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센터][논평]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각하 결정의 부당성

2021-10-29 73

 

[논평]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심판 각하 결정의 부당성
– 형식 논리에 매몰되어 헌법질서 수호의 책임을 방기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규탄한다 –

 

헌법재판소는 2021. 10. 28. 열린 피청구인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사건(2021헌나1) 선고 공판에서 헌법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의 다수의견으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인(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이미선)의 각하 의견으로, “이미 임기만료로 퇴직한 임 전 판사에 대해 본안판단에 나아가도 파면결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탄핵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헌법질서를 유지·수호하고, 권력분립의 차원에서 기능적 권력 통제 수단의 역할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방기한 것으로 심히 부당하다. 우리 모임은 헌법적 기준 정립이 필요하였던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사건에서 형식적 요건을 이유로 실체적 판단의 책임을 회피한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규탄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다수의견은 탄핵심판의 목적을 ‘위헌·위법행위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의 공직 박탈’로 한정하고, 탄핵결정 선고 당시까지 피청구인이 ‘해당 공직’을 보유하는 것이 반드시 요구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법복을 벗으면 책임 없다’는 논리로, 잘못한 사실이 드러나면 바로 법복을 벗고 책임을 면피하던 법원의 오랜 관행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위 다수의견에 따르면, 임기만료 즈음에 발생하는 공직자의 위헌·위법행위에 대하여는 그 헌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형사재판 등으로 심판절차의 진행이 지연되는 동안 임기가 만료하는 공무원에 대하여도 헌법재판소가 본안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부당한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는 탄핵심판 제도의 실효성 자체를 헌법재판소 스스로 형해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의 탄핵심판을 담당하는 상원 역시 2021. 2. 9. 임기가 만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진행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본안판단에 나아갔다. 당시 하원의 탄핵소추 위원들은 반역 혐의를 받은 윌리엄 블런트 전 상원의원(1797년), 리베이트 뇌물수수 혐의를 받은 윌리엄 벨크냅 전쟁부 장관(1876년), 소송 당사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로버트 아치볼드 전 순회법원판사(1912년), 부패 혐의로 탄핵당한 조지 잉글리시 지방판사(1926년) 등의 전례를 들어 재임기간 중 위법행위로서 ‘퇴직 후 대통령’도 탄핵 대상이 되고,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재임 제한 등의 실익이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상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비단 미국의 예를 거론하지 않고 그간 우리 헌법재판소가 확립한 결정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번 각하결정은 부당하다. 헌법재판소가 스스로의 결정을 통해 누차 확인하였듯 헌법재판은 주관적 권리보호이익 뿐만 아니라, 객관적 헌법질서의 보장 기능도 겸하고 있고, 이는 탄핵심판에 있어서도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 헌법 제65조, 헌법재판소법 제48조 이하에서 탄핵심판을 규정한 목적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위헌·위법행위를 한 공무원을 탄핵소추하고, 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행정부와 사법부가 그 공직자에 대한 헌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법치주의 확립과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라는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데 있음은 명백하다.

재판관 3인(김기영, 유남석, 이석태)의 인용의견이 강조하였듯, 탄핵심판은 공직의 강제 박탈이라는 주관소송으로서의 성격뿐만 아니라 헌법질서의 회복과 수호를 목적으로 하는 객관소송으로서의 성격도 겸유하고 있고, 피청구인의 행위가 얼마나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헌법질서의 수호·유지라는 헌법재판소의 책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더욱이 피청구인의 탄핵 소추사유로 제기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한 칼럼을 써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판결문 작성 개입, △ 유명 야구선수 도박죄 관련 약식사건 공판절차 회부에 대한 재판 관여, △ 쌍용차 집회 관련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재판의 ‘양형이유 수정’ 지시 등의 행위는 그 자체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 재판독립의 원칙, 형사소송법 등 다수의 헌법과 법률을 명백하게 위반한 행위였다.

법관이 대내외적으로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원칙이 무너지게 되면,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유지될 수 없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1.2%가 법원의 재판이 공정하지 않다고 응답한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의 재판 개입행위와 사법농단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로 인해 실추된 재판의 독립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본안 판단을 통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한 피청구인의 행위에 대하여 위헌성을 확인하고, 공무담임권 제한, 변호사 등록 제한 등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으로 인해 헌정 사상 최초의 법관 탄핵심판이라는 중대한 헌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 행위의 위헌·위법 여부에 대한 공적인 확인은 물론 추후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강력한 경종도 울리지 못하였다. 재판관 김기영이 보충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의 재판관여 사건에 대하여 당시 사법부 내의 법관 독립 침해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적 고려가 있었다면, 그로부터 불과 몇 년도 되지 않아 사법농단 사태가 촉발될 리 없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각하 결정은 사법부의 과오를 스스로 바로잡을 기회를 포기한 것이자,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다시금 저버린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임은 심한 유감을 표한다.

재판관 3인이 피청구인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위반행위임을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작은 위안을 얻지만,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이 ‘임기만료’라는 외견상의 현상과 문언의 형식논리에 갇혀 실체적 판단을 도외시한 문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국회는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지연시킨 책임을 통감하고, 탄핵심판 계속 중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하더라도 본안판단을 거쳐 위헌확인을 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여 탄핵심판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와 기능에 맞게 작동되도록 입법적 정비에 나서야 한다. 우리 모임 또한 국회가 향후 탄핵심판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경주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2021년 10월 2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소장 성 창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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