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파견근로자 확대안을 즉각 철회하라!
1. 노동부는 지난 24일 컴퓨터 전문가 등 26개 업종으로 제한되어 있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파견근로자법이라한다)의 파견대상 업무를 건설·선원·산업안전 등 특수 업무 몇 개 업종을 제외하고 대폭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또한 업종 확대에 따르는 남용을 막기 위해 정규직으로 채용한 파견업체에만 업종을 확대해 주는 한편, 앞으로 근속수준과 기술수준, 핵심 업무 등 분석을 통해 차별을 금지하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 그러나, 전체 임금근로자의 55%에 달하는 784만명이 비정규직이라는 이름 하에 임금과 근로조건의 차별을 받고 있고, 비인간적인 현실에 절망하고 분신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고용보장이라는 사회적 과제를 도외시한 채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대하여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면서 차별과 고용불안을 호소해야 개선될 수 있는지 최근 노동부의 정책방향을 보면 절망을 금할 수 없다.
3. 1998.7 파견근로자법이 시행된 이후 파견 근로제는 애초의 법 취지와 달리 저임금과 고용 및 해고를 용이하게 하기위하여 이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간접고용에 따른 중간착취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또한,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도입한 ‘2년 후 정규직으로 간주 된다’는 것도 오히려 위 기간 내에 해고되는 등 악용되고 있다. 현재 파견근로자는 합법 파견근로자 10만 여명을 비롯하여 사내 하청근로자와 같은 위장 파견, 서비스 판매직의 불법적인 파견근로 형태로 대폭 확대되고 있다.
4. 이러한 파견 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에서, 오히려 파견근로 대상 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는 참여정부가 대선공약으로 내건 ‘비정규직 억제’와 ‘차별해소’라는 정책에 반한 것이다. 또한, 현재에도 노동법상의 무권리, 중간착취, 고용불안에 고통받고 있는 파견근로자들의 엄연한 현실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정규직의 비정규직화, 그리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확대에 따른 저임금. 고용불안이 확대 재생산됨으로써 우리사회의 고용구조가 붕괴될 우려가 있을 뿐이다.
5. 노동부는 파견근로자확대방안을 즉각 철회하기를 바란다. 노동부는 파견근로자들을 비롯한 비정규근로자들의 고용불안, 저임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 현행 위장도급 등 불법파견근절을 위한 엄정한 관리감독을 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 무허가, 파견기간 초과, 대상 업무 위반 등에 대하여는 사용사업주(원청회사)의 직접고용으로 의제하는 등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여야 하며,
▶ 나아가 실질적인 권한과 지배력을 가지고 파견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사업주에 대하여도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6. 우리는 파견근로자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비정규직근로자의 확산과 차별의 심화뿐만 아니라 신용불량자 양산, 양극화되고 있는 빈부격차 등 사회문제와 결합하여 우리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정책임을 심히 우려하면서, 노동부의 구체적인 개선을 촉구한다.
2004년 2월 27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병모(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