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활동가 5월 월례회, 국가보안법 폐지 토론회 후기
– 13기 자원활동가 손현명
이번 월례회는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생산적인 토론회를 위해 우리 13기 자원활동가들은 한 주 전부터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국가보안법에 대한 지식을 넓혔다. 개인적으로 토론은 준비가 전부라 생각하는데, 국가보안법 토론 준비는 정말 쉽지 않았다. 꽤나 어렸을 때부터 폐지되어야 하는 악법(惡法)이라 여겼지만, 의외로 국가보안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이걸 공부해보니 저게 튀어나오고, 저걸 공부해보니 다시 이게 튀어나오는 등. 혼돈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토론회 당일.
토론회는‘국가보안법 폐지되어야 한다’라는 논제에 대해 찬성측과 반대측으로 4명씩 나눠 진행되었다. 그리고 찬반은 제비뽑기를 통해 정했다. 나는 반대가 되었고, 우리 13기 자원활동가 3명의 큰 누님들과 함께 팀을 이루게 되었다. 든든했다.
토론은 찬성측과 반대측에서 한명씩 교대로 모두 발언한 후, 자유토론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이야가기 오갔지만, 주된 쟁점은 1) 권리 침해여부(정당한 제한인지 여부), 2) 악용가능성(현재도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지) 3) 대체가능성(국가보안법 폐지이후, 필요한 부분은 어떻게 대체할 것인지)의 세가지였다.
이 세 가지 쟁점에 대해 나를 포함한 8명의 자원활동가들은 열심히 토론했다. 모르긴 몰라도, 근무요일이 달라 만나지 못했던 동기와는 토론회를 통해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이런 대화라도 좋으니 자주 이야기 나눴으면 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우선, 쟁점별로 균형있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 1), 3)에 대한 논의는 꽤나 이루어졌지만 2)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사실 국가보안법의 가장 큰 문제는 2)임에도 말이다. 그리고 제한된 준비시간 때문이었는지, 1)을 논의함에 있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다소 붕 뜬 채 추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찬성측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데에 필요할 실질적인 근거, 그리고 반대측은 이를 제한하는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쟁점3)에서 논의가 다소 빙빙 돌았다. 이때 찬성측은 무엇을 왜 대체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득력있게 말하지 못했고, 이는 후에 설창일 통일위원장님의 피드백에 따르면 폐지 아닌 폐지를 주장하는 듯이 비춰졌다고 한다. 내가 속했던 반대측 역시 이에 대해 전혀 문제제기하지 못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이전부터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토론을 하다보면 지엽적인데 너무 매몰되서 큰 숲을 보지못하는 봅쓸 경향이 있다. 고쳐야겠다.
하지만, 이 토론회를 통해서 국가보안법을 공부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일전에 국가보안법에 대해서 혼자 민변 인권보고서를 통해 공부해본 적이 있다.(현재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혼자 공부할 때에 비해 치열한 토론의 과정에서 보다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토론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전에는 단지 ‘당위’로만 여겨졌던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나의 의견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이는 다른 자원활동가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그간 ‘국가보안법 이런 나쁜!’이라는 생각에 멈춰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정당성에 대해서, 그것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지식은 참으로 얄팍했다. 비유하자면, 독도는 우리땅이라 모두가 말하지만, 왜 우리땅이냐고 물어보면 고갤 돌리고 마는 식의 태도에 그쳤다. 국가보안법을 유지하고자 하는 측의 근거를 알게 됨으로써, 역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의 정당성에 대해서 더욱 더 잘 알 수 있었다.
월례회 토론에서는 간발의 차로 반대 측이 승리했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속해 있는 이 사회에서는 폐지 찬성측이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 확신한다.
진심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