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진실은 승리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 유서대필 조작사건 무죄 확정에 부쳐

2015-05-14 21

[논평] 진실은 승리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 유서대필 조작사건 무죄 확정에 부쳐

 

 

오늘(14일) 대법원은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판결을 확정하였다. 1991년 5월 8일 김기설씨가 사망한 후 24년을 꼬박 채운 뒤에야 강기훈씨는 비로소 ‘유서대필자’라는 주홍글씨를 벗게 되었다. 이제 이 사건은 ‘유서대필 사건’이 아니라 ‘유서대필 조작사건’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진실이 승리하였다. 1991년 광풍을 넘고 24년의 모진 세월을 인내하여 마침내 승리하였다. 거짓과 무책임이 활개를 치는 것만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오늘 우리는 너무도 뜻깊은 진리를 목도하였다.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하였지만 그래도 진실은 승리한다는 것을.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는 지난 오랜 세월 이루 말할 수 없는 모멸감과 고통을 초인적 의지로 살아내며 진실을 갈구하였던 강기훈 씨에게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그의 인내와 집념으로 인하여 우리가 진실을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21년 전 프랑스의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는 군사기밀을 적국에 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군과 기득권 세력은 명백한 진실을 알고서도 조직적으로 은폐하였으나, 이에 맞선 수많은 양심들의 끈질긴 노력 끝에 드레퓌스는 12년 만에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군국주의와 반유대주의에 사로잡힌 편견, 증오로 시작된 비극이었으나, 수많은 양심의 연대로 진실을 되찾았고 결국 프랑스 공화주의를 한발자국 내딛게 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오늘 ‘강기훈’씨의 무죄 확정이 백여 년 전 프랑스에서와 같이 이 땅에 진실과 정의가 뿌리내리는 밑거름이 되기를 깊이 희망한다. 진실을 조작하고 한 국민을 괴물로 만들어버렸던 그 편견과 증오, 인간에 대한 무례와 무책임을 넘어서 오로지 ‘진실’과 ‘연대’의 힘으로 대한민국이 헌법 제1조 제1항에 선언한 ‘민주공화국’으로 전진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진실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 특히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을 갈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희망의 근거가 되기를 희망한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진실을 왜곡하는데 하나가 되었던 자들이다. 강기훈 씨가 질타하였듯이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이다’. 진실을 조작하고 지금껏 은폐하는데 한몸이었던 국가와 경찰, 검찰, 법원은 지금이라도 잘못을 빌어야 마땅하다. 오늘 대법원이 과거의 잘못된 판결에 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나마 경찰과 법원은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음으로써 간접적이나마 잘못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재심이 개시된 후에도 줄곧 강기훈 씨가 새로운 증거조작을 통하여 국민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변하였다. ‘진실’보다 ‘검찰 조직의 정당성’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듯 했다. 검찰은 유서대필 사건에서는 물론이고 인혁당 등 수 많은 과거사 사건 재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주도하거나 방조하였던 인권침해에 대해 단 한 번도 반성하고 사과한 바 없다. 검찰의 통절한 반성을 촉구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제는 국민이 검찰을 바꿔야 한다.(끝)

 

2015년 5월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논평] 강기훈 대법원 무죄 판결 1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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