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교수님 강연 후기
– 김성훈 회원
2004년도에 의정부에서 개업을 하고 바로 민변에 가입을 해서 초기에는 미군문제연구위원회 활동을 잠시 하다가 거리가 너무 멀다는 핑계(?)로 지역에서 민변과 관련된 변호활동을 하는 외에는 민변에 발길을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최근에는 민변 정치관계법 개혁 TF 팀에 참여를 하게 되었으나, 그래도 민변 월례회 참석은 그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어서 설레고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하였다.
강연 시작을 기다리면서 약간은 서먹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서먹함을 달래볼 겸 뒷자리에 앉으신 변호사님이 계시길래 그 분은 월례회에 자주 오신 줄 알고 물어 보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도 되게 오랜만에 오셔서 자기소개를 할 때 나와 같이 일어나서 자기소개를 하신다. 아 나만 오랜만인 건 아니었구나. 갑자기 급 위안이 된다.
무엇보다도 월례회에서 조국 교수님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많이 되었다.
이어지는 진행자의 강사 소개 멘트 중 조국 교수에 대해 진중권씨가 한 말을 인용한 부분이 인간적으로 느껴지면서, 내 마음도 격하게(?) 공감이 되어서 인상적이었다. “조국 교수는 모든 면에서 너무 완벽하다. 그래서 얄밉다.” ㅋㅋ…
강의의 앞부분부터 잘 들으려 했으나 갑자기 걸려온 전화. 발신자를 보니 나의 결혼식에 주례까지 해주셨던 고3 담임선생님. 아, 안받을 수도 없네. 급하게 법적으로 물어볼게 있다 하시니. 쩝. 대충 빨리 통화한다고 했는데도 앞부분을 제법 놓쳤다.
“정의는 강자의 이익이다”라고 트라시마코스라는 그리스 철학자가 일갈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는 대목이 우선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충격적인 내용!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는 단 한줄도 말한 적이 없다는 사실.
오히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한 나머지 부정의한 것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죽음으로 항거할 것”이라고 말을 했다는 것이다. 교과서에서 법학책에 이르기까지 당연스레 실려 있으면서 우리 사회에서 법에 관한 모든 논의의 전제로 작용하고 있는 이 명제가 소크라테스는 입에 올린 적도 없고, 오히려 그 반대로 역설하고 있었다니. 무언가 잘못 되어도 크게 잘못이 되었구나. 교수님이 역으로 찾아보니 경성제대 시절 일본인 법학 교수가 했다는 말을 그것도 부분적으로만 따온 것이 소크라테스의 확고한 선언으로 탈바꿈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의 집단적 사고의 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오고 있었다니. 의도적인 조작의 역겨운 냄새가 풀풀 나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법에 관한 건강한 상식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명제부터 우선 흔들어 버려야 하겠다는 교수님의 얘기에 강한 공감.
그리고 교수님이 존경하신다는 cardozo라는 미국의 대법관의 아래 고백이 마음에 울림을 주고, 나도 모르게 찔리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다.
“법관으로 재임 중 중립적 판결은 나중에 보니 강자에게 기울어진 판결이었고, 약자에게 보다 유리한 판결은 나중에 보니 중립적이었다”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균형감각이라는 것은 먼저 ‘기울어진 저울의 추 자체를 옮겨주는 일이다’라는 말씀에 또 한번 강한 공감. 나는 얼마나 이 기울어진 추 자체를 옮기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법에 의한 통치의 시대에서 살아남기’라는 강연의 제목에서 현 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얘기가 더 나오기를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적어서 약간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과 관련한 궁금함을 질문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우리 사회가 보다 살만한 공동체로 변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우리는 무슨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질문을 하게 되었다. 원래 질문 같은 거 잘 하는 편은 못되는데, 근데 변화가 좀 필요한 것 같아 요즘은 해보려고 노력을 한다. 이에 대한 답변은 2017년에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하고, 적어도 10년은 집권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정당의 개혁이 중요하다. 정치하는 사람과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이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자기 역할을 분명하게 하는게 중요하다는 취지의 말씀. 이 부분에도 많이 공감을 하였고 정당의 개혁, 특히 국민이 실제로 참여하는 정당으로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어진 뒷풀이 자리.
그런데 조국 교수님과 백발에 가까우신 장주영 변호사님이 서로 친구 사이라고 한다. 안 믿긴다. 조국 교수님이 친구에게 반말을 하는데 내가 왜 어색하지?
그리고 최근 민변에 가해지는 유형, 무형의 탄압에 관한 이야기들. 아직도 제대로 된 민주사회는 오지 않았음이 확실하다. 나부터 민변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야 하겠다.
거의 잊어버릴 뻔 하다가 정말로 오랜만에 참석한 민변의 4월 월례회.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