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위][성명]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정책에 반대한다.

2018-08-29

 

[성 명]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정책에 반대한다.

 

1. 최근 언론에서 형사미성년자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20만 명 이상의 시민이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에 참여했다이에 정부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하향하는 내용의 형법 및 소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우리 모임은 정부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려는 입장 표명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2.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정책의 추진 근거로 제시된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진단은 충분한 검증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정부는 2018년 상반기 청소년 범죄 통계를 보았을 때 형사미성년자 중 10~13세가 저지른 범죄가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고 13세 범죄만 보면 14.7% 증가했다고 진단하나한 해의 통계만을 바탕으로 소년범죄가 저연령화되고 있다고 결론짓는 것은 섣부르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의 검찰에서 사건 처리된 전체 소년범죄자 중 14세 미만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에는 2.8%, 2009년에는 1.8%, 2010년에는 0.4%, 2011년에는 0.4%, 2012년에는 0.8%, 2013년에는 0.5%, 2014년에는 0.04%, 2015년에는 0.1%, 2016년에는 0.1%로 지속적으로 줄어들거나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실제 범죄발생건수 또한 2014년 이후 두 자리 숫자에 머물고 있다[1]1). 경찰통계에서도 촉법소년의 수는 2012년 12,799명을 기점으로 해마다 줄어들어 2016년에 6,788명에 그치고 있다[2]2).

 

3. 한편 저연령 소년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엄벌주의적 정책은 소년사범에 대한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처가 아니다오히려 형사처벌을 확대하고 강화하였던 외국의 사례를 보면 형사처벌의 확대 및 강화를 통해 소년범죄의 감소라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형사이송제도이다형사이송제도란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특정 범죄를 저질렀거나 재범의 위험이 크다면 소년법원이 아니라 형사법원으로 이송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하는 제도이다이 제도를 통해 형사이송이 가능한 연령이 낮아졌고 대상 범죄 종류가 확대되었다청소년 범죄에 대한 엄벌주의 정책이 확대된 것이다. 1979, 14개 주에서만 시행되었던 것이 1995년에는 21개 주로, 2003년에는 31개 주로 확대되었다하지만 엄벌주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당시 미국의 소년 범죄자 재범률 억제 정책은 실패했다형사 이송되어 성인과 동일하게 처벌받은 소년들은 소년법원에서 교육과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들과 비교하였을 때 이후 재범 범죄의 수가 더 많았고 재범이 발생하기 까지 걸린 시간도 더 짧았다더욱이 형사이송제도를 통해 성인 형사재판으로 이송되었던 소년범들은 대부분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하고 빈곤한 가정의 출신이었다형사사법제도의 모순과 불평등이 형사이송제도 내에 고스란히 반영됐던 것이다결국 미국은 2004년부터 형사이송 연령을 다시 높이고 형사이송의 범위를 축소하는 정책을 선택했다.1)

일본의 경우, 1997년 초등학생을 무참히 살해한 사카키바라 사건을 계기로 2000년에 소년형사처벌 연령을 16세에서 14세로 낮췄고, 2003년 남아유괴살인사건, 2004년 초등학교 동급생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2007년에 소년원 송치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하향했다. 2014년에는 소년에 대한 유기형의 상한을 15년에서 20년으로 인상하기도 하였다그러나 일본 정부의 이러한 입법조치에도 불구하고 이후 소년범죄가 줄었다고 결과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2)  

 

4. 또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3세로 낮추는 것은 아동인권에 관한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UN 아동인권위원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40조에 근거하여 당사국에 대해 형법위반능력이 없다고 추정되는 최저연령의 설정을 촉구해왔다특히 12세 이하로 형사책임 연령을 인하한 국가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연령의 상향조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해왔다이러한 유엔의 권고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로 채택한 국가는 2004년 27개에서 2010년 33개로 늘었으며, 16세로 채택한 국가도 11개에서 15개로 증가했다[표 3]3). 또한 소년사법운영에 관한 유엔최저기준규칙(United nations Standard Minimum Rules for the Administration of Juvenile Justice: Beijing Rules)’ 4조 역시 소년의 형사책임연령이라고 하는 개념을 인정하고 있는 법제도에 있어서 그 개시연령은 정서적정신적지적 성숙에 관한 사실을 고려하여 너무 낮은 연령으로 정해져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3).

 

5. 한편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을 통해 형사처벌 할 수 있는 연령을 낮추게 되면 어린 소년범에 대한 낙인효과가 확대되어 소년의 사회화가 더욱 어려워지게 되는 부정적 효과가 야기된다사법기관의 공식적 낙인이 붙은 소년은 사회로 온전히 복귀하여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이로 인해 부정적 낙인과 그 차별 효과를 경험한 소년은 각종 불법적인 수단에 접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유사한 범죄자들로부터 범죄를 학습하여 상습적인 범죄자가 될 확률이 커지게 된다4)이는 결국 소년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소년사법의 이념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6.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춤으로써 저연령 소년들의 비행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은 엄벌주의를 요구하는 여론을 달랠 수 있으면서 추가적 비용 부담 또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손쉬운 대안으로 부각된다하지만 이는 소년의 건전한 교화와 사회복귀라는 소년사법의 이념과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저연령 소년들의 비행을 범죄로 간주하여 그에 준하는 처벌을 가하는 것은 국가가 이들을 곧바로 범죄예비군으로 편성하여 범죄자가 되는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는다는 의미 이외에 다른 어떤 형사정책적 고려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5)정부는 가해자 엄벌이라는 손쉬운 방법에 기대는 대신 피해자 보호와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정책적 고민을 해야한다우리 모임은 정부가 소년범에 대한 사회 일각의 처벌만능주의 여론에 휩쓸리지 말고소년범을 양산하는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기존 소년법상의 소년 보호처분조치의 다양화 및 내실화에 힘써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우리 모임은 소년범죄에 대한 충분하고 신중한 검토 없이 추진되는 정부의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정책에 반대한다.

 

2018년 8월 29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위원장 소 라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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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경제신문, 2017.9.21.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소년범 형사처벌 제한연령 하향 – 반대

출처 http://www.sedaily.com/NewsView/1OL43ORMEQ

2) 이승현·박성훈소년강력범죄에 대한 외국의 대응동향 및 정책 시사점 연구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7. 12. ,146

3) 이덕인형사책임연령 하향에 대한 비판적 고찰형사정책연구23권 1, 2012. 봄호., 21, 22

4) Lemert, E. M. (1972). Human deviance, social problems, and social control, 2ndedition, Englewood Cliffs: Prentice-Hall.; 소년범에대한낙인효과연구경찰청, 32면 재인용

5) 이덕인형사책임연령 하향에 대한 비판적 고찰형사정책연구23권 1, 2012. 봄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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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소년범죄자의 연령별 현황

– 2008년 6월 개정 「소년법」시행으로 소년범죄 연령기준이 ‘20세 미만에서 ‘19세 미만으로 변경됨자료:대검찰청(2008-2017). 범죄분석.; 이승현·박성훈소년강력범죄에 대한 외국의 대응동향 및 정책 시사점 연구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7. 12., 17면 재인용

2)  [2] 촉법소년의 현황

– 이승현·박성훈소년강력범죄에 대한 외국의 대응동향 및 정책 시사점 연구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7. 12. , 19

3)  [3]국가별 형사책임연령의 하한(2004-2010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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