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위 성명] 가리왕산 공사를 지금 당장 중단하고, 올림픽 분산개최 적극 검토하라.

2015-03-25 21

“가리왕산 공사를 지금 당장 중단하고, 올림픽 분산개최 적극 검토하라.”

 

가리왕산은 남한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산으로, 지난 1992년에는 조선 영조 때 세워진 것으로 500년 이상 자연 상태가 잘 보존돼왔다. 대규모의 풍혈지역(연간 10~15℃를 유지해 희귀종이 서식하는 지대)이 존재하여 전국에서 유일하게 주목이 초년생부터 고목까지 분포하는 곳이다. 이러한 가리왕산은 산마늘, 노랑 무늬 붓꽃 등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등 생태적 가치가 높아 산림청에서 2008년부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해왔다.

그러나 단 3일의 경기를 위해, 환경올림픽으로 치르겠다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기어이 가리왕산의 벌목을 시작하였다. 도는 올해 공사경기장 공정률을 40%로 잡고 11월까지 저류지, 슬로프 토공, 구조물 공사를 마친 뒤 리프트, 제설시스템을 설치해 12월까지 코스를 완료하겠다며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도시들이 하나같이 전부 엄청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개최한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도시가 거의 파산위기에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허울 좋은 경제적 효과를 내세웠지만 인천도의회에서 “남은 건 적자뿐”이라고 공식 발표할 정도였다.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던 독일 뮌헨과 스위스 생모리츠, 노르웨이 오슬로 등이 철회하여 타임지는 ‘왜 어떤 도시도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원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신설해야하는 경기장 관련예산은 1조2600억 원이며 단 6시간 이뤄질 개·폐회식을 위해 짓는 시설예산이 1300억 원, 4일 동안 치러지는 스키 종목의 경기장을 건설하기 위한 비용 1095억 원, 복원비용 1000억 원이 각각 투입된다. 그럼에도 올림픽 이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경기장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한 대책도 전무한 상태다. 신설올림픽 경기장 6곳 중 사후 활용방안이 결정된 곳은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장뿐이다. 스케이트장 2개를 포함 강릉의 4개의 빙상경기장 신설에는 43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2014년 기준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18.7%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강원도 내 방문객이 매년 줄어들어 부도 위기에 처한 스키장이 넘쳐나는 이 상황에서,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로 인한 부채 이자만 매일 1억 원씩 납부하는 처지에 또 개발을 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래서 이번에는 얼마의 부채를 더 얻을 것을 것인가.

가리왕산의 공사는 아무런 복원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벌목을 시작하여 위법하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장애인동계올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34조에 따르면 산림청장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해제 및 산림보호·보전·복원 등에 대한 계획 수립을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장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에 앞서 가리왕산 복원계획을 수립해야 했지만 산림청은 2018년까지 가리왕산 복원계획을 수립·검토할 예정이라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사전 의무로 법률상 명시된 복원계획 수립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이 해제됐고 벌목까지 이뤄졌으며, 이에 따라 산림청장은 직무유기죄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을 당한 상황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2018년에 평창에서 진행되는 동계올림픽은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았다. 벌목 작업을 포함하면 현재 전체 공정의 약 30%가량 진행됐지만, 경기장 공사만 따지면 공정률은 8.3%로 다른 경기장들에 비해 가장 더디다.

대안도 있다. 국제스키연맹의 규정은 평창동계올림픽 활강스키경기를 가리왕산이 아니어도 된다고 하고 있다. 2Run 규정은 표고차 350m~450m의 경기장에서 두 번에 걸친 완주기록 합산으로 활강경기를 치룰 수 있다. 또한 750m규정도 허용하고 있어, 표고차 700m인 용평스키장에 50m구조물을 세워 활강경기를 진행하면 된다. 구조물을 세워 활강경기를 치룬 전례는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이 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가리왕산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미 투자된 현재까지의 착공비용보다 올림픽 이후 그 시설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비용이 몇 배나 더 드는 사실을 감안하면 분산개최를 적절히 타협하는 게 국가적, 강원도 지방적으로 더 실리를 얻을 수 있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경제적 실익이 없고 적자만 누적된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됨에 따라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도시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IOC는 분산개최를 권고하고 나섰으나, 박근혜 대통령과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강원도는 분산개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온갖 불합리로 얼룩져 있고, 경제성조차도 없는 단 3일 간의 경기로 인해 희귀생물을 품고 살아 숨 쉬는 가리왕산을 기어이 죽은 산으로 조문해야만 하는가. 가리왕산을 보호하고 예산을 절감하고, 동계올림픽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고 추진하는데 3년의 시간은 충분하다. 즉각 가리왕산 공사를 중단하고 올림픽 분산개최, FIS 규정상에 있는 2Run, 표고차 750m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015. 3. 25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 이 정 일 [직인생략]