥되거나 심지어 투쟁 중에 사망자가 발생한 비극의 역사가 있으며2), 다른 나라에서도 여성의 참정권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지금 저 국회 앞에서 삭발하고 농성 중인 청소년들과, 지금까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꾸준히 선거권 확대를 위해 투쟁했던 청소년과 활동가들의 절실함은 20세기에 투쟁했던 여성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참정권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가하는 각종 폭력과 억압과 모욕은 그들에게 매우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위협이다. 청소년들이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참정권 보장이다.
청소년을 미성숙한 인간으로 보거나,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학교의 정치화 운운하며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 반대하는 이들의 근거 없는 편견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리적으로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소 멀게는 3.1 운동과 광주학생운동에서부터 가장 최근의 대규모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이름 모를 수많은 청소년들의 존재 그 자체만으로 저런 편견은 설 자리가 없다. 국회는 바로 앞에서 이번 농성 투쟁에 참가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눈을 바라보고 목소리를 들으라. 미성숙하다는 낙인의 폭력을 거부하며 감정이 있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지금 존중받고자3) 참정권을 요구하는 청소년들의 목소리에 국회가 응답하지 않는 것은 역사 앞에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회가 청소년 참정권 확대에 손을 놓고 있으니, 결국 정부가 나서서 18세 선거권을 헌법 개정안에 명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4). 청와대가 밝힌 개헌 취지는 일견 수긍이 가나, 18세 선거권을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오히려 헌법에서 선거권 행사 연령을 제한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결코 지지할 수 없다. 18세 선거권은 청소년 참정권 확대의 종착점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점에 해당하는 과제이고 향후 사회적 논의에 따라 선거권 연령은 더욱 하향될 수도 있다. 일부 OECD 국가들이 16세 선거권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도 18세를 선거권 연령으로 규정하는 청와대의 개헌안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선거권을 가진다.’ 라는 현행 헌법 제24조에서 오히려 후퇴하는 내용이며, 헌법 제1조의 국민주권 원리를 다른 헌법규정이 제한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청와대의 개헌안대로라면 16세의 교육감선거권, 주민투표권 입법이 불가능해질 수 있고, 이후 선거권 연령을 낮추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도 매우 우려스럽다.
이러한 난국 속에 청소년 참정권을 위한 골든타임은 채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국가에게 특별한 시혜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당연히 존재했던 그들의 권리를 돌려달라는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권 연령 인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의 모든 정당이 한 목소리로 공약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우리 모임은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가 현실화되는 그날까지 청소년들과 연대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청소년 참정권 문제에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기를 간절히 촉구한다.
청소년도 시민이다! 청소년도 주권자다! 국회는 4월 임시회에서 18세와 16세 이상 청소년들이 6월 지방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도록 즉시 입법 조치를 하라! 그리고 정부는 18세 선거권을 규정한 헌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2018년 3월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김 수 정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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