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모니터링] ‘감히 전단지를 뿌려?’ 베트남,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2015-04-10 29

‘감히 전단지를 뿌려?’
– 베트남, 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

지난 2014년 6월 26일, 베트남의 여성노동인권활동가로 2010년 노동자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전단지를 배포한 후 ‘반정부 선전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던 양심수 도 티 민 한(Do Thi Minh Hanh)이 석방되었다. 2014년 10월 21일에는 디우꺼이(Dieu Cay, 농부의 파이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양심수 응웬 번 하이(Nguyen Van Hai)가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약 4년 만에 석방되었다. 응웬 번 하이는 사회 정의 분야의 의견을 인터넷 상에 게재하던 유명 블로거였는데, 역시 ‘반정부 선전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후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었다.
최근 1~2년 간 도 티 민 한과 응웬 번 하이 등 양심수 여러 명이 석방되었지만 베트남에는 여전히 수 백 명의 양심수들이 수감되어 있다. 이들은 평화적 방법으로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그 의견이 정부 의견에 반한다는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억압과 탄압은 지금 이 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러 국제기구와 NGO들이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변화는 크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모니12014년 10월 21 석방된 베트남의 양심수 응웬 번 하이가 석방 직후 미국으로 이동하여 환영을 받고 있다. © ABC

도대체 베트남에서 무슨 일이?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들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여전히 임의 체포와 구금 등의 방법으로 많은 부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 매우 억압적인 법률과 이를 이용한 기소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대상은 블로거, 노동 운동가, 정치인, 종교 지도자, 작곡자 등 매우 광범위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도 최소한 75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부에 의해 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평화적인 방법만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 의해 실형을 선고받은 양심수들이다.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Internationa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의 가입국으로서 베트남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베트남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보편적 인권과 자유에 대한 억압, 근거는 있나?

베트남의 헌법은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법률에 준거할 때에만 보장된다는 단서가 함께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헌법상 완전한 자유가 보장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세부적으로도 많은 법률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그 중 대표적인 것은 형법이다. 기본적으로 베트남의 형법은 처벌 대상과 처벌 범위에 대한 규정이 매우 모호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고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방식으로 여러 인권 운동가와 사회 활동가들을 처벌해왔다.
앞서 언급한 도 티 민 한과 응웬 번 하이가 처벌을 받은 근거는 베트남 형법 제8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반정부 선전 행위’이다. 제88조에 따르면, ‘인민정권을 역선전하여 모욕하는 행위’, ‘인민 사이에 혼란을 유발하기 위하여 심리전쟁을 펼쳐 날조한 정보를 유보시키는 행위’, ‘베트남 정부에 반대되는 내용을 포함한 문서, 문화적 작품을 작성, 유포하는 행위’를 한 경우 최대 20년까지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사실상 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형태의 표현에 대해 처벌이 가능한 조항이다.
이 외에 제79조의 ‘인민 정권 붕괴죄’, 제87조의 ‘화합정책 파괴죄’, 제89조의 ‘치안 교란죄’, 제258조의 ‘자유를 이용하여 국가의 이익, 조직, 인민의 합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죄’ 등이 자유에 대한 침해를 가능케 하는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모니2

기본권 보장 요구 의견을 인터넷에 게재한 후 체포된 블로거와 활동가 중 8명의 사진이다. 윗줄의 네명은 블로거, 아랫줄의 4명은 종교 지도자이다. © Human Rights Watch

인터넷까지 완벽히 통제하겠다!’

위 조항들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종교 및 양심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언급만 하고 있을 뿐 사실상 매우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의 자유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정부에 대한 일체의 반대와 의견 표현에 제약을 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베트남 내외에서 위 조항들에 대한 반대와 개정에 대한 요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난 2013년 9월, ‘인터넷 및 온라인 정보의 운영 및 사용에 대한 법령 제72호(Decree No.72 on Management, Provision and Use of Internet Services and Onling Information)’가 발효되면서 인터넷 상에서의 의견 개진 역시 더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언론의 자유 증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NGO ‘국경 없는 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는 2006년부터 ‘인터넷의 적’ 국가 목록을 발표해오고 있는데, 베트남은 그 중 한 자리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으며 언론 자유도 지표에서는 170위 이하의 순위를 매년 유지하고 있다. (참고로 2014년 발표된 순위에 따르면 베트남이 174위, 중국이 175위, 북한이 179위로 나타났다.)

아직은 먼 길

베트남에서의 이러한 자유와 인권에 대한 침해에 대해 국제 사회는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근본적인 해결을 이루기에는 가야 할 길이 멀다. 2014년 1년 동안 형법 제258조의 ‘자유를 이용하여 국가의 이익, 조직, 인민의 합법적 권리를 침해하는 죄’로 체포된 사람이 적어도 10명 이상이고 그 중에는 블로거 등 평화적 활동가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루퍼트 애보트(Rupert Abbott) 국제 엠네스티 동남아시아-태평양조사국장은 “베트남의 인권을 위해 용기 있는 목소리를 냈던 활동가들의 조기 석방은 매우 기쁜 소식이지만, 이들은 애초부터 수감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들이다. 최근 석방된 몇 명 외에도 여전히 수감되어 있는 수 백 명의 양심수들도 석방해야 한다. 또한 자유에 대한 억압과 평화적 활동가들을 표적으로 삼는 가혹한 탄압 역시 중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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