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성명]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즉시 중단하라
[성명]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즉시 중단하라
어제(2021. 9. 2.) 종로경찰서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이번 7.3.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 집회를 두고 일어난 일련의 수사와 구속 사태에 대해 우리 모임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구속은 예외적인 것이다. 범죄 혐의의 상당성이 입증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엄격히 인정될 수 있는 강제수사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번 양경수 위원장에 대한 구속은 그야말로 구속의 남용, 국가 형벌권의 과잉 행사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수사기관은 민주노총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하고, 일반교통방해죄를 범했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방역당국의 지침에 반해 집회를 한 것이 위법이고 범죄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방역을 이유로 집회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그리고 헌법이 보장한 집회·시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인신에 대한 구속을 명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수사방식인지 의문이다. 특히 현행 감염병예방법이 규정하고 있는 집합금지명령 관련 규정의 경우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위헌의 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행 법령은 집합금지(집회금지)의 구체적인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죄의 구성요건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닌 “고시”를 통해 규정되고 있는 상황인 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마트, 백화점, 뮤지컬 콘서트장 등에는 수백, 수천 명의 인파가 몰린다. 집회·시위의 자유 역시 영업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기본권이다. 오로지 집회만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현행 집합금지명령 체계는 헌법상 평등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집회를 규제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면 집회의 태양, 시간, 장소를 규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현재 시 전역에서 1인 시위 이외에 모든 집회가 금지되고 있는 바, 과잉금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처럼 수사기관이 적용한 죄목, 특히 감염병예방법 위반죄는 다분히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재판 과정에서 법률의 위헌성을 치밀히 다퉈봐야 하며, 이에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권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그 어떤 폭력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평화롭고, 안전하게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인신의 구속으로 화답한 현 정부는 더 이상 노동존중 정부를 표방할 수 없다. 민주노총과 양경수 위원장에게 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팬데믹 위기에서 노동자의 생존권과 집회·시위의 자유의 중요성을 부르짖었다는 것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민주노총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길 바란다.
2021. 9. 3.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김 도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