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위][논평] 성별에 맞는 한복 착용을 요구하는 문화재청 한복 가이드라인을 차별로 본 국가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 문화재청은 즉시 한복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라 –

2019-05-10 51

[논 평]

성별에 맞는 한복 착용을 요구하는 문화재청 한복 가이드라인을

차별로 본 국가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문화재청은 즉시 한복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제(9일)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사람만을 무료관람 대상으로 인정하는 문화재청의 「궁・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 (이하 ‘한복 가이드라인)은 성별표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문화재청에 가이드라인 개선 등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우리 모임은 인권위의 위 결정이 개인의 다양한 성별표현을 존중하고 차별을 방지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환영의 뜻을 밝힌다.

 

문화재청은 2013년부터 한복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궁, 종묘 등 유적관람 시 한복을 입은 사람에 대해 입장료를 감면해왔다. 그러나 2015년 문화재청은 민원을 이유로 ‘남성은 바지한복, 여성은 치마한복’을 입은 경우에만 무료관람을 인정하는 것으로 한복 가이드라인을 개정하였다. 이러한 성별이분법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해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문화재청은 2017년에는 ‘궁궐의 품격에 어울리는 한복 착용을 권장’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면서 성별에 따른 한복 착용을 계속 요구하였다.

 

이번 결정에서 인권위는 이러한 문화재청의 한복 가이드라인이 생물학적 성별과 성별표현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을 차별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올바른 한복 형태의 훼손을 막기 위함이라는 문화재청의 주장은 단지 막연한 가능성에 근거한 것이기에 합리성을 갖지 못 한다 판단하였다. 특히 전통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가기관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전통은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보호받을 필요가 있는 것이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이러한 인권위의 결정은 개인의 성별표현이 단지 외관, 옷차림을 넘어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역할이나 성별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차별금지사유로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 결정을 통해 그 동안 성별이분법적 고정관념 속에서 배제와 불이익을 겪어 왔던 다양한 성별표현을 가진 개인들이 지지와 존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문화재청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 3항에 따라, 90일 이내에 이번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회신할 의무가 있으며, 이제 국가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할 때이다. 문화재청은 이번 인권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모든 사람이 성별, 성별정체성, 성별표현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복 가이드라인을 즉시 개선하고 더 이상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한다. 우리 모임은 문화재청이 궁궐의 품격을 운운하며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계승발전하면서 동시에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2019510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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