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정위][논평]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확진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및 확산되는 혐오와 차별에 우려를 표한다.

2020-05-10 57

[논평]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확진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및 확산되는 혐오와 차별에 우려를 표한다.

 

1.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 사람이 지난 2020년 5월 6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이력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위 사안을 보도했다. 특히 국민일보는 ‘단독보도’라는 이름으로 용인시가 발표한 확진자 동선을 넘어, 확진자의 나이, 성별, 확진자가 거주하는 빌라가 소재한 구(區)와 직장이 소재한 지역과 회사의 업종,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의 상호를 공개했다. 그리고 국민일보는 제목과 내용에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을 ‘게이클럽’이라 강조했다. 이러한 국민일보의 단독보도를 필두로 다른 언론사들은 확진자가 특정될 수 있는 추가자료들을 우후죽순으로 보도하였고, 확진자의 실명과 얼굴 사진 등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확진자를 접촉한 다른 확진자들이나 시민들의 신원도 드러나고 있다.

 

2.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가 발령된 경우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확진자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대중에게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크다. 따라서 확진자의 정보공개는 반드시 ‘감염병 예방과 확산방지’라는 목적 범위 안에서 필요 최소한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 3. 9. 확진자 동선공개 시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고, 중앙방역대책본부도 2020. 3. 14. 공개하는 정보의 시간, 장소・이동수단의 범위와 개인이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을 것을 명확히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지빙자치단체 등의 안일한 정보공개와 무분별한 언론보도로 인해 이번 사안에 관련된 시민들은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당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3.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2호는 개인정보가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뿐만 아니라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국민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기사에 언급된 확진자의 연령대, 확진자가 거주하는 빌라가 소재한 구(區), 직장이 소재한 지역과 확진자의 직종 등은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율을 받는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그리고 언론사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보도’의 형태로 누설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5호 및 제59조 제2호에 의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국민일보의 단독보도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역학조사에 관여한 공무원 등의 정보유출로 인한 것이라면, 해당 공무원에게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3조에 의한 비밀누설죄 등이 성립할 수 있다.

 

4. 언론보도에 기초하여 신원이 특정된 확진자를 대상으로 모욕, 명예훼손 행위 등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 위원회는 온・오프라인에서 이루어는 모욕, 명예훼손 행위는 「형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처벌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며, 언론사 등에게 개인에 대한 무분별한 보도와 모욕 등의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5. 특히 언론사들이 부각시키고 있는 확진자 및 접촉자들의 성적지향 등 개인의 내밀한 인격과 관련된 민감정보는 그 공개 자체로 개인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고 소속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엄격한 보호가 필요하다. 이번 사안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범위를 넘어서는 정보공개와 무분별한 언론 보도 속에 개인의 민감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부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이번 사안은 정보보호의 부재가 한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도 이어진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6. 오로지 시민과 공동체의 건강권 보호와 예방을 위한 공권력의 행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공권력의 행사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 다른 기본권의 보호를 포기함으로써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고,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그리고 혐오와 모욕을 강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한다면 이는 허용될 수 없다. 방역당국과 언론사는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고 이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상황과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확진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고, 확산되는 혐오와 차별을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2051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조지훈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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