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성명]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재난으로 규정한 정부의 노동개악을 엄중히 규탄한다

2024-07-18 167

 

[성명]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재난으로 규정한 정부의 노동개악을 엄중히 규탄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이하 ‘재난안전기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2024. 7. 9.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어 2024. 7. 17.부터 시행되었다. 개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이하 ‘개정 시행령’) 제3조 및 별표 제1의3는 사회재난유형 27종을 신설하고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명시했다. 신설된 사회재난 유형에는 ‘국가핵심기반의 마비’가 포함되었는데, 정부는 ‘마비’의 의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따른 쟁의행위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인한 마비를 포함시켰다. 우리 위원회는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야말로 반헌법적인 개악임을 지적한다.

 

우리 위원회는 헌법상 기본권을 시행령으로 제한하고자 하는 정부의 태도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다. 노조법에 따른 쟁의행위는 헌법 제33조에 따라 기본권으로 보장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의미한다. 정부가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인 쟁의행위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를 위험이라 추정한 것으로 그 자체로 위헌적이다. 헌법 제10조에 따라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해야 할 국가의 의무에 반한다. 또한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혐오와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킴으로써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행사에 대한 위축 효과를 발생시킬 우려도 있다.

 

심지어 개정 시행령은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에 준하는 행위까지를 사회재난의 유형으로 규정했다. 재난안전기본법은 국가의 핵심기반을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고, 그 지정은 정부의 재량에 좌우된다. 즉 정부는 개정 시행령을 통해 노동자의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집회 및 결사의 자유까지도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를 불러일으키는 재난으로 규정함으로써 쟁의행위, 집회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명목’의 제재를 가능케 한 것이다. 개정된 시행령으로 인해 향후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다양한 쟁의행위와 집회에 대하여 ‘재난대응 명목’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이루어질 것이 우려된다. 이미 현 정부는 2022년 정당한 단체행동권 행사에 해당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재난으로 규정하고, 중대본을 구성하여 범정부적 차원의 노동탄압을 자행한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가 올해 3월 ‘한국 정부의 화물노동자 파업에 내린 업무개시 명령은 결사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하였음에도, 반성 없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동 탄압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노동자와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동탄압’을 위한 각종 개악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개정 시행령 역시 노동자의 단체행동권과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노동개악’이라고밖에 평가할 수 없다. 우리 위원회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행사와 집회 및 결사를 ‘재난’으로 규정한 개정 시행령 시행이 반헌법적인 공권력 행사라는 점을 지적하며, 노동개악을 서슴지 않는 정부를 엄중히 규탄한다. 정부는 이번 개정 시행령이야말로 노동자와 시민들을 위협하는 재난임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24. 7. 18.(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신하나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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