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교육적 역할을 도외시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엄중 처벌만을 강조하는 교육부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규탄한다.
교육부는 2020. 1. 15.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이하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학교폭력 피해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언어폭력이나 사이버폭력 등 정서적 폭력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하에, 대응방안으로써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학교문화 조성, 학교의 신뢰 제고, 가정과 사회의 역할 강화를 목표로 하여 5대 영역 14개 추진과제를 밝히고 있다1).
교육부가 제시한 주요 과제 중 ①가해학생 선도와 가해·피해학생 분리를 위해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②형사 미성년자 및 촉법소년의 연령을 13세 미만으로 하향하는 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가해 학생에 대한 엄중 처벌을 통해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이다
엄벌주의를 지향하는 교육부의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대하여 우리 모임은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학교폭력 예방과 피해 회복,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공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형사미성년자 및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면 부정적인 낙인효과가 확대되어 소년의 사회화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우리 모임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대하여 이미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소년에 의한 강력범죄가 증가했다는 전제에 대한 통계적 근거가 잘못되었으며, 소년범을 강력 처벌하는 것으로는 소년범죄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고, UN 아동권리협약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2). 이러한 우려는 이번 제4차 학교폭력 예방대책에 대하여도 그대로 유효하다.
UN 아동권리협약은 제37조 나항에서 “아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위법하거나 자의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해서는 안 되며, 아동의 체포, 구속 및 구금은 법률에 따라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 꼭 필요한 최단 기간 동안만 행해져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에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10호(2007)에서 형사책임의 최저연령에 대하여 국제적으로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상향할 것을 권고하였으며, 최근 이를 대체한 일반논평 제24호(2019)에서도 같은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3).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촉법소년의 범죄 비율이 실제로는 낮고, 소년범에 대한 엄벌화 조치가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우며, 특정강력범죄를 정한 18세 미만 소년에 대하여는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20년까지 유기징역으로 할 수 있는 조치가 이미 존재하고 있으므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정책에 대해 반대한다고 의견을 표명하였다4).
교육부가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제시하고 있는 ‘우범소년 송치제도’또한 아동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제도이다. 우범소년 송치제도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경찰서장이 소년재판을 회부할 수 있는 제도이다(소년법 제4조제2항). 경찰이 우범소년으로 판단해 관할 소년부로 송치하면 아동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일정 기간 격리된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된다. 이는 사실상 구금이나 다름없다. 그 후 아동은 소년법상 보호처분의 대상이 된다.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신체의 구속을 받지 아니할 헌법상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범소년으로 송치된 소년들은 범죄를 행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할 위험에 처하는 것이다.
2019. 9. 27. UN 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다시 한 번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고 우범소년 규정의 폐지를 촉구했다. 우리 「교육기본법」 제2조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민주시민을 양성하겠다는 교육 목표를 밝히고 있으며, 「학교폭력예방법」 제1조는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한다는 입법 취지를 밝히고 있다. 학교 폭력 가해자 또한 미성년자인 학생으로서 교육기본법과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따라서 학교폭력의 책임을 오롯이 가해학생에게 돌려 엄벌하겠다는 것은 가해 학생에 대한 교육적 개입 의무를 방기하는 것으로 학교폭력의 예방책이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 모임은 학교의 교육적 역할을 도외시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엄중 처벌만을 강조하는 교육부의 학교폭력 예방 대책을 강력히 규탄한다. 교육부는 사법절차를 전면 교육 현장에 적용하여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반사회적 구성원으로 낙인찍는 제4차 학교폭력 예방대책을 전면 재고하고 아동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학교폭력 예방대책 마련에 당장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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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책브리핑 사이트 참고http://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68311
2)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성명(2018. 8. 29.)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정책에 반대한다’ http://minbyun.or.kr/?p=40244
3) General comment No. 24 (2019) on children’s rights in the child justice system
4)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2018. 12. 21.)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소년범죄 예방 대안 바람직 않아’https://www.humanrights.go.kr/site/program/board/basicboard/view?&boardtypeid=24¤tpage=2&menuid=001004002001&pagesize=10&boardid=7603645
2020년 1월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소 라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