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법정의 훼손하는 박상옥 대법관 임명 반대한다.

2015-05-08 21

사법정의 훼손하는 박상옥 대법관 임명 반대한다.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박상옥 대법관 후보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은폐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벗지 못했다. 수사관련 외압이나 공범의 존재 여부와 관련한 박상옥 후보의 답변에 대해서는 위증의 혐의도 제기되었다. 청문회 과정동안 박상옥 후보는 법치와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대법관의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드러내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지난 6일, 이른바 ‘직권상정’을 통해 박상옥 후보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고 말았다. 절대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던 정의화 국회의장은 처리를 끝내고, “인사사항은 직권상정이 아니다. 의장 판단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다”라고 하였다.

국회법 제85조는,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와 교섭단체 대표의원 합의시에만 국회의장이 심사기간을 정해 안건을 위원회에 회부하고, 위원회가 이유 없이 그 기간 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바로 본회의로 부의하여 표결처리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날치기의 시대를 넘어, 민주주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서 만들어 놓은 규정이다.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은 다른 일반 안건보다 더욱 이 규정의 취지를 따라야 하는 안건이었다. 고문치사 사건 축소·은폐 의혹을 받는 사람을 대법관 후보로 임명하지 못하는 사태는 국가비상사태가 아니므로, 국회의장의 항변은 국회법을 잠탈하여, 우리 역사에 묻힐 수도 있었던 날치기의 망령을 되살려 낸 자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사태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 대법원의 실책도 적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박상옥 후보와 관련된 치명적 의혹이 제기될 때 신속히 지명을 철회하지 않고, 오히려 절차를 독촉하는 친서를 국회로 보내는 등 후보를 적극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인사청문회 이후 법원 내부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이를 수렴하지도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대법원의 역사인식에 심각한 실망감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임명만 남은 이 때 우리는 마지막으로 후보자 본인에게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자진 사퇴할 의향은 없는가. 후보의 자진 사퇴만이 20여 년 봉직한 검사로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며 후보자로 인해 추락한 사법부의 권위를 더 이상 실추시키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번 사태는, 대법관의 공백을 대법원의 명예에 앞세운 대법원장과, 헌법과 국회법의 취지와 규정을 무시한 새누리당과 국회의장, 그리고 자질과 직업윤리가 의문시되는 후보자 본인의 합작으로 벌어진 참극이다. 이러한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대법관 임명절차를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 특히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부터 추천 절차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재검토하여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할 것이다.

여당 단독으로 표결 처리한 박상옥 후보의 국회 동의는 우리의 힘으로 얻어낸 민주 헌법의 후퇴이며, 또 다른 역사의 죄를 더함에 다름 아니다. 박상옥 후보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던 이유로 ‘막내 검사’를 들었던 사람이다. 본인의 결단이 없다면, 박상옥 후보는 이제 ‘막내 대법관’이 되어 재판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재판이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인지 이제 모든 이들이 지켜 볼 것이다.

 

2015. 5. 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한 택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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